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해진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추진 소식은 비틀즈, 폴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아직 성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방한 가능성(이미 그의 나이 칠순을 넘긴지 오래다)에 설레임, 반가움이 앞선 분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폴 매카트니는 스튜디오 정규 음반뿐만 아니라 공연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 중 한명이다. 그런 탓에 솔로 데뷔 이후 수많은 라이브 앨범도 내놓은 바 있는데, 다음 소개하는 작품들을 접해본다면 골수팬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그의 공연에 대한 '예습'이 가능할 것이다.

 폴 매카트니의 라이브 앨범들

폴 매카트니의 라이브 앨범들 ⓒ 유니버설 뮤직


<윙스 오버 아메리카(Wings Over America)>(1976년)

폴은 비틀즈 해산 후 1971년 유명 사진작가였던 부인 린다, 무디 블루스 출신의 기타리스트 데니 레인을 중심으로 자신의 밴드 윙스(Wings)를 결성, 1981년 해산할 때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윙스 오버 아메리카>는 윙스의 첫 번째 전미 투어 실황을 담은 작품으로 LP 시절 3장 구성의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인기작이었다.

당시 윙스는 스튜디오 정규반 4장을 연속해서 빌보드 1위에 올려놓으며 비틀즈 시절 못잖은 인기를 누렸지만 단 한차례도 북미 지역에선 공연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로선 비틀즈 시절 포함 무려 10년만의 미국 공연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예스터데이(Yesterday)', '헤이 쥬드(Hey Jude)' 등 비틀즈의 명곡부터 '리브 앤 렛 다이(Live and Let Die), '실리 러브 송(Silly Love Song)' 등 1970년대 솔로 히트곡들을 가장 혈기 왕성하던 시절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본작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여기에 데니 레인, 지미 매컬로치 등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로 듣는 '피카소스 라스트 워즈(Picasso's Last Words)', '메디슨 자(Medicine Jar)' 등의 희귀 트랙은 의외의 즐거움을 더했다.

지난해 2CD, 3CD+1DVD, 3LP 버전 등 다양한 형태로 리마스터링 재발매되었고 당시의 영상을 담은 1980년작 다큐멘터리 영화 <록쇼 (Rockshow!)> 역시 뒤늦게 DVD, 블루레이로 공개되었다.

<트리핑 더 라이브 판타스틱(Tripping The Live Fantastic)> (1990년)

그룹 윙스의 간판을 내린 그는 스티비 원더와의 듀엣곡 '에보니 앤 아이보리(Ebony and Ivory)'로 인종 화합을 노래했고 마이클 잭슨과는 '세이 세이 세이(Say Say Say)'라는 걸출한 히트곡을 만들어 내며 1980년대 제3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하지만 1979년 윙스의 영국 순회 공연 이후 10년간 대규모 공연을 갖지 않아 팬들로선 또 한 번 서운함을 느낄 만 했다.

그러던 1989년, 10년의 공백을 깨고 총 10개월간 103회 공연이라는 만만찮은 일정의 월드 투어에 돌입하며 폴 매카트니는 다시 한 번 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트리핑 더 라이브 판타스틱>은 이때의 공연 실황을 편집한 작품으로 당시 1CD 하이라이트 버전, 2CD, 3LP 음반으로 공개되었고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 <겟 백(Get Back)>도 제작되었다.

폴의 여러 라이브 앨범 중 녹음 상태, 연주력, 선곡 등 전반적인 구성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평가할 만 하다.

<폴 이즈 라이브(Paul Is Live)> (1993년)

폴의 공연 실황 음반 중 가장 특이한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1993년 당시 뜬금없이 터져 나온 '사망설'을 비웃기라도 하는 제목('폴은 살아있다')가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비틀즈의 명반 <애비 로드>를 패러디한 커버 역시 화제)

주로 비틀즈 초·중기 시절의 록큰롤 곡 위주의 선곡인 탓에 이전까지 나온 라이브 앨범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편 이 음반은 1997년 유방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부인 린다의 마지막 콘서트 참여작이기도 하다.

<백 인 디 U.S : 라이브 2002(Back In The U.S : Live 2002)> (2002년)

2002년 전미 순회 공연 실황을 담은 본작(CD/DVD) 역시 내용물보다 음악 외적인 논란이 화제가 된 바 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암묵적으로 이뤄진 비틀즈 작곡자명 표기('Lennon & McCartney') 순서가 이 음반에선 'McCartney & Lennon'으로 뒤바뀐 채 기재되었기 때문이다.(기자 주- 비틀즈 결성 초기엔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합작으로 곡을 만들었지만 이후엔 각자 노래를 만들어도 음반에선 두사람의 합작으로 지금까지 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존 레논의 미망인 오노 요코가 크게 분노했다는 후문. 폴이 이렇게 나선 이유는 1990년대 후반, 존 레논의 솔로 히트곡 '기브 피스 어 챈스(Give Peace A Chance)'의 작곡자 표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뺀 오노에 대한 반격(?) 때문이었다.(물론 후일 두 사람은 화해하긴 했지만.)

다른 공연과 마찬가지로 비틀즈, 폴의 솔로 히트곡들이 적절히 안배되었는데 특히 2001년 세상을 떠난 동료 조지 해리슨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썸씽(Something)'을 우쿨렐레 반주만으로 부르는 모습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한편 러스티 앤더슨, 브라이언 레이(이상 기타), 폴 위킨스(키보드), 에이브 라보리엘 주니어(드럼) 등 현재의 폴 매카트니 투어 밴드가 이때 결성되어 13년 넘게 멤버 변동 없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DVD에선 당시 연인 사이였던 톰 크루즈-페넬로페 크루즈 커플, 잭 니콜슨, 존 쿠삭 같은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의 관람 모습도 잠시 엿 볼 수 있다.

<굿 이브닝 뉴욕 시티(Good Evening New York City) (2009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 필드 개장 기념으로 열린 2009년 7월 3일 동안 열린 공연 실황을 담았다.(2CD, 2CD+1DVD 구성)  총 18만 명을 동원하는 기록적인 티켓 판매 만큼은 '역시 폴!'이라는 찬사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2008년 철거된 메츠의 이전 홈구장 셰이 스타디움(비틀즈의 1966년 마지막 공연장)의 마지막을 장식한 빌리 조엘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했던 폴 매카트니는 1년 후 열린 이 공연에선 반대로 빌리를 초대, 그와 함께 다시 한 번 '아이 쏘우 허 스탠딩 데어(I Saw Her Standing There'를 열창했다.  

이밖에 존 레논의 작품인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기브 피스 어 챈스'를 자신의 공연에선 처음 부르며 먼저 떠난 동료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폴 매카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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