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린 제1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4월 1일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린 제1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 성하훈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제정된 제1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이 1일 오후 서울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렸다. 최우수작품상에 오멸 감독의 <지슬>이, 감독상은 <사이비>의 연상호 감독에게 돌아갔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정은채와 <가시꽃>의 남연우는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또 <배우는 배우다>의 이준은 신인배우상을, <가시꽃>의 이돈구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은 <풍경>의 장률 감독,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상은 <말하는 건축가>의 정재은 감독이 각각 받았다. 촬영상은 <지슬>의 양정훈 촬영감독에게 돌아갔다.

들꽃영화상은 이렇게 총 9개 부문에서 수상작(자)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언급된 작품들 모두 2013년 개봉해 독립영화로 주목받았다.특히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오멸 감독의 <지슬>은 지난해 미국의 선댄스영화제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데 이어, 4.3 항쟁 66주년을 이틀 앞두고 들꽃영화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돼 의미를 더했다.  

미국인 영화 평론가가 만든 '들꽃영화상'

 들꽃영화상을 제정한 미국인 평론가 달시 파켓

들꽃영화상을 제정한 미국인 평론가 달시 파켓 ⓒ 성하훈


들꽃영화상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달시 파켓은 1997년 한국에 온 이후 코리안필름이라는 영문 사이트를 통해 한국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저술과 강의, 영어 자막가, 영화 출연 등 한국영화계의 중심에서 다양한 활동을 펴 오고 있다.

'들꽃'이라는 이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 힘으로 선다는 들꽃처럼 다양하고 생명력있는 독립영화를 응원한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달시 파켓이 집행위원을 맡았고, 오동진 평론가가 운영위원장으로 참여했다. CGV 무비꼴라쥬와 씨네 2000, 두타연 등 영화제작배급사들이 후원자로 함께 했다.

달시 파켓이 들꽃영화상을 만든 목적은 미국의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나 영국의 '브리티시 인디펜던트 필름 어워즈' 같은 독립영화상이 한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립영화가 관객들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람을 갖고 있던 달시 파켓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달시 파켓은 "독립영화계의 대종상, 혹은 청룡상이나 백상예술대상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 독립영화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창조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그에 걸 맞는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들이 반드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달시 파켓은 이번 1회 시상식의 영어 제목을 '독립영화를 넘어서'(Independent and Beyond)라고 붙인 것에 대해 "상업영화나 독립영화의 구분을 짓지 않고 앞으로 독립영화의 개념 폭을 좀 더 자유롭게 넓히려 하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준익 감독조합 대표를 비롯해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안동규 영화세상 대표,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200여명의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해 들꽃영화상의 첫 출발을 축하했다. 한 제작자는 "국내에서 만들었어야 할 영화상인데, 외국인이 나서서 만들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들꽃영화상 향한 영화계 엇갈린 시선들

 1회 들꽃영화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배우는 배우다> 이준

1회 들꽃영화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배우는 배우다> 이준 ⓒ 성하훈


국내에 여러 영화상이 있지만, 독립영화를 따로 구분해 시상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작품성을 인정받고 시상식의 주요 후보작에는 오르지만 상업영화들에 밀려 대부분 본상 수상은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독립영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상 등장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들꽃영화상 관계자는 "올해는 초저예산으로 준비해 수상자나 수상작 상금이 없고 상패만 수여하지만 앞으로는 상금 지급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들꽃영화상을 바라보는 독립영화 진영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마케팅적으로 (들꽃영화상) 시상식이 '기존에 없는', '독립영화를 위한 상'이라는 것을 특별히 부각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하겠으나, 개인적으로 그조차도 좀 더 책임감 있게 사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독립영화의 공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너도 나도 '독립영화'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상황이) 그때그때 유리할 때만 그렇지 불리하면 그냥 '영화'이거나 '저예산상업영화'이거나 '다양성영화'라고 한다"며 "문제는 이 종횡무진한 말의 담론 속에 극장에서 개봉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독립영화들이 무수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제작자는 "독립영화에 대한 개념 정립 자체가 중요하다"며 "저예산영화나 다양성영화 등의 이름이 독립영화와 섞여 사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독립영화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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