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와 <리오2>의 포스터.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와 <리오2>의 포스터. ⓒ 드림웍스,(주)20세기폭스코리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찾아간 부모들이 고를 수 있는 영화는 많지 않다. 하지만 반갑게도 가정의 달을 맞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애니메이션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개봉하는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이하 <피바디>)와 5월 1일 개봉하는 <리오2>로, 두 작품 모두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바디>의 주인공 피바디는 아이큐 800의 하버드 출신 강아지, <리오2>의 주인공 블루는 문명에 물든 아마존 앵무새다. 피바디는 법의 허가를 얻고 길에 버려진 아기 셔먼의 아버지가 되었고, 블루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아내 쥬엘의 권유로 아마존으로 떠난다.

두 작품의 분위기는 완전히 상반된다. <피바디>는 도시를 배경으로 타임머신이라는 장치를 통해 역사적인 공간과 현재를 넘나들며 인간의 감정을 다룬다. 반면 <리오2>는 아마존을 배경으로 원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생태계 속 동물들의 감정을 다룬다. 특히 <리오2>는 새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아마존의 자연경관이 장관을 이룬다.

참신한 <피바디> VS. 익숙한 <리오2>

 타임머신 웨이백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셔먼과 피바디.

타임머신 웨이백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셔먼과 피바디. ⓒ 드림웍스


"아이는 강아지를 입양하는데, 강아지는 아이를 입양할 수 없나요?"

우리는 삶에 친숙하게 다가와 있는 대표 반려동물 강아지를 가족이라 부르며 살아가지만, 정작 강아지의 권리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한다. '강아지에게도 가족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피바디>의 발상은 신선하다.

사람보다 똑똑한 강아지 피바디는 길거리에 유기된 아이 셔먼을 입양하면서 사람과 다름없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를 기른다. 셔먼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발상과 구성은 참신했지만 천재 강아지가 위기를 항상 모면해나간다는 전개는 예상 가능했고, 결말 역시 뻔하거나 진부하게 다가왔다. 또, 타임머신의 작동방식이나 시간의 혼선, 블랙홀 등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그대로 빌린 점도 아쉽다. 

반면 <리오2>는 익숙한 느낌이 강했다. 전작의 기존 포맷을 유지하면서 연속되는 이야기를 다뤘고, 캐릭터들도 익숙해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뮤지컬 형식은 <겨울왕국>과 비슷했다.

하지만 전작의 성공을 의식한 탓인지, 사건의 전말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전편을 보지 못한 관객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반복되었다. 아마존 내에 쥬엘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정작 블루는 어디서 태어났고 그의 가족은 어디 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나이젤이 블루에게 복수하려는 이유도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나이젤이 블루로 인해 날 수 없게 돼 복수심을 품게 된 사건을 10초 정도로 짧게 보여주지만, 충분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 전편을 보지 못한 사람은 나이젤의 분노를 이해하기 힘들 듯 하다. <리오2>만 보자면 오히려 나이젤의 분노는 광기 어리고 우스꽝스러웠다.

생각하고 싶다면 <리오2>, 웃고 싶다면 <파바디>

 <리오2>의 블루 가족.

<리오2>의 블루 가족.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리오2>는 아마존 생태계 문제의 심각성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전반부에는 아마존에서 멸종 위기종 파란 마코 앵무새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다, 후반부에는 앵무새 부족이 처한 현실을 전면에서 다룬다.

아마존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 아마존을 지키려는 사람과 파괴하려는 사람이 대립구도를 이룬다. 현실에서는 사람들끼리 생태계 문제를 두고 논쟁하지만, <리오2>는 실질적 당사자인 동물들의 입을 빌린다. <리오2>가 표현한 동물들의 마음도 상상의 산물이지만,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아마존의 생태계 문제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반면 <피바디>는 생각거리는 별로 없었다. 왕따 문제, 자녀 과잉보호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는 정도를 던져준 정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당시 아이들의 감정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

하지만 <피바디>의 강점은 피바디와 셔먼이 시간여행에서 만난 역사적 인물들을 해학적으로 재해석해 웃음을 자아낸 것. 재해석의 과정에서 불편함이나 역사적 왜곡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순전히 상상력을 반영해 모나리자를 '웃지 못하는 여인', 아가멤논을 '냄새나는 영웅' 등으로 표현해 역사적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꾸며내 웃음을 유발했다. 그들이 몸담았던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역사를 배우고, 어른들은 웃을 수 있을 듯 하다.

리오2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 블루 피바디 애니메이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