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신의 선물>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 승연 역의 배우 이은우가 10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신의 선물>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 승연 역의 배우 이은우가 10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여자(이은우 분)와 원치 않은 아이를 가진 소녀(전수진 분). 영화 <신의 선물>은 두 여자의 서로 다른 상황을 끌어와 심리 변화 곡선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이 중 이은우는 처절하게 아이를 원했던 승연 역을 맡았다. 아이는 곧 자기 인생의 행복이라 생각하고 소녀에게 다가간 여자. 이은우는 "아이라는 존재는 승연에게 곧 종교였다"고 말했다.

그토록 원했던 소녀를 찾았고 아이를 건네받기로 약속했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쪽에서 터진다. 그의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것. 행복의 기반이 흔들리며 부부가 위기를 맞았을 때 승연의 인생 역시 동요하며 불행한 기운이 엄습한다.

"간절히 원했던 게 사실 별 게 아니라는 진실을 알았을 때 혼돈은 얼마나 절망적일까?"라고 되물은 이은우는 "부정하고 싶은 사실, 진실을 마주하고 거기서 오는 상실감으로 자기를 파괴하는 인물이라고 승연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 캐릭터와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게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고민이에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나와 거리가 너무 멀다고 생각했죠. 옷매무새나 풍기는 이미지 등이 아주 다르죠. 승연은 모든 걸 갖춘 여자로 나오잖아요. 실마리를 찾으려고 옷도 좀 잘 입으려 했고, 그 차림새로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셔보고 했어요. 서점에서 임신과 출산 관련 책도 사보고요. 시나리오를 읽다 막히면 출산 책보고 그렇게 번갈아 가며 준비했어요(웃음)."

생물학도가 배우가 되기까지..."그래서 난 잡초"


사실 이은우에 대한 대중의 오해가 있다. < TV방자전 > <뫼비우스> 등의 출연으로 '센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보기보다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지만 종종 어둡고 자아가 강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아쉬울 법 했다. 인지도 면에서도 작품에 비해 약한 점이 없지 않았다. 이은우는 "이제 대중들에게도 다가가고 싶다"고 내심 속마음을 털어놨다.

한때 이은우는 생물학도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화학 등의 과목을 좋아했고,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이은우는 연구원을 꿈꾸며 동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러다 돌연 방향을 급선회 해 지금의 길을 걷게 됐다. 이를 두고 최근 <신의 선물> 제작보고회 때 이은우는 "신은 내게 잡초와 같은 근성을 주신 거 같다"고 표현한 바 있다.

"제가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돌고 돌아서 오고 있잖아요. 연구원을 하겠다고 교수님 추천까지 받아 간 대학원이었는데 어느 겨울날 실험실을 가는 중에 숨이 확 막히는 경험을 했어요. 등록금을 바로 환불 받고, 그 뒤로 2년을 무작정 쉬었죠. 어려서부터 대학 때까지 제 인생에서 한 번도 쉼표가 없었더라고요. 9시 강의도 꼬박꼬박 안 빠지고 갔고, 쭉 달리기만 했던 거 같아요. 쉬는 와중에 광고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연기 제의가 들어오면서 시작하게 됐죠. 연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를 때 시작해서 지금껏 오고 있어요."

 영화<신의 선물>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 승연 역의 배우 이은우가 10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캐릭터와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게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고민이에요." ⓒ 이정민


출발이 좀 늦었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은우는 시나리오를 물고 늘어지며 현장에서 감독에게 끈질기게 묻고 대화하려는 타입이란다. "열정과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렇다"며 이은우는 환하게 웃었다.

"제가 어느 도서관 구석진 화장실에 종종 가요. 화장실 담벼락에 작은 꽃 두 세 송이가 피어있거든요. '얘네는 꽃집도, 길 가도 아닌 곳에, 사람들이 봐주지도 않는데 이렇게 피어있구나' 그 꽃이 마치 저 같은 거예요. 그래도 그 꽃들을 제가 봐주러 가듯, 저도 언젠간 사람들이 많이 봐주시겠죠? (웃음)"

"<신의 선물>, 우선 개봉이라도 하게 돼 감사"

그런 의미에서 <신의 선물>이 극장 개봉을 크게 하지 못하고 바로 IPTV 등 부가 판권 시장으로 넘어간 것에 누구보다 아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은우는 "출연했던 작품 중에 아직도 두 영화가 개봉도 못했다"며 "<신의 선물>이 개봉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관객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게 그녀에겐 기쁨이었다.

28회 차의 촬영을 28일만에 다 찍고 경기도 가평 지역의 산을 다 뒤져가며 진행한 작품이었기에 애착도 컸다. 이은우는 "<신의 선물>이 어두운 분위기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막상 나온 결과물은 희망이 담겨 있어 좋았다"며 "힘들었던 촬영이었지만 영화에 구원에 대한 희망이 있는 만큼 관객들도 따뜻한 느낌을 안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현재 이은우는 <무산일기>를 연출했던 박정범 감독의 신작 <산다> 촬영에 한창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섹션에 상영될 <산다>로 이은우는 관객과 또 다른 만남을 준비 중이었다.


"배우의 길을 택한 걸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좌절을 통해, 사람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기에 어떡하면 내가 더 그릇이 큰 사람이 될까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그러고 보면 연기는 철학을 공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과거의 연기, 지금의 연기에서 나의 어떤 모습이 묻어나올까 기대되기도 해요.

산에 오르듯 쉬엄쉬엄 갔으면 좋겠어요. 우선은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죠. 제 성격이 셀 거 같다고들 하시는데 사실 이은우라는 사람은 활발하고 유쾌하다는 걸 보이고 싶어요. 그래서 드라마도 좀 하고 싶네요(웃음)."

이은우 신의 선물 전수진 김기덕 문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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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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