서울예술단이 큰 모험을 강행했다. 그동안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지 않았던 전례를 깨고 이번 <바람의 나라 무휼>에서는 엠블랙의 지오가 출연한다. 지오는 서울예술단의 호동 왕자 역을 맡았다.

함께 출연한 차지연과 송용진은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지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돌은 처음 보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지오의 성실함은 인터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오는 뮤지컬에 출연하는 걸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것이야말로, 객석을 찾은 엠블랙의 팬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연습실에 일찍 나와서는 밤 늦게까지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게다. 연습실에서 내공을 쌓으며 아이돌 공연을 믿고 찾아준 팬들에게 보답하려고 생각하는 이가 지오였다.

<바람의 나라_무휼> 에서 호동을 연기하는 엠블랙 지오

▲ <바람의 나라_무휼> 에서 호동을 연기하는 엠블랙 지오 ⓒ 서울예술단


- 일본에서 <광화문 연가>로 첫 뮤지컬 무대에 오른 후 이번 <바람의 나라-무휼>이 세 번째 작품이다.
"처음 무대에 오를 때보다 소극적이 되지 않았나 싶다. 뮤지컬 첫 데뷔작 <광화문 연가>는 겁 없이 도전한 작품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연기했다. 두 번째 작품 <서편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극장 작품이다.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최대한 극에 방해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소극적지 않았나 싶다."

- <바람의 나라-무휼>에 같이 나오는 고영빈씨와도 인연이 깊다. <광화문 연가>에서는 사랑의 경쟁자였지만 이번에는 지오씨의 아버지로 나온다.
"<광화문 연가> 때는 영빈 형과 무대에 같이 서지 않았다. 저랑 더블 배역이었던 엠블랙 승호가 영빈이 형과 자주 공연했다. 영빈이 형은 인자한 배우다. 너무 사람이 좋으셔서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버지로 연기할 형의 연기 호흡이 저 역시 기대된다."

- <바람의 나라-무휼>에는 '아버지와의 살(煞)'처럼 어려운 용어가 있다.
"이상향을 의미하는 '부도'처럼 <바람의 나라-무휼>은 만화가 원작이지만 어려운 단어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상향이나 가치관이 달라서 '살'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버지와의 살'을 깊이 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이 보인다. 가족이 1순위가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이 1순위라는 점이 대립을 조장하지 않았나 싶다."

- 지오씨가 무휼의 입장이라면 사랑과 가족 중 누구를 지킬 것 같나.
"가족을 지킬 것이다. 어찌 보면 호동도 가족을 택한 게 아닌가 싶다. 호동의 어머니는 친어머니가 아니다. 새어머니가 아버지와 아들을 이간질해서 부자 관계를 멀리 하게 만든다. 호동은 새어머니의 이런 악행을 알면서도 아버지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새어머니의 악행을 알리는 건 새어머니를 욕되게 하고, 아버지를 근심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혼자만 알고 지낸다. 아버지를 위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연출가의 인정 받은 지오? "감사하고 송구하다"
<바람의 나라_무휼> 에서 호동을 연기하는 엠블랙 지오

▲ <바람의 나라_무휼> 에서 호동을 연기하는 엠블랙 지오 ⓒ 서울예술단


- <광화문 연가>부터 내리 세 작품을 이지나 연출가와 같이 한다.
"처음에는 화낼 때와 평상시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웃고 계시지만 화를 내는 거였고, 반면에 화를 내시는 줄 알았는데 활짝 웃어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에 대한 애정이 많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기 시간을 내어 연기 지도를 꼼꼼히 하면서도 배우보다 더 많이 연습실에 나오는 연출가가 이지나 연출가다. 이지나 연출가는 배우가 무대에서 욕을 먹으면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배우에게 많은 걸 가르치려고 애쓰는 분이라 제게는 감사한 분이다."

- 이지나 연출가가 만드는 뮤지컬에 아이돌은 지오씨가 계속 출연해서 이제는 이지나 연출가의 '아이돌 페르소나'로 지오씨가 된 게 아닌가.
"제가 매 공연을 매진시키는 티켓 파워를 갖고 있진 않지만 정공법으로 도전하고 싶었다. 실력으로 인정받아서 다음 뮤지컬을 보고 싶게 만드는 아이돌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지나 연출가가 저를 찾아주시는 게 감사하다.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 제가 못하면 선생님까지 욕을 먹게 만드는 것이라 송구한 마음도 크다."

- <서편제> 때 이지나 연출가에게 "네 피에는 멜로가 없다"는 지적도 받았다.
"조금 어렵다고 포기하면 영원히 발전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나기보다는 반드시 해내겠다는 승부심이 발동했다. '네가 가진 재능을 빨리 찾아서 다른 분야에도 발을 디뎌라,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제 일을 저보다 더 걱정하는 분이 이지나 연출가다. 한 번의 인연이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같은 멤버들의 배려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바람의 나라_무휼> 에서 호동을 연기하는 엠블랙 지오

▲ <바람의 나라_무휼> 에서 호동을 연기하는 엠블랙 지오 ⓒ 서울예술단


- 같은 멤버 승호씨와 천둥씨가 <문나이트>로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그들이 <문나이트>를 할 때 저는 <서편제> 연습하고 있었다. 신곡 앨범을 준비할 때라 뮤지컬과 앨범 작업을 병행하기 힘들었다. 멤버들이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속으로 정이 깊다. <서편제> 때 멤버들이 저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제가 뮤지컬 연습 끝마칠 때까지 멤버들이 신곡 연습을 기다려 주었다.

원래는 엠블랙이 1월에 컴백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서편제>는 봄에 여는 공연이라 일정이 겹치지 않을 줄 알고 뮤지컬 계약을 했다. 하지만 엠블랙 컴백이 미뤄지면서 엠블랙 신곡 작업과 뮤지컬 연습을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연습 때 일본에 열흘 동안 가야 하기도 해서 애가 많이 탔다.

뮤지컬을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뮤지컬을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서 애를 많이 먹었다. 당시 잠을 잘 못 자는 것조차 즐거웠다. '열심히 일할 수 있고 바쁘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는 걸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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