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밀회 포스터

JTBC 월화드라마 <밀회> 포스터. ⓒ JTBC


종편채널 JTBC의 <밀회>가 월화드라마 판도를 뒤집어 놓고 있다. MBC <기황후>의 독주에, SBS <신의 선물>의 약진, KBS <태양은 가득히>가 부진의 양상을 보이는 맥 빠진 지상파 드라마의 경쟁에 겁 없이 뛰어 들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단 3회 만에 시청률 꼴찌를 달리던 <태양은 가득히>를 제치고 동시간대 드라마 3위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지상파 채널과 유료 채널의 시청률 산출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지상파 드라마와 종편 드라마의 시청률 비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럼에도 <밀회> 4회의 시청률 4.062%(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는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다. 이날 같은 시간에 방송됐던 <태양은 가득히>는 2.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들 드라마의 시청률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출 방식이 어떻든 간에 종편 드라마인 <밀회>가 지상파 드라마보다 화제가 되고,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밀회>는 화제의 이유를 극의 완성도로 충분히 증명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보도된 자극적인 요소들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매력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밀회>는 김희애와 유아인이 금기된 사랑을 그린다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단순한 연상연하 커플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가정을 가진 유부녀와 아들 뻘이 되는 남자와의 위험한 사랑을 담은 내용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될 수밖에 없는 관계를 묘사하려는 의도가 호기로워 보이기는 했지만, 다소 위태로워 보이는 것도 사실인 내용이었다.

거기다 불과 3회 만에 이들은 키스신을 연기한다. 오혜원(김희애 분)을 처음 본 순간, 이선재(유아인 분)는 그녀를 자신의 삶을 뒤바꿔줄 선생님이 아닌 운명의 여자로 받아들이고, 이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냈다. 그의 키스는 차곡차곡 쌓아 올린 상류층 여자의 위엄을, 세상이 정해놓은 견고한 규범의 성을 와르르 무너뜨린 매우 강렬하고 저돌적인 공격과도 같았다. 오혜원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을 치명적인 침범이 분명했다.

스승과 제자, 유부녀와 청년이 나누는 사랑은 시대를 초월한 금기 사항들 중 하나다. <밀회>는 그것을 소재로 삼았다. 당연히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원래 위험할수록 흥미로운 법이며, 금기 시 될수록 욕구가 일어나는 법이다. <밀회>는 이러한 요소들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열게 만드는 관전 포인트로 삼았다.

자극적인 소재로 막장드라마를 만들지 않는 능력

 '밀회' 김희애 유아인

'밀회' 김희애 유아인 ⓒ 음대성


그러나 <밀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욱 노골적인 요소들이 극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막장 드라마라고 불릴만한 내용, 그 자체로 화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막장을 막장답지 않게 그려내고 있는 면면들로 더욱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중이다. 참으로 묘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분명 두 남녀는 위험한 외줄타기에 들어섰다. 오혜원은 이선재를 있는 힘껏 밀어내고 있지만, 그녀의 무의식 속에는 벌써 그가 들어와 있다. 이선재의 바람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이 처연해 보이고 안쓰러워 보인다. 때로는 그들의 감정에 같이 휘말려 그들을 이해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이는 사람의 심리를 매우 통찰력 있게 그려나가는 연출력 때문일 테다. 상황은 금기지만 사람의 감정을 금기로 가둬 놓을 수는 없음을 영민한 연출력이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이에 순응하는 김희애와 유아인의 감정 표현 연기는 연출이 요구한 그 이상을 보여준다. 욕망의 억제와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무쌍함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들의 만남이 갈수록 아련해지고 있는 이유는 이 두 배우가 캐릭터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또 그대로 투영하는 능력 때문일 테다.

상류층의 실체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도 이 작품이 지닌 매력들 중 하나다. 계모 한성숙(심혜진 분)과 딸 서영우(김혜은 분)의 싸움은 추악하고 볼썽사납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머리끄덩이를 잡고 화장실 변기에 얼굴이 파묻으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천박한 인간들에 불과하다.

마치 영화 <돈의 맛>을 보는 듯, 더없이 고귀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상류층의 뒷면에는 보기에도 민망한 패악들이 들끓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돈의 맛>의 표현법이 약간은 난해하고 상징적이었던 반면, <밀회>는 보다 더 실질적이고 현실감 있게 상류층의 실체를 들춰낸다. 탐욕과 시기, 부정과 성적 타락을 사람의 감정에 잘 용해하여 해석할 줄 아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밀회>는 단순히 호기심 어린 요소들로 시청자들을 단발적으로 끌어 모으려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물론 금기된 사랑이 주제이긴 하나, 그보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성찰에 더 깊은 뿌리를 박고 있다. 김희애와 유아인의 비주얼은 충분히 파격적이다. 그러나 <밀회>는 그들이 보여주는 파격 그 이상의 매력들로 더욱 빛나는 작품이다. 어쩌면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을 쉽게 따라잡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밀회 유아인 김희애 김혜은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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