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의 선물-14일>에서 김수현(이보영 분)은 딸을 잃은 슬픔에 강물로 몸을 던졌지만, 기동찬(조승우 분)에 의해 구조됐고, 두 사람은 2주 전으로 돌아가는 타임워프를 경험한다.

SBS <신의 선물-14일>에서 김수현(이보영 분)은 딸을 잃은 슬픔에 강물로 몸을 던졌지만, 기동찬(조승우 분)에 의해 구조됐고, 두 사람은 2주 전으로 돌아가는 타임워프를 경험한다. ⓒ SBS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 3회에서 김수현(이보영 분)과 기동찬(조승우 분)은 타임워프(시간왜곡이라는 뜻으로 공간의 속도로 시간이 과거 혹은 미래로 이동하는 현상)로 인해 2주 전으로 되돌아갔다. 김수현은 자신의 딸이 죽기 전으로, 기동찬은 자신의 형이 죽기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2주 후,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세상에 단 둘뿐이다. 그들은 이제 같은 운명으로 엮여 같은 길에 들어서는 인연이 되고 말았다.

죽음의 사자와도 같은 연쇄살인범에 의해 자신의 딸이 납치가 되고 살해까지 당하는 것을 지켜본 엄마는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다. 그저 강물에 몸을 내던지는 것 밖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딸을 잊을 수만 있다면, 아니 딸이 있는 그 곳으로 갈수만 있다면 싶었다. 그런데 자살을 하려고 뛰어든 그 강물에서 기적 같은 타임워프가 벌어지고 말았다.

조직폭력배들에 의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던져진 기동찬에게도 타임워프가 이루어졌다. 김수현을 구한 탓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의 운명 또한 시간이 되돌아가게 되어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그 둘은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2주 동안의 일을 모두 겪고 난 후, 3월 24일에서 3월 10일 날짜로 되돌아오는 기이한 경험을 맞이하게 된다.

코믹함과 진지함 오가며 균형 맞추는 조승우

<신의 선물>의 메인 스토리는 김수현이 2주 후 죽음을 맞이하게 될 자신의 딸의 운명을 바꾸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고, 결국 딸을 죽이려 했던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파헤치게 된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강력계 형사였던 기동찬이 합세를 하여 커플 아닌 커플을 이뤄 섬뜩하면서도 섬세한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고자 한다.

당연히 김수현 역을 맡은 이보영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지난 2회에서 보여준 그녀의 오열 연기는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회자되고 있으며, 딸을 구하기 위해 엄마가 치러야 할 온갖 수난을 연기하는 그녀에게 시청자들은 점점 더 몰입할 수밖에 없다. 3회에서 연쇄살인범에게 덜미가 잡힌 김수현의 마지막 장면은 순간적으로 소름을 돋게 했다. 이보영의 서늘하면서도 두려움 가득한 눈빛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SBS <신의 선물-14일>의 기동찬(조승우 분).

SBS <신의 선물-14일>의 기동찬(조승우 분). ⓒ SBS


그런데 <신의 선물>에서 주목해야 할 배우가 한 명 더 있다. 저절로 눈이 가고 이보영 못지않게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다. 기동찬 역을 맡은 조승우의 연기를 빼 놓고는 <신의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가 없다. 1년 만의 드라마 출연으로 그다지 오랜만이 아닌데도, 여전히 TV에서는 보기 힘든 배우라는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배우다.

김수현이 자신이 2주 전으로 돌아갔음을 알게 되는 과정만큼이나, 기동찬이 알아가는 과정 역시 흥미롭다. 조승우는 보다 유머러스하고 탄력적으로 그 과정을 그려낸다. 경찰서에서 만난 김수현에게 당신을 구해주지 않았냐며 설명 좀 해달라는 절박함을 그릴 때, 조직폭력배들에게 쫓겨 잠깐만 차에 태워 달라며 찌질한 모습으로 부탁을 할 때의 연기는 딱 볼품없는 흥신소 사장일 뿐이다. 적당히 비굴하면서도 또 적당히 정의로운 영락없는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코믹으로 잘 버무릴 줄 아는 배우다.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연기할 때는 더없이 깊은 여운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조카 영규(바로 분)를 바라보면, 그리고 영규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형이기도 한 기동호(정은표 분)를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린다. 그의 눈물은 처절하지도, 그리 벅차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공감이 가고 마음 한켠을 짠하게 만든다. 김수현의 딸을 살리면 자신의 형도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묵직한 슬픔이 조용히 가슴에 파고든다. 한 순간도 감정 이입을 놓치지 않는 연기력 덕분이다.

그의 눈빛은 언제나 강렬하고 거칠며 매섭다. 그런데 그 속에는 부드러움과 측은함, 따스한 숨결도 함께 숨 쉬고 있다. 매 순간, 매 장면 그는 그 상황에 맞는 눈빛으로 기동찬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묘사한다. 그가 구사하는 자연스럽고 리얼한 사투리 연기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반짝거리는 연기의 세공력이 그의 눈빛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마의>로 연기대상을 받은 것을 두고, 잘못된 심판 판정으로 나온 결과라며 스스로를 '디스'했다. 당시의 수상 논란에 자신 역시 동의한다는 뜻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신의 선물>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의 연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명불허전 연기력을 지니고 있는 자만이 지닐 수 있는 겸손함을 조심스레 내보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이보영의 연기는 두말 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아마도 그녀는 마지막 회의 마지막 장면에서까지 기억에 남는 명장면을 연출하는 <신의 선물>의 여주인공이 될 테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조승우의 이름도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서서히 터지기 시작한 그의 연기력이 갈수록 <신의 선물>의 완성도를 알차게 채워나가고 있는 듯하니까.

남녀 배우의 연기 호흡은 어느 한쪽에서만 잘 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조합이 이루어져야만 그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기에 <신의 선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가속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기도 할 테다. 이보영에 이어 조승우도 명불허전 연기의 서막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의 숨 가쁜 호흡을 충실히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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