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가수 짙은ⓒ 파스텔뮤직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가수 짙은(본명 성용욱)의 새 앨범 <디아스포라(diaspora): 흩어진 사람들>을 듣고 있자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제목마저 잿빛인 '망명'으로 바닥을 치고는 비교적 희망적인 느낌의 '안개'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타이틀곡 'Try(트라이)'를 포함해 앨범에 담긴 5곡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는 탓에, 전곡을 들으면 5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듯하다.

앨범 제목으로 내세운 'diaspora'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영어로, '뿔뿔이 흩어지다'는 뜻이다. 최근 <오마이스타>와 만난 짙은은 "우리의 삶이 일상적인 이산의 삶, 일상적으로 떠도는 삶 아닌가 싶다"면서 "여기에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부제를 더해서 느낌을 줬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 동안 책에 빠져 살았다는 짙은은 "그래서 앨범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책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EBS 라디오에서 <단편소설관>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방송에서 다룬 책은 다 읽었다.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사실 기억을 잘 안 하는 편이다. '마음에 남았겠지' 하고 만다. 기억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피곤도 느끼는 것 같고. 뭔가 기억하려고 하면 소화가 되기 전에 박제된 느낌이기도 하고."

짙은이 노래하는 포기와 도피..."아름다운 패배도 멋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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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왜 삶이 그렇지 않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잘하려고 해도 힘든 게 현실이다. 절망하고 힘들어하기보다 '아름다운 퇴장도 멋있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파스텔뮤직


짙은은 새 앨범에서 저항보다는 포기와 도피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기력한 도피나 추방은 아니다. '쫓겨나는 게 아니라 내가 가는 거야'라고 노래한다. 그는 "패배지만 아름다운 패배"라면서 "일종의 '정신 승리'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희망적인 분위기로 풀어낸 '안개'조차도 전체적인 정서는 꽤 우울하고 어둡다.

"합리화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다. 다만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고 그냥 맞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거다. 일종의 정신적인 위안일 수도 있다. 왜 삶이 그렇지 않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잘하려고 해도 힘든 게 현실이다. 절망하고 힘들어하기보다 '아름다운 퇴장도 멋있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덧 2년이 흘렀다는 짙은. 그는 < diaspora >를 연작 프로젝트로 이어갈 계획이다. "지금은 작업을 쉬고 있다"고 밝힌 짙은은 "곧 새로운 생각이 또 자리 잡지 않을까 싶다. 구상이 더 재밌어질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올해 안에 새 앨범으로 연작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대중적으로 꽂히는 노래 만들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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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사실 대중적으로 히트하려면 이슈도 있어야 하고, 노래 자체가 중독성 있어야 한다. 다른 차원의 운이 좋아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실력도 필요하다. 대중적으로 꽂히는 노래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이 좋아할 코드를 잡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파스텔뮤직


요즘 짙은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는다. 기계음이 난무하는 댄스 뮤직보다는 제임스 블레이크 이후 한층 조용해진 일렉트로닉을 듣는다고. 그는 "대중적인 음악이 어떤 건지 알겠고, 계속 고민하지만 솔직히 안하고 싶은 것 같다"면서 "헛스윙을 싫어하는 것 같다. 절묘하게 대중적인 곡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궁금해서 내 노래의 순위를 찾아보긴 하지만 기대는 안 한다. 판매량 등으로만 순위가 매겨지지 않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결실이 작을 수도 있지만 적당한 게 좋은 것 같다. 사실 대중적으로 히트하려면 이슈도 있어야 하고, 노래 자체가 중독성 있어야 한다. 다른 차원의 운이 좋아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실력도 필요하다. 대중적으로 꽂히는 노래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이 좋아할 코드를 잡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파스텔뮤직과 재계약한 짙은은 봄부터 본격적인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4월에는 루시아와 합동 공연을 하고, 5월에는 단독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에서도 짙은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가수들과 함께 공연했던 그는 노리플라이 권순관과의 만남을 꿈꾸고 있다.

"같이 공연하고 싶다고 계속 얘기했는데 엇갈려서 못 만났다. 언젠가는 꼭 함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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