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시>에서 체육교사 준기 역의 배우 장혁이 2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가시>에서 체육교사 준기 역의 배우 장혁이 2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가시>를 두고 장혁은 "'사랑이 뭘까요?'라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최근까지 강한 액션이나 긴박한 재난 영화로 대중을 찾았던 장혁이 사랑의 물음을 안고 돌아왔다. 정통 멜로는 아닌 스릴러와 멜로의 혼합이다. 그는 고등학교 체육 선생으로 여고생에게 수수께끼 같은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을 맡았다.

작품 선택을 두고 장혁은 "평온한 일상에서 설렘을 느끼는 순간을 파격적으로 그린 게 마음에 들었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그렇다. 그의 말대로 사랑엔 여러 종류가 있어 보인다. 남녀 간의 감정이라 할지라도 상황, 환경, 여러 조건에 따라 달리 비춰지는 게 사랑이 아니던가.

"영화가 스릴러 장르면서 멜로의 느낌도 강하게 있어요. 여고생에게 집착하기 보다는 중독된 인물이죠. 아내와 제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점이 있는데 표면적으로 제가 맡은 인물은 도덕적인 남자는 아닙니다. 비겁한 사람이기도 하죠. 설렘을 느끼고 싶으면서도 현실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충동이 있는 사람이에요."

신예 조보아와의 작업..."내가 스물넷일 때보다 낫다"


극 중에서 장혁의 마음을 흔들었던 여고생은 신예 조보아가 맡았다. 감정과 긴장감을 주고받을 상대역으로 다소 약해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내가 스물넷일 때보다 지금의 조보아씨가 훨씬 나은 거 같다"며 "복싱에 비유하면 조보아씨는 스파링(링 위에서 실전처럼 맞붙는 훈련)을 할 때 강한 펀치를 날린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확실히 20대를 거쳐 30대가 되니까 정서가 달라지더라고요. 간만에 진한 로맨스를 했는데 일상의 것이 아니라 좀 어렵긴 했어요. 럭비선수 출신의 체육교사가 여고생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있는데 김태균 감독님이 좀 눌렀으면 좋겠다고 해서 표현을 좀 감추며 감정을 가져갔죠. 보아씨에게도 서로 캐릭터에 대해 공부를 안 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고요. 분석해야 할 캐릭터가 있는 반면 이번 영화는 흘러가는 대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 겁니다."

마침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은 장혁이 스물다섯 때 영화 <화산고>를 통해 인연이 맺은 감독이었다. 조보아를 보며 자신의 10년 전을 떠올렸던 장혁은 김태균 감독과 조보아에 대한 단상을 전했다. 익숙한 감독과 낯선 여배우와의 호흡이 묘하게 맞아떨어져 갔단다.

"<화산고> 찍을 때 김태균 감독님과는 소통할 부분이 많지 않았어요. 그때 감독님이 지금의 제 나이였네요(웃음). 당시엔 현장 규모가 너무 커서 소통하기 어렵기도 했고, 저 역시 항상 와이어에 매달려 있었기에 물리적으로도 가까울 수 없었죠. <가시>를 통해 오히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조보아씨에게는 아직 말을 안 놔요. 제가 원래 다른 배우들에게 말을 잘 안 놓습니다. 마음의 동요가 들기 전에 말부터 놓으면 제가 오히려 불편해져요. 존칭을 쓰면서 친구처럼 편하게 더 대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선배 의식이 아니라 동료 의식을 갖자는 거죠. 신세경씨랑도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인연이 됐지만 아직까지 존대를 하고 있습니다. 조보아씨가 신인이라도 고등학생 정서엔 나보단 더 가까이 있을 테니 그가 더 잘 알겠죠. 그걸 존중하자는 거였어요."

운동으로 자기 콘트롤..."일상도 꽉 채워 살고 있어"

 선우(장혁 분)는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는 영은에게 점차 빠져든다.

영화 <가시>의 한 장면. ⓒ (유)브이에스


얼마 전 SNS 상에서는 장혁의 복싱 동영상이 화제였다. MBC 예능 프로 <진짜 사나이>에도 일부 등장했지만 평소 복싱과 운동으로 몸을 다지는 게 예사롭진 않았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운동은 쉬지 않는다"는 장혁은 그야말로 운동과 연기에 '중독' 돼 있었다. <감기>를 찍을 당시에도 승마를 하다가 팔이 부러져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게 담배처럼 중독되는 거 같아요. 일상에 중독된 거죠. 집-체육관-(소속사) 사무실, 이게 제 평소 동선이에요. 나머지는 다 현장에 있죠. 그러다 가끔 친구도 만나긴 하고요. 얼마 전에도 승마하다가 허리를 다쳤는데도 운동은 안 쉬었어요. 땀 흘리는 자체도 좋지만 제겐 삼시 세끼를 먹는 밥과도 같은 게 운동입니다."

"운동이 자기 컨트롤에 좋다"며 한창 열정적으로 장광설을 하던 그에게 아내가 걱정하진 않는지 물었다. "다치면 당연히 뭐라고 한다"면서도 "아내와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봤다"며 망설이지 않고 답한다. 무용수 출신 아내가 그의 일상을 이해한다며 새삼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지면을 통해 전했다. 

운동과 연기가 전부라고 했지만 장혁은 나름 랩도 했고, 시나리오도 쓰고 있으며, 최근엔 <열혈남아>라는 자서전까지 냈다. 그만큼 삶을 꽉 채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겠다. 시나리오의 영화화를 제안하니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른 영역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그가 시나리오를 쓰는 이유였다.


"배우 입장은 누군가의 제안을 받아야 하는 거잖아요. 시나리오를 써보면 제작자와 창작자가 어떤 배우와 작업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어 하는 역할과 내용의 연장선일 수도 있고요."

위 이야기를 하면서 장혁은 <가시> 출연을 여러 번 피했다는 사연을 전했다. 장혁은 "<화산고>를 찍으며 8번이나 기절했다"며 "감독님과 어떤 작품을 할 자신이 없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서로에 대한 격정적인 설득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창작과 연출자의 고통도 충분히 알기에 수년을 준비한 <가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혁은 차기작 <순수의 시대>를 준비 중이다. 이방원 역을 맡아 사극의 묘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차기작 이야기에 장혁은 "우선 <가시>를 통해 조보아가 대중들에게 많은 설득력을 얻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며 후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여러 모로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장혁 가시 조보아 김태균 진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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