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남편 유재학 역의 배우 지진희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남편 유재학 역의 배우 지진희가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대장금> 시청률이 90%가 넘는다'는 곳에서 SBS <따뜻한 말 한 마디>(이하 <따말>) 속 지진희를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언제나 정인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따뜻하게 그를 감싸 줬던 <대장금> 속 민 종사관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따말> 속 지진희가 연기한 유재학은 우유부단한 데다 잘못을 해 놓고도 뻔뻔하기까지 해 보는 이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하지만 유재학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답이 없는' 인물이었던 것도 아니다. <따말>은 단순히 불륜을 다룬 드라마가 아니었다. 위기를 맞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성장의 서사였다. 유재학 또한 마찬가지였다. 엄격한 가정에서 주어진 삶만을 살던 그에게 생명력이 넘치는 상대는 난생 처음 만난 감정을 가져다 줬고, 유재학은 그 언저리를 맴돌았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로 선택한다.

지진희는 "뻔한 스토리가 될 수 있었음에도 막나가거나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리듬을 유지하면서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며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 준 드라마를 만나게 되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유재학의, 혹은 지진희의 눈으로 바라본 <따말> 속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내가 '정답'이 아니라는 걸 되새겨 준 작품"

 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남편 유재학 역의 배우 지진희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남편 유재학 역의 배우 지진희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지수의 이야기를 할 때, 지진희는 유독 고마워했다. "매신이 쉽지 않고, 미묘하고 복잡한 연기를 해야 했다. 나는 대부분 듣는 입장이었다가 미세하게 반응을 보여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줬다. (김지수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딱 선을 지켜 준 덕에 나는 그걸 받기만 하면 됐다. '김지수가 연기하는 데 방해하지 말자, 저 긴장감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자, 그걸 내가 고스란히 받고 주자'는 마음 뿐이었다. 그래서 김지수랑 촬영할 땐 나는 거의 NG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힘이 빠져서 정작 내 신을 찍을 땐 한 두 번 NG가 났지만,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상대 배우가) 조금 흐트러지거나 긴장감이 없다면, 다른 호흡을 한다면, 바로 앞인데 다 느껴지지 않았겠나. 그럼 내가 힘들어진다. 대신 저렇게 고생을 하니 쉴 때는 풀어주자 싶어 농담도 하고 장난도 하면서 긴장감 풀어주려고 했다. 그래야 (김지수가) 힘든 연기를 견딜 수 있겠다 싶었다." ⓒ 이정민




- <따말>은 계속해서 의문이 생기는 드라마였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어땠나.

"내가 지금 꾸리고 있는 가정,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 혹은 그를 사랑하는 내 자신이 과연 맞는 걸까? 정말 진실된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드라마가 던져준 것 같았다. 나는 물론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사랑이 진짜라고 믿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 믿었고.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내가 꼭 정답이 아니라는 걸 되새겨 준 드라마다."

- 드라마를 보며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내내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재학은 왜 완벽한 아내 미경(김지수 분)을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났던 건가.
"(웃음) 재학의 입장에서 살아보니 알겠다. 살아온 환경 탓에 재학에게는 부모님을 잘 모시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게 삶의 목표이자 당연한 일이었다. 아픈 가족사 같은 것도 없었으니 그냥 당연했던 거다. 거기에 단지 부모님이 결정해 준 미경이라는 인물이 적합했고, 그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문제없이 그대로 살면 되는 거였는데, 아마 마음 한 구석에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다. 미경도 마찬가지라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지 않나. 재학도 운동하고, 레고를 조립하는 걸로 풀고 있었는데…. 은진(한혜진 분)을 만나니 이건 재학에겐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였을 거다."

- 그런데 심지어 들키고도 뻔뻔하기까지 했다는 게 공분 아닌 공분을 샀더라. (웃음)
"재학은 은진을 향한 감정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민했을 거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거고. 결국 은진과는 안 잤지 않나. 또 다른 사랑이라는 걸 알았지만 자신이 그걸 쫓아갈 만큼은 안 될 거라는 걸 알았고, 가정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걸 알았을 거다. 대사에 '가끔 밥 먹고 차 마시는 게 뭐가 죄냐'라고 했는데, 재학의 입장에선 정말 그랬다. 그조차 가족을 지키기 위한 행위였던 거다.

살아온 게 그렇다 보니 재학의 표현이 그리 과격하진 않았다. 그러니 (불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변명은 안 하고,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라거나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라는 것도 재학 나름대로의 표현 방식이었다. 결국 재학의 이성적인 스타일대로 마지막에 다 해결되지 않나. 이별여행을 가서는 '앞으로 노력해 보겠다, 하지만 그것도 싫다면 좋다'라고 말하니까. 아마 미경도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나도 진정한 사랑을 했던 건 아니지'라고 깨닫고, 또 재학을 조금을 알게 되면서 다시 만나기로 한 것 같다."

- 실제론 굉장히 가정적인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대본을 보며 재학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바람이…아무나 피는 게 아니다. 부지런해야 돼. (웃음) 신경 쓸 것도 많고 머리도 좋아야 하고. 그런데 재학의 경우엔 '바람을 피워야겠다'하고 시작한 건 아니다. 그저 자기도 모르게 뭔가 쿵 하고 들어왔던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재학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철저히 안 했다. 사람이다 보니 (은진과 호텔에) 가긴 했지만 또 거기서도 '이건 아니다'라며 나오지 않았나. 그걸 보며 은진이나 재학 모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가정을 정말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싫으면 싫다고, 느낀 걸 말해야...안 그러면 곪아 터진다"

 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남편 유재학 역의 배우 지진희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남편 유재학 역의 배우 지진희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후배 배우 박서준과 한그루를 두고도 지진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잘하고, 욕심 있는 배우들이다. 그 욕심이 과한 게 아니라 연기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이었고, 그런 게 멋졌다. <케이팝스타>의 박진영씨를 보면...'공기 반 소리 반'이 아니더라도 결국 자신의 색깔을 가진 사람을 뽑지 않나. 둘이 딱 그랬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얼마전엔 서준이에게 '네가 너무 잘 나가서 우리가 묻어가야겠다'는 농담도 했다. 한번은 밥을 먹으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뜬다는 게 굉장히 위험한 말'이라고. 고층 빌딩이면 떨어가는 순간 죽는 거다.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는 건 쉽지만, 또 해야 할 일이 많다...그런 이야기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런 거밖에 없지 않나. (웃음)" ⓒ 이정민




- 극중 미경이 재학의 뒷조사를 했다는 걸 알고 화를 내는 부분도 앞서 말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적반하장'이라는 반응도 물론 있었지만. (웃음)

"그건 '최소한의 선은 지켜라'는 의미였다. 재학 또한 그랬으니까. 재학이 은진과 안자고 싶었겠나? 젊지, 예쁘지, 그런데도 참지 않았나. 성인으로서, 또 도덕적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또 재학으로선 미경이 당연히 남편으로서의 자신을 믿고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다 참고 선을 넘지 않았고, 미경에겐 미안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뒷조사를 한 걸 알게 된 순간 '아내가 날 믿지 않았다' 싶어 욱했던 거라고 생각했다."

- 재밌는 건 재학이 그걸 다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입 밖에 꺼내기지 않았다는 거다. 어머니(박정수 분)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유독 재학은 말하기보다는 듣는 사람이었다.
"재학도 그것 때문에 늘 괴롭겠지만,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또 그게 또 너무 당연해서 이야기를 안 했을 거고. 미경에게도 '당신이 힘들겠지만 우린 어른이야, 나도 힘들지만 참고 있어, 그러니 당신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을 가졌을 거다. 재학의 입장에선 나름 정답대로 행동한 거다. 받아치면 더 큰 싸움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묵묵히 듣고 물러선 거고.

하지만 모두가 자신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대로 생각하다 보면 더 큰 게 곪아 터지기도 할 수 있다는 걸 재학은 분명히 몰랐다. 미경이 아무 말 없이 잘하고 있으니 자신의 정답이 맞다고 생각했던 거다. 물론 그간 미경도 말을 안 하고 뒤에서 모든 걸 다 했으니까 일이 커졌고. (웃음) 이건 드라마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청자가 보면서 느껴야 하는 부분인데, 대화가 필요하다. 느낀 걸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해야 한다. 싫은데도 참고 넘어가면 그건 해소가 안 되고 쌓인다. 그러다 터지는 거다."

- 이렇게 답답한 인물이었음에도 극중 스타일링 덕에 재학이 멋있어 보였음을 고백한다. (웃음) '완판남'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내가 멋있어서라거나 스타일리스트 하나가 잘 했다기보다,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웃음) 물론 함께 신경을 많이 썼다. 극중 은진과 바람을 피우는데, 그 젊은 애가 재학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를 하게 됐고, 헤어스타일도 연구를 많이 했다. 2:8 가르마는 내가 제안했다. 어떻게 보면 또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가장 멋있어 보이는 스타일이기도 하니까. 옷도 아주 젊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으려 했다. 유행에 따르는 건 배제하고, 정장 위주로 멋진 중년 남성을 표현했으면 했다. 그렇게 매주 의상 피팅하고 준비를 하다 보니 잘 나온 것 같다."

* 지진희 인터뷰 2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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