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인디]는 < 오마이스타 > 와 서교음악자치회(회장 이준상)가 손잡고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는 연재 기사입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서교음악자치회는 120여 밴드와 아티스트가 소속된 50여 개의 레이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EBS < 스페이스 공감 > 의 편성 축소 논란이 불거지자, 서교음악자치회는 지난 1월 관련 단체들과 연계해 홍대 일대 공연장에서 < '공감'하고 싶어요 > 라는 릴레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오마이인디]를 통해 우직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들을 만나보시죠. < 편집자말 >

 밴드 파블로프. 우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도함(보컬), 조동원(드럼), 박준철(베이스), 류준(기타)

밴드 파블로프. 우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도함(보컬), 조동원(드럼), 박준철(베이스), 류준(기타) ⓒ 러브락레코드


2012년부터 준비한 첫 정규 앨범 <26>의 완성을 앞둔 밴드 파블로프. 연습실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간단한 녹음 시설을 구축해서 녹음하고, 믹싱에도 참여하여 한 땀 한 땀 자신만의 사운드를 수놓고 있는 26살의 유쾌한 청년 넷을 만났다.

- 안녕하세요. 먼저 파블로프라는 밴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길가다 마주칠만한 평범한 친구들이 모여서 보컬(오도함), 기타(류준), 베이스(준철), 드럼(조동원) 딱 이렇게 스탠다드 포맷으로 무난한 음악을 하는 밴드예요."(도함)

- 파블로프라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유명한 러시아의 학자 이름이구요. 다만 '파블로프의 개' 그런 의미 때문에 선택한 게 아니라 '이반 파블로프'라는 이름이 멋있어서 선택했어요."(준철)

- '파블로프'라는 이름이 고유명사다 보니 검색이 힘든데 바꾸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망했어요.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파블로프스 도그(Pavlov's Dog)라는 우리보다 훨씬 유명한 미국 밴드가 있어요."(준)
"옛날에 한번 바꾸려고 그랬어요."(도함)
"(우리 이름이) 너무 뜬금없어서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의미를 붙이는 게 창피한 거예요. 멋있는 게 아닌데."(준철)
"그래서 이름을 바꾸려고 했는데, 그냥 뭐 결혼생활처럼 버티는 기분이에요. '그냥 살자. 이미 도장 찍은 거야' 뭐 이런 거?"(도함)
"주변 사람 모두가 '이름 바꿔라'라고 하면 바꿀 거예요.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바꾸지 말라고 하는 한 파블로프라는 이름으로 계속 하겠죠."(준철)

"우리는 민주적 밴드, 만장일치로 택한 곡만 써요"

- 밴드를 얼마나 같이 한 거예요?
"스쿨밴드로 처음 만난 게 2003년이니까, 만으로 10년이에요, 10년."(동원)
"앨범 기준으로 보면 데뷔한 지는 6년차고요."(도함)

- 10년동안 밴드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믹싱을 하거나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는데, 조금씩 진화한다고 해야 하나? 신기해요. 점점 더 잘하니까."(도함)
"그러니까 이제 도함이가 진화할 차례예요."(준철)
"뭔가를 보여드리겠습니다!"(도함)

- 도함씨가 연주 없이 노래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연주를 못해요."(준철)
"기타도 치면서 해보고, 키보드도 해봤어요."(도함)
"'불을 당겨주오' 할 때 도함이 파트가 하나 있었어요. 파워코드만 치는 거였죠."(준)

"제가 산만해서 안되는 거 같아요. 연주하면서 노래하고 이게 잘 안되요. 그래도 요즘은 기타를 열심히 치고 있어요."(도함)
"음악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준)
"네. 음악적인 이해를 해야 해요. 다들 음악적인 대화를 하는데 저 혼자 'A코드가 뭐지' 이러면 안돼요 더 이상."(도함)
"저희가 이론을 알아가는 동안 도함이는 감각만 늘어서 대화가 잘 안될 때도 있었어요."(준철)
"얘네들이 이론을 공부할 때, 전 옆에서 운동하고 있었거든요. 예전에 검정치마 (조)휴일 형이랑 베이스를 쳤던 영이 형이 침대에 앉아서 기타를 치면서 곡을 만들더라구요. 언젠가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도함)

- 파블로프의 음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지 궁금해요.
"침대에 앉진 않지만, 준이와 둘이서 곡을 만들죠. 기본을 만들면 멜로디와 가사는 보통 도함이가 만들어요."(준철)
"우리가 멜로디를 만들어도 도함이가 다르게 부르고, 최종적으론 그게 멜로디가 돼요."(준)
"저는 구성, 편곡을 주로 하구요."(동원)
"분담이 정확하게 되어있는 건 아닌데, 보통 이렇게 곡이 완성이 돼요. 옛날엔 합주하면서 MP3로 전부 녹음한 다음에 들으면서 '몇분 몇초가 괜찮다' 이런 식으로 만든 적도 있어요."(준)
"정말 힘들었어요. 한 곡 만드는데 오래 걸려요. 연주도 좋고 리프도 좋은 곡에 멜로디가 안 나올 때도 있고요."(준철)
"멜로디가 안 나오면 노래도 안 나와요. 대개 멜로디가 좋으면 리프도 리듬도 다 나오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도함)

"저희는 만장일치제라서 누구 하나 안 된다고 하면 그 곡은 버려요."(준철)
"이건 밀어야 겠는데 누군가 반대한다면 설득해야죠."(준)
"끝까지 설득해야 해요. 리프 하나 바꾸고 구성 하나 바꾸는 것도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안돼요. 다수결도 아니에요. 모두가 납득할 때까지 설득해서 무조건 만장일치."(도함)

"이렇게 민주적인 밴드가 어딨어?"(준)
"이게 좋은 게 하나 정하는 데는 오래 걸려도 한 번 정해지면 절대 못 바꿔요. 우리가 다 동의하고 정한 거니까."(도함)
"그런데 경험 상 한번에 쭉쭉 나온 게 제일 좋아요."(준)

"'한껏 조여진'이 만들어진 날, 류준이 늦었어요. 준이가 없고 저희 셋이 모였을 때를 '삼별초'라고 하는데, 그때 이미 구성이랑 리프가 나왔어요. 나중에 류준이 와서 기타를 올려보고 완성된 거예요. 생각해보니까 '소방관의 어젯밤 이야기'도 삼별초가..."(준철)
"'한껏 조여진'의 앞부분 리프로 장난치다 만든 게 '재즈의 모든 것'이고요."(준)
"'재즈의 모든 것'은 가사도 거의 한번에 나왔던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노래를 쭉 들어보니까 후렴 끝부분이 '워~'나 '아~'더라고요. 그게 쉽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잘 따라하는 것 같아요."(도함)
"그래서 나중에 몇 개는 고쳤어요. 전부다 그걸로 하긴 그래서."(준철)
"쉬워서 좋은게 사람들이 잘 따라하는 게 아니라, 쉬워서 자기가 안 까먹는 것 같아요."(준)

- 이야기가 나온 김에 1집 이야기 좀 해주세요.
"콘셉트는 서울의 록? 강북 사운드예요. 서울은 상당히 넓잖아요. 저희 가사에 골목길이나 가로등이 자주 나오는데요. 제 마음엔 종로의 뒷골목 같은 곳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희에게는 강북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홍대도 강북이고, 저희의 음악이 강남에서 지향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거든요."(도함)
"내용은 밤에 만나는 여자들에 대한 얘기죠. 정확히는 밤에 여자를 만나는 20대 남성에 대한 이야기."(준철)
"앨범 제목이 <26>이거든요. <26>이라는 숫자 자체가 저희 나이고, 여태까지 봐 왔던 거, 들어왔던 거, 그러면서 자란 26살의 아이들이 하는 음악이라는 거예요. 그때 봤던 좋아하는 걸 가져다 쓰는 거죠."(준)
"음악도 그렇고, 퍼포먼스도 그렇고, 쓰는 악기나 이펙터까지도 그동안 우리가 듣고 보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게 들어있는 거죠."(준철)
"그게 제일 멋있으니까요. 미국이나 핀란드 음악이 멋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걸 가져다 썼겠지만, 저희가 옛날부터 들었던 음악이 제일 멋있어요. 서울이 제일 멋있어요."(도함)

"여기저기서 장비 빌려 녹음...인덕 잘 쌓았나봐"

- 레코딩을 직접 했다고 들었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개인적인 일도 있었고, 어른의 사정도 여러가지..."(도함)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준비하다가 취소되어서 데모 녹음부터 하게 되었거든요."(준)
"그때 이런저런 공모전에서도 줄줄이 떨어졌죠."(도함)
"만약 2012년의 저와 만나게 된다면 '내가 2014년에서 왔는데 아직도 앨범 안 나왔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왜 아직도 안나온거야? 으아악!"(준)
"저희의 속도가 느린 탓이 가장 커요. 근데 인디밴드라면 녹음을 직접 해보는 게 맞다고 봐요. 물론 지금 저희는 실력이 그렇게 좋진 않지만, 직접 만든 노래니까 믹싱할 때 소리가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생각하고 있잖아요."(준철)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한다는 느낌으로 작업했어요."(준)
"EP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믹싱에는 저희가 참여한 적이 없거든요. 그때를 생각해보면 믹싱해 주신 분이 어떤 '멘붕'에 빠졌을지 상상도 안돼요."(도함)
"그땐 우리가 지금보다 연주도 못했지, 노래도 못했지. 거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빠르게만 연주했거든요. 그걸 그분이 혼자서 저희와 얘기도 안하고 편집해서 만든 건데, 정말 대단하게 나온 것 같아요."(준)

"이번 앨범을 완전한 DIY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기어라운지에서 장비를 협찬받았구요."(도함)
"사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우리 말고 외부에서 제일 고생한 사람은 (밴드) 온달의 (이)호진 형이죠."(준)
"호진 형도 도와주셨고, (밴드) 제8극장의 프로듀서인 최영재 형도 도와주셨어요. 밴드를 한 7년 정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도함)
"저희에게는 정말 질이 안 좋은 인터페이스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그걸로는 녹음할 수가 없어요. 근데 (음반제작 레이블) 트리퍼사운드 김은석 형이 인터페이스를 빌려줬죠."(준철)
"제8극장한테 프리앰프랑 마이크 빌리고."(준)
"(밴드) 피기비츠 박열씨에게도 마이크를 빌렸어요. 사방에서 이것저것 빌려서 녹음을 할 수 있었죠. 우리가 정말 인덕을 잘 쌓았나봐요. 홍대의 유비현덕."(준철)
"그래서 'Do it yourself'라고 하기엔 좀 그렇죠."(도함)
"'HMP'라고 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Help me please'라는 뜻이죠."(준)

"외국 밴드들은 프로듀서랑 합숙하면서 녹음하잖아요. 그러면서 자기가 만든 곡에서 몰랐던 부분도 깨우치고요. 우리도 녹음하는 기간이 정말 길었어요. 프로듀서만 없었을 뿐이죠."(준철)
"길기만 하다고 좋은건 아니지만.(웃음)"(준)
"좋기만 한 건 아닌데, 그래도 우리 곡에 대해서 얘기하고 데모 믹싱을 하는 동안 어떻게 할지 의논도 했어요. 오래 걸렸지만 그런 게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이제 앞으로는 길게 하면서 프로듀서도 있었으면 좋겠어요."(준철)

- 프로듀서로 원하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저희 마음 속의 1순위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하세가와 요헤이씨에요."(준, 준철)

"2순위는 페럴 윌리암스."(도함)
"그럼 난 릭 루빈. (일동 웃음)"(준철)
"힙합 프로듀싱을 하는 분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분야가 다르니까 악기의 레이어 구조 자체를 완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준)
"사실 요즘 저희가 '한국적인 록음악' 말고 '한국 록음악'을 하고 싶은데, 저희 생각엔 한국 록을 가장 잘 이해하는 분은 재밌게도 하세가와 요헤이씨인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하고 싶은 것 같아요."(준철)

"한국 록음악, 굳이 영어 쓸 필요 없잖아요"

- 한국 록이라서 한글 가사를 고집하는 건가요?
"네. 영어를 거의 쓰지 않아요. 들어간다고 해도 거의 추임새 정도죠."(준철)
"그렇다고 가사 순혈주의까진 아니구요 한글에도 사실 한자어가 많잖아요. 한자어는 부르기가 쉽지 않거든요. 어색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말하듯이 우리말로 가사를 쓰려고 해요."(도함)
"평소에 잘 안쓰는 말은 가사로도 안 쓰려는 거에요."(준)
"언어가 멜로디나 리듬에 주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죠. 사실 영미권 음악이 잘해서 좋기만 한 건 아니고, 영어를 바탕으로 나온 음악이기 때문에 좋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 이왕 하는 거면 굳이 발음도 딸리고 영문법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데, 영어를 쓸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준철)
"'타임' 이런 가사가 있기는 한데, 사실 영어로 쓴 건 아니거든요. 영어에선 타임을 '잠깐만!' 같은 의미로는 안 쓰니까요."(준)
"해외에 진출을 할 때도, 굳이 영어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은 한국말에서 다가오는 어감을 기대할 것 같아요. 억지로 영어로 번역해봐야 어색해지기만 할테고..."(도함)

- 해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밴드의 해외 투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잖아요. 가보고 싶은 곳 있어요?
"해외 진출이 아니라 그냥 어디든 나가서 하고 싶어요."(준)
"다같이 버스타고 왔다 갔다하면서 공연하고,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준철)
"밴드라면 투어에 대한 로망이 있죠. 미국도 미국이지만 중국이나 태국도 가보고 싶어요."(도함)
"중국에서 우리랑 비슷한 레벨의 밴드들은 매번 투어를 한다더라구요. 너무 넓어서 신이 지역마다 완전히 다르니까."(준)
"사람이 진짜 많이 온대요. 그냥 무조건 사람이 아주..."(도함)
"중국이 정말 큰 시장이 될 수도 있어요."(준철)
"일단 미국은 비행기 값이 비싸서... 말레이시아나 태국도 가고 싶어요. 도시화가 더디게 진행되어서 로컬 문화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록 음악과 자연스레 섞여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아니면 수도권 투어? 사실 홍대, 강남 이런데 벗어나면 젊은 사람들이 놀 게 없거든요. 어디든 가서 공연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도함)

- 기회가 되면 같이 투어 가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앨범은 언제 나오나요?
"며칠만 있으면 믹싱 끝나요."(준)
"오늘 명신 형(소속사 러브락컴퍼니 대표) 오면 자랑하려고 했는데..."(준철)
"믹싱이 끝나면 마스터링하고, 마스터링까지 하면 그때부터 한달 정도 걸리더라구요."(준)
"이번엔 진짜 나오니까요. 많이 기대해주세요."(동원)

파블로프 오마이인디 서교음악자치회 26 하세가와 요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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