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의 선물>의 김수현(이보영 분)과 기동찬(조승우 분).

SBS <신의 선물>의 김수현(이보영 분)과 기동찬(조승우 분). ⓒ SBS


무슨 이런 드라마가 있나? 한 순간도 숨을 쉴 틈을 주지 않고, 연신 의혹과 추리로 사람의 마음을 번란하게 한다. 무언가 해결이 되었다 싶은데 이는 곧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을 의미한다. 매 회마다 긴장감은 줄어들 줄 모르고 외려 끝도 없이 증폭되어만 간다. 이제 겨우 5회 째인데, 아직도 갈 길이 멀고도 먼데, 벌써 현기증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신의 선물 – 14일>(이하 <신의 선물>). 참 까다로운 드라마다.

차봉섭(강성진 분)은 연쇄살인범이다. 그리고 2주 후 김수현(이보영 분)의 딸을 납치해 살인을 저지르게 될 흉악범이기도 하다. 타임워프에 의해 2주 전으로 돌아간 김수현은 가까스로 그를 붙잡는 데 성공한다. 맨몸으로 달려들어 이를 악물고 사투를 벌인 끝에, 김수현은 그를 자신의 팔 하나에 의지한 채 공중에 매달린 신세로 만들고 말았다.

"네가 죽어야 내 딸이 살아!" 김수현은 이 한 마디와 함께 그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린다. 자신의 딸에게 주어진 죽음의 저주를 막은 순간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살인범이 되는 또 다른 저주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차봉섭은 그 순간에는 죽지 않을 운명이었다. 다리에 걸린 밧줄이 생명줄이 되어 그를 구해내기에 이른다. 기동찬(조승우 분)에게 매몰차게 얻어맞긴 했어도 목숨만은 건지게 되었다.

그래도 경찰에게 붙잡히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연쇄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에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 떨어질 것이라고 기동찬이 말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그가 살인을 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살인했을 당시의 흉기와 옷이 사라졌고, 피해자의 집에 그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동찬과 김수현이 그의 집을 뒤져 증거까지 가져왔건만, 그것들은 사건과는 상관없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더 이상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차봉섭은 증거불충분으로 이 경찰서를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김수현의 불길함은 차봉섭을 만나기 전보다 더욱 커져만 간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딸이 죽을 줄 알면서도 그 운명의 장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무기력한 엄마가 될 수도 있다. 그것만 떠올리면 김수현은 제 정신일 수가 없다. 형사의 권총을 집어 들고 수갑을 찬 채 취조실에 앉아 있는 차봉섭에게 달려가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김수현.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그가 죽어야만 한다는 생각, 그것 하나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저지를 당하고, 결국 차봉섭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나게 된다. 그런데 그의 인권 보장을 운운하며 그를 경찰서에서 나오게끔 한 변호사가 아이러니하게도 김수현의 남편 한지훈(김태우 분)이다. 딸을 죽일지도 모르는 살인범을 엄마는 잡았고, 아빠는 풀어줬다. 섬뜩한 운명의 장난은 이제 엄마와 딸에서 아내와 남편으로 그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듯하다.

차봉섭은 자신이 죽이려 했으나 죽지 않고 살아있는 미미의 소식을 듣고, 끝장을 내기 위해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가지만, 결국 거기서 덜미를 잡히고 만다. 이미 이를 예상하고 기동찬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동찬은 그를 연행하는 데 성공하고 그는 다시 경찰서로 송치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의문의 트럭이 차봉섭이 탄 경찰차를 들이 받고, 차봉섭은 도주를 하던 중 사망을 하게 된다.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가격당한 채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차봉섭을 바라보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기동찬이다. 기동찬은 김수현에게 전화를 걸어 차봉섭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기동찬이 그를 죽인 것 같지는 않다. 그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에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있는 듯했으니까. 김수현 역시 그렇게 속 시원한 소식이지만은 않다. 차봉섭이 분명 자신에게만 털어놓을 비밀이 있다고 했고, 그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봉섭의 죽음은 샛별이의 목숨을 담보로 한 2라운드 게임이 시작됨을 의미했다. 샛별이를 죽인 범인은 차봉섭이 아닌 다른 자라는 것을 암시하는, 이제 김수현과 샛별이 주변의 모든 이들이 용의자로 지목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수현을 돕는 현우진(정겨운 분)이 수상하다. 그녀의 남편 한지훈은 예전부터 꺼림칙했다. 아니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제 3의 인물이 범인일지도 모른다.

<신의 선물> 제작발표회 때 제작진은 마지막 회까지 샛별이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한데, 지금까지의 흐름을 놓고 보면 제작진의 말이 결코 허풍이나 과장이 아님은 분명한 듯하다. 섣불리 누군가를 의심할 수도 없거니와, 또 아무도 용의자 범주에서 제외시킬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 드라마가 짐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의미심장한 매 장면들이 복선이기도 하면서,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트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차봉섭의 집에서 발견한 반지의 의미는 무엇인지, 차봉섭은 왜 기동찬의 엄마와 조카 사진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 그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그가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 했으나 김수현에게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비밀은 무엇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투성이인데, 이것들의 진위나 의도 또한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토리가 무척이나 정교하게 짜여 있어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의혹들은 곁가지이며 이파리들일뿐, 따지고 보면 모두 하나의 줄기에서 비롯된 것들일 텐데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다. 단 하나의 진실만 밝혀지면 이는 생각보다 단순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맞물린 의혹의 톱니바퀴들이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덕분에 어려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톱니바퀴들은 단 2주 동안만 돌아간다. 시청자들에게는 총 11번의 기회가 남았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시청자들의 몫은 그 안에 빨리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일 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신의 선물 조승우 이보영 강성진 정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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