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쓰리데이즈> 포스터.

드라마 <쓰리데이즈> 포스터. ⓒ sbs


'100억대 액션스릴러, 손현주와 박유천의 조합, <싸인> <유령> 김은희 작가에 대한 기대감.' 

지난주 포문을 연 SBS 수목드라마 <쓰리 데이즈>에 쏟아진 기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케이블 시즌제 드라마를 제외하고, 한국형 복합 장르물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SBS가 이 상반기 주력 상품에 들인 공은 전작 <별에서 온 그대> 못지 않았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일컬어지는 충무로 대작을 잇는 액션스릴러의 탄생을 목도하게 되리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률 30%에 육박하던 <별그대>의 후광 효과를 날려버린 <쓰리 데이즈>는 12일 방영된 3회가 11.7%를 기록하면서 소폭 오른 시청률이 답보 상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동시간대 경쟁드라마인 액션시대극 KBS 2TV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과 과거 <내조의 여왕>을 성공으로 이끈 고동선 PD의 MBC <앙큼한 돌싱녀>의 선전도 눈에 띈다. 

'암살 음모에 처한 현직 대통령을 지키는 청와대 젊은 경호관'의 활약을 그린 <쓰리 데이즈>는 기획 당시부터 한국판 <24시>를 천명한 바 있다. 20부작 연속드라마인만큼 긴 호흡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확연히 호불호가 갈린 상태도 아니다. 3회까지 방영된 <쓰리 데이즈>의 약점과 강점을 짚어 봤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DOWN(다운↓) - 장르드라마의 특성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  

 <쓰리데이즈>의 두 주인공 손현주와 박유천.

<쓰리데이즈>의 두 주인공 손현주와 박유천. ⓒ sbs


속도감 : 세 발의 총성과 대통령의 실종, 아버지의 죽음이 강렬하게 제시된 1회는 분명 야심만만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주인공 한태경(박유천 분)이 전용별장 청수대에 내려가면서부터 속도감을 잃기 시작했다. <24시>처럼 한달음에 내달리는 플롯대신 회상 장면과 추리 장면을 중간중간 배치한 구조 때문이다. 완급조절도 적당할 필요가 있다. 

플래시백 : 액션스릴러는 한국드라마에서는 마니아 장르에 속한다. 그런 만큼, 김은희 작가는 최대한 친절하게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다. 이제 3회 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속적으로 설명적인 회상 장면을 삽입하는 것이 그 증거다. 쉽게, 대중적으로 다가서는 것은 분명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들이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잦은 회상장면이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기능해서는 곤란하다. 

연기톤 : 조금만 삐걱대도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클로즈업 위주의 드라마 연기다. 김은희 작가의 전작 <싸인>과 <유령>에서 지적을 받았던 것도 여자주인공 김아중과 이연희의 연기톤이었다. 3회까지, 윤보원 순경 역의 박하선에게도 일부 시청자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약한 이미지탓도 크지만, 긴박함을 살려야 하는 스릴러 장르 특유의 분위기에 아직 자연스레 스며드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경호실장 역의 장현성을 제외하고 윤제문을 위시한 탄탄한 중견 배우들은 아직 제대로된 연기를 발휘할 장면 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강직하고 정의감 넘치는 한태경 역의 박유천도 힘을 좀 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사 : 긴장감과 속도감을 높일수록 뒤쳐질지 모르는 시청층이 고민되기 마련일 것이다. 더욱이, 에피소드식 구성과 연속드라마의 특성을 적절히 배합했던 <싸인>과 <유령>과 달리 <쓰리 데이즈>는 연속드라마 3편의 구성을 취할 것이라 알려졌다. 호흡이 관건인만큼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설명조의 대사들이 남발되는 것도 지양해야 할 요소다. 

시청층 : 결국 <쓰리 데이즈>의 가장 큰 약점은 <별그대>에 열광한 너른 시청층을 다시 흡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리라. 장르의 태생적인 한계는 물론 대통령과 관련된 음모란 화두는 필히 무거울 수밖에 없다. 손현주가 연기했던 <추적자>만큼 공분을 일으킬 소재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쉬운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층은 이탈될 수밖에 없다. 자, 지금까지가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쓰리 데이즈> 진가의 전부가 아니기를.  

UP(업 ↑) - 믿고 보는 손현주, 김은희 작가   

 <쓰리데이즈>의 주요 출연진.

<쓰리데이즈>의 주요 출연진. ⓒ 이정민


배우 손현주 : 드라마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 영화 <숨바꼭질>과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거치며, 손현주는 그 존재만으로 아우라를 창출하는 연기자로 거듭났다. 연기대상 수상자라는 프리미엄은 수식에 불과하다. <쓰리 데이즈>에서 이동휘 대통령은 아직 제대로 등장한 적이 없다. 손현주가 특유의 감성을 폭발할 수 있는 장면이 마련될 이후 전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음악 :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기법)도 없다. 절정의 CG도 없다. 100억을 들인 세트나 1회의 대규모 군중신, 3회의 차량추적 장면은 기본은 하는 수준이었다. 기술적인 면에선 오히려 김현종 음악감독의 음악이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장중한 음악이 액션스릴러의 화면과 조화를 이루며 긴장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단언컨대, <쓰리 데이즈>의 음악은 '역대급'이다. 

3개의 구조 : <쓰리 데이즈> 제작진은 방송 이후 3일간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판 <24시>'를 표방한 만큼 <쓰데이즈>도 3일간의 리얼타임으로 구성됐을 거란 예상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3개의 챕터로 3일간 9일의 이야기를 담는다고 한다. '전쟁의 서막', '결전', '심판' 등 총 3장으로 나눠진다. 대통령의 과거를 포함해 좀 더 큰 그림이 그려질 거라 짐작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주제를 풀어낼 중후반을 기대하게 만드려면 역시나 '전쟁의 서막' 부분이 훨씬 흥미로워야 한다.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다시 김은희 작가 : 영화는 감독,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살짝 뒷심이 달렸던 것을 제외하고, 김은희 작가의 <위기일발 풍년빌라> <싸인> <유령>은 한국 장르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 분명하다. 그 김은희 작가가 '대작'에 도전한 <쓰리 데이즈>는 정공법에 가까운 장르 해석과 한국식 정서의 결합이 예고되고 있다. 꽤나 많은 이들에게 '믿고 보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은희 작가. 앞으로 제대로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들어 주시길.

쓰리 데이즈 박유천 손현주 감격시대 앙큼한 돌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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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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