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이복 동생 송민수 역의 배우 박서준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따뜻한 말 한 마디>에서 송민수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이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무작정 야구선수를 꿈꿨던 소년은 중학교 3학년 때 만화 속 캐릭터의 분장을 하는 코스튬 플레이로 학교 축제 무대에 섰던 걸 계기로 배우 지망생이 됐다. '그 캐릭터가 대체 뭐였냐'는 질문에 그의 눈이 잠시 가늘어졌다. "뭐였더라? 잘 기억이 안 나는데…아, <엑스>였어요!"

지금은 그 만화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그 캐릭터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10만 원 남짓한, 중3 소년에게는 꽤나 거금이었을 그 돈을 모아 의상을 빌려 입고 무대에 섰던 때의 느낌만은 여전히 강렬하다. 박서준은 "늘 나를 숨기고 살았는데 누군가의 반응을 받는다는 게 신기했고,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자체도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이제 주목받는 신예 배우가 된 박서준은 연기를 하며 계속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중이다. '박서준 코드', 박서준을 읽을 수 있는 7개의 숫자를 준비해 봤다.

9.2 - "소극적이던 나, 연기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다"

최근 그가 끝마친 작품은 평균 시청률 9.2%를 기록한 SBS <따뜻한 말 한 마디>. 불행했던 가정환경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남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지만 그 여자가 매형의 불륜 상대의 친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는 남자 민수가 바로 그가 맡은 역할이었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물으니 박서준은 "매 작품마다 느끼지만 나를 하나씩 찾아가는 것 같다. 연기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를 알게 된 계기가 됐다"며 "일상생활에서 잘 하지 않는 감정을 표출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나다 보니 점점 나를 알게 되더라"고 말했다.

"'넌 어떤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내가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예전에 부모님께서 '넌 소극적이고 낯도 가리고 끼도 없어서 (연기자가 되려는 게) 걱정된다. 정말 할 수 있겠냐'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였는지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일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이젠 그런 것들이 하나씩 깨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며 저를 발견한다는 것도…그만큼 저를 몰랐던 것 같아요. 잘 모르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거죠."

 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이복 동생 송민수 역의 배우 박서준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이복 동생 송민수 역의 배우 박서준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기자는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살아보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연기하는 거고, 제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거잖아요. 다른 배우가 할 땐 또 다른 모습이 나올 거고요. 그러니 어쨌든 (극중 역할도)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 역할이 되는 게 아니라 역할을 나에게 입히는 거죠. 물론 현재까지의 생각이에요.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이런 생각을 해 가면서 자신의 철학이 생긴다 생각해요." ⓒ 이정민


20 - "드라마 속 민수 통해 어렸을 때를 돌아보게 됐다"

과연 박서준은 총 20부작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통해 자신의 어떤 모습을 발견한 것일까. 박서준은 "내 어렸을 때를 돌아보게 됐다"며 "아버지가 지금은 굉장히 가정적이시지만, 어렸을 땐 엄격하셨다"고 입을 열었다. 그 아래에서 장남으로 자랐던 그는 자연히 '착한 아들'이 되어야만 했다. "동생들에게 영향이 갈 수 있으니까, 모난 행동을 못 하고 '누르는 생활'을 했어야만 했다"는 박서준은 "표현에 서툴고, 의사소통이 어렵고, 낯가림이 심했던 모습들이 민수와 많이 닮았더라. 그런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그땐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수를 보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눈치를 보고 살았고, 부모님의 사랑은 많이 부족했고…. 누가 들어 올려 주지 않는 이상 한 번 안 좋은 생각이 들면 사람은 바닥을 파잖아요. 그 바닥까지 아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민수는 상대방에게 더 조심스러웠을 거예요.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걸 꺼려하는 인물이고, 자기 행복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게 먼저라 생각하는 인물이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되게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안타까웠죠. 민수가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다면, 조금만 더 자기를 사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요."

1997 - 힘들었던 그 때, 하지만 이제는 추억이 된 그 때

앞서 한 인터뷰에서 박서준은 1997년 한국에 닥쳐온 IMF 이후 기울었던 가세, 그리고 찾아왔던 가족의 위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놀라웠다. 한 개인의 인생에서 상처로 기억될 수 있는 때를, 담담하게 꺼내 놓을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부모님이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고, 그 시절들이 연기자로서의 나에게는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서준은 "사실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이야기할 때가 있었는데, 막상 이야기하려니 잘 기억이 안 났다"며 "그래서 '기억을 걷는 시간'을 보내 보니 그런 것들이 있더라. 연기할 때 그런 일들을 떠올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SBS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미경 이복 동생 송민수 역의 배우 박서준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버지는 제가 지금 제 스스로의 힘으로 꿈을 좇고 있고, 조금씩 잘 되어가는 게 보이니까 그런 걸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계신 것 같기도 해요. (웃음) 드라마 재방송도 저보다 훨씬 많이 보셨다니까요." ⓒ 이정민


"한 번은 부모님이 제가 연 일일카페에 오신 적이 있어요.(기자 주-박서준은 MBC <금 나와라 뚝딱> 출연 당시 시청률 공약으로 일일카페를 연 적이 있다) 저도 몰랐어요. 끝나고 나서 부모님으로부터 사진이 한 장 왔는데, 그 현장인 거예요. 누가 올린 걸 캡처해서 보내신 건가 했더니 저 몰래 오셔서 보고 가셨대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스케줄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은 처음 보셨을 테니까, 궁금하셨나봐요. (웃음)

아버지는 자수성가를 하신 분이에요. 그랜저가 처음 나왔을 때 한국에서 두 번째로 그 차를 가지셨을 정도로 잘 나가셨어요. 당시엔 그 차를 타면 단속도 안 할 정도로, '부의 상징'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성공을 하셨다가 IMF때 바닥을 보셨고, 다시 재기하셨죠.

그때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기보다는 자식을 위해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셨대요. 그런데 제가 지금 제 스스로의 힘으로 꿈을 좇고 있고, 조금씩 잘 되어가는 게 보이니까 그런 걸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계신 것 같기도 해요. (웃음) 드라마 재방송도 저보다 훨씬 많이 보셨다니까요."

( [인터뷰 ②]박서준 "신비주의? 나를 포장해 보여주지 않겠다"로 이어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