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세월호' 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인천발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 주위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침몰한 '세월호' 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인천발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 주위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지난 17일 3개 지상파 방송사는 정규 편성 프로그램들 중 거의 대부분을 방송하지 않았다. 당초 예능, 오락 프로그램은 결방하되, 10시대에 방송하는 드라마는 방송키로 합의한 내용을 오후에 가서 변경한 것이다. 수목드라마 대신 세월호 침몰사고 뉴스 속보가 방송 시간을 채우며 발 빠르게 전달됐다.

세월호 침몰 소식은 여전히 암담하기만 하다. 사망자는 속속 늘어나고 있고, 야속하게도 구조된 이는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가슴이 더욱 먹먹하고 애가 타는 건 탑승자들 중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제발 무사하길, 누구라도 구조가 되길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연예계도 국민의 마음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가요계를 비롯 방송계, 영화계도 애도와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연예인들은 대부분 방송 스케줄이나 행사 일정을 취소하거나 조정 중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들이 스스로 결정을 한 것이다. 매일 수 백 개씩 쏟아지던 연예계 보도자료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가요계·영화계·방송계, 일정 취소하며 애도 동참

가수 박정현은 오늘이었던 새 앨범 발매 예정일을 다음으로 미뤘다. 국가적인 재난이 일어난 만큼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발매 연기의 이유를 밝혔다. 17일 발표하기로 했던 정기고의 신곡도 연기됐다. 언제 발매될 것이라는 언급도 없었다. 그저 세월호 침몰 참사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말과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말만 전할 뿐이었다.

지나와 에이핑크, 블락비, 티아라의 지연 등도 신곡 발표를 미루거나 프로모션 일정을 취소했다. 이런 애도의 물결은 가요계뿐만이 아닌 기관에도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음악 창작자를 위한 '뮤직 크리에이터 데이' 세미나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비극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송계도 마찬가지다. SBS 새 주말극 <기분 좋은 날> 측은 17일 예정됐던 제작발표회를 전면 취소했다. 더불어 내일 방송 예정이던 첫 회도 미뤄졌다. 영화계의 행사 일정 취소는 이보다도 많다. <멜로>의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는 무산됐으며, <리오2>의 VIP 시사회, 포토타임, 공연 등이 취소됐다. 개봉을 앞둔 <표적>의 쇼케이스 행사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도희야>의 제작보고회도 추후로 미뤄졌다.

SNS를 통한 연예인들의 애도와 희망의 메시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송승헌은 트위터에 '저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진도 여색선 침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실종자분들 무사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가수 김창렬과 배우 이종혁, 포미닛의 권소현, 아나운서 백지연, 팝페라 테너 임형주 등 수많은 이들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세월호 침몰 참사를 안타까워하고 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참사는 이번뿐이 아니다. 참사로 인한 인명 피해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천안함 참사 때도 우리는 많은 젊은이들을 잃었고, 그들의 영혼에 애도의 뜻을, 그리고 슬픔을 같이했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는 천안함 참사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애통해하고 그 마음을 담아 더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듯하다.

천안함 참사 때도 방송계는 애도의 뜻을 표했다. 가요 프로그램은 방송되지 않았고, 예능 프로그램 역시 방송을 자제했다. 그러나 이토록 모든 프로그램이 전면 중단되진 않았다. 웬만한 드라마는 방송됐으며 정규 편성표는 대부분 지켜졌다. 크나 큰 참사였고 비극이었지만 방송계는 천안함 참사를 하루 종일 이슈화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당시 천안함 참사를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천안함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몇몇 프로그램이 결방됐을 때, 일부 시청자들은 볼멘소리를 댓글로 옮기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규 방송까지 내보내지 않을 건 뭐냐는 식이었다. 애도는 애도고 방송은 방송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그 때는 적지 않은 듯했다.

지금은 아니다. 정규 방송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서 토를 달거나 불만을 늘어 놓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아직 구해내야 할 이들이 무수히 많고,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라 그럴 수도 있을 테다. 허나 그보다는 천안함 참사를 경험한 이후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를 더 깊이 깨달은 탓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연예계는 더 따뜻해진 듯하다. 사실 계획했던 스케줄이나 행사 등을 취소하게 되면 이런 저런 면에서 막대한 피해나 손해를 보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홍보가 안 되면 뜨기가 어렵고, 그렇게 되면 대중들의 사랑을 얻지 못해 성공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계의 움직임은 그런 피해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모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훈훈한 변화임이 틀림없다.

자본주의가 극심해질수록 인간애는 상대적으로 박해지기 마련이다. 성공만을 외치다 보면 다른 이들의 슬픔이나 아픔 따위는 돌아볼 겨를이 없어지게 된다. 그런데 아직 대한민국 연예계는 그렇게까지 비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놓인다. 앨범 발매를 미루고 홍보 일정을 취소한다고 해서 기적이 생기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 연예인들에게, 대한민국에게 인간애라는 것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뜻 모를 안도감을 느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세월호 박정현 송승헌 표적 연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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