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했다. 그것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한 통합 3연패였다. 이는 한국시리즈 4연패에 빛나는 전설의 해태 타이거즈조차 넘보지 못한 위업이다(해태는 4연패 기간 동안 정규리그 우승을 한 번밖에 하지 못했다).

삼성은 3년 총액 21억 원이라는 역대 감독 최고 계약을 선물하며 '야통' 류중일 감독의 공로를 인정해줬다.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으로 프로야구사에 '삼성왕조'의 이름을 아로새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4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향하는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전망이다. 주력 선수의 해외진출과 군입대로 전력이 한층 약화된 가운데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한 구단들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투수] 오승환 '구멍' 누가 채우나

과거 해태가 선동열을 일본으로 보낼 때의 심정이 이랬을까. 삼성은 통산 277세이브에 빛나는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돌부처'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을 잃었다.

2011년 47세이브를 기록한 후 지난 2년 간 세이브 숫자가 줄긴 했지만 오승환이 뒷문에 있는 것만으로도 삼성을 상대하는 팀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삼성의 최강 마운드를 지탱해 준 '오승환 효과'였다.

하지만 올 시즌 오승환은 없다. 셋업맨 안지만을 마무리로 돌릴 예정이지만 안지만이 9회를 잘 막아준다 해도 8회를 맡아줄 투수가 마땅치 않다. 따라서 작년 시즌 1승2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했던 심창민의 성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오승환이 없음에도 삼성 마운드를 약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배영수-장원삼-윤성환-차우찬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7승9패라는 표면적인 성적보다 훨씬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던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의 활약도 기대된다.

결국 삼성 마운드의 관건은 임현준, 박근홍, 백정현 등 작년까지 큰 활약이 없었던 젊은 투수들의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승환이 없는 삼성 마운드는 분명 약해졌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대부분의 구단들이 부러워하는 '투수부자'다.

[타선] 배영섭의 부재와 포수 기근

삼성은 타선에서도 큰 기둥을 잃었다. 1번타자 배영섭이 경찰청에 입대한 것이다. 박한이가 최근 6년 동안 한 자리수 도루를 기록했을 만큼 기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정확한 타격과 기민한 주루플레이를 자랑하던 배영섭의 부재는 삼성에게 큰 타격이다.

반면에 최형우-박석민-채태인으로 구성될 중심타선은 걱정이 없다. 최형우와 박석민은 어느덧 7년째 삼성의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을 정도로 믿음직한 강타자들이고 작년 시즌 타격에 완전히 눈을 뜬 채태인의 활약도 기대된다.

다재다능한 외국인 선수 야마이코 나바로의 합류도 삼성에게는 큰 힘이다. 내야 전포지션은 물론이고 외야까지 소화할 수 있는 나바로는 상하위 타선의 가교역할뿐 아니라 테이블세터로도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역시 포수다. 삼성에는 지난 몇 년간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나 양의지(두산 베어스) 같은 확실한 주전포수가 없었다. 만 40세 시즌을 맞는 진갑용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현실을 인지한다면 이정식과 이지영의 빠른 성장이 필수적이다.

삼성에는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2명의 주전 선수가 있다. 바로 외야수 정형식과 유격수 김상수다. 류중일 감독이 노골적인 '내 식구 챙기기'를 할 수 없는 입장임을 고려하면 정형식과 김상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기 위해 더욱 큰 분발이 요구된다.

[키플레이어-이승엽] 최악의 시즌 이기고 부활할까

통산 최다홈런 1위(358개)와 최고장타율 1위(.585), 최다타점 3위(1102개)에 빛나는 국민타자. 게다가 이 숫자들이 일본에서 뛰던 8년의 공백을 이겨내고 세운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경이적이다.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투수 선동열과 함께 반드시 이름을 올려야 할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다. 하지만 이토록 대단한 이승엽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삼성 복귀 첫 해 3할(.307)-20홈런(21개)-80타점(85개)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던 이승엽은 작년 시즌 타율 .253 13홈런 69타점으로 데뷔 후 최저타율, 최소타점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은 활약이었지만 류중일 감독은 '국민타자' 이승엽을 냉정하게 주전라인업에서 제외할 수 없다. 이승엽은 올 시즌 최형우-박석민-채태인에 이어 6번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프로 입단 후 중심타자를 도맡아 온 이승엽에게 6번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중심타선의 출루능력이 워낙 뛰어난 만큼 이승엽이 찬스에서 집중력을 높인다면 부담 없는 타선에서 의외로 많은 타점을 쓸어 담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어느덧 불혹을 앞두고 있는 이승엽은 이제 프로야구 야수들 중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드는 노장이다. 하지만 이대로 이승엽이 쓸쓸하게 저물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확실한 한 방을 날려주던 최고의 타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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