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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표정의 김연아 김연아 선수가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밝게 웃고 있다.

▲ 밝은 표정의 김연아 김연아 선수가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밝게 웃고 있다. ⓒ 권우성


파파라치란 단어가 우리사회에서도 통용된 지 꽤 오래지만, 그 유래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단수는 파파라초이다. 그 이름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가 만든 <달콤한 생활>에 등장한 신문사의 카메라맨에서 유래하는데, 이탈리아어로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말한다." '파파라치'의 뜻, 두산백과 중에서.

웽웽거리던 파리가 독침을 쏘는 벌레로 둔갑하면 어쩌겠는가. 파리의 웽웽거림은 쫓아버리면 그만이지만, 독침은 치명타다. 최근 개봉한 영화 <다이애나>는 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일조한 것이 바로 이 파파라치들과 영국의 언론이라 지적하는 전기 영화다. 그리고, 6일 오전 김연아 선수의 '열애설'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6개월 넘게 십수명이 따라 붙은 '디스패치', 파파라치를 능가하다 

6일 이를 단독 보도한 <디스패치>에 따르면, 김연아 선수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원중 선수와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만나 2012년 7월부터 만남을 지속해 왔다고 한다. 보도가 일파만파 퍼지자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김연아 선수의 열애 기사와 관련하여 기사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며, 김원중 선수와 교제 중임을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김연아 측은 보도 당일까지 보도 사실을 몰랐지만, <디스패치>는 지난해 9월부터 특유의 '잠복취재'로 6개월 넘게 김연아의 교제를 따라잡았다. 6일 <미디어오늘>의 <디스패치> 측 인터뷰에 따르면, 십수 명의 기자들이 6개월 넘게 김연아 선수의 일상을 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은 "혹시라도 눈에 띌까봐, 김연아 선수가 우리를 의식할까봐 매일 나가지는 않았고, 올림픽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무렵에는 취재를 안 했다"는 내용이다. 나름의 기준과 윤리(?)를 강조한 것이다. <디스패치>가 내세우는 열애설 보도 윤리는 이렇다.

'집 안을 찍지 않는다 공공장소에 해당하는 야외에서만 찍는다 불륜은 취재하지 않는다 연예인을 무리하게 따라가지 않는다 ▲ 미성년자 아이돌은 찍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김연아의 교제 보도가 위의 '기준'만으로 비껴갈 수 있는 수준일까. <디스패치> 측이 내세운 기준과 윤리로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 6개월 간 십수명이 한 사람의 뒤를 캐고, 사진을 찍고, 연애를 기록하는 것이 진정 '보도'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문제인지 되돌아 볼 때다. <디스패치>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우리는 김연아의 열애사실도 중요했지만 그녀의 마지막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녀가 올림픽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준비했는지, 6개월간의 노력 속에서 휴식이 될 수 있는 안식처가 누구였는지, 그 마지막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디스패치> 측은 "선수생활을 은퇴한 만큼 이제는 (김연아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소치 올림픽 은메달을 뒤로 하고 현역 생활 은퇴를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였던 김연아 선수. 그에게 이번 보도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려했다면,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얼마나 덧없고 부질없는 공염불인지 모르진 않았을 터다. 거기엔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자사 이익에 충실한 '팩트 중심주의'가 연예계에 미치는 영향

"그래서 우리는 톱스타여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 거다. 톱스타의 경우는 회당 출연료가 5000만 원에 달하는 반면, 조연 배우는 50만 원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런 차이가 나는 건 관심의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인성이라면, 사람들이 조인성에 대한 관심이 높고, 조인성을 좋아하고, 그러니까 조인성은 그 정도의 개런티를 받는거 아닌가.

50만 원 받는 조연배우가 사생활을 침해당한다면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조인성 정도는 그걸 감수할 수 있다는 거다. 톱스타로서 누리는 지위와 벌어들이는 수입 만큼, 팬들은 그의 사생활을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려는 게 아니다." (2013년 11월 <대학내일>의 <디스패치> 인터뷰 중)  

김연아는 연예인이 아니다. 억대의 광고를 찍는 이들이 모두 <디스패치> 카메라에 잡혀야 할 이유도 없다. 더욱이 교제 상대인 김원중 선수는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니, '유명인'도 아니다. '팬들이 궁금해 하는 사생활', 바꿔 말해 '대중의 알 권리'가 무언지 언론의 사명감을 가지고 숙고했다면, 6개월 간 십수 명이 번갈아 가며 뒤를 캐는 등 외국의 파파라치들보다 더한 사생활 기록에 몰두했을리 없다. 이쯤되면, '스토커 저널리즘'이라 명명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패치>가 이 같은 '열애설 보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연예뉴스를 둘러싼 매체 경쟁 때문일 것이다. 언론사 닷컴까지 뛰어들고, 각종 군소매체가 포털을 이용한 트래픽 경쟁에 몰두해 가며 연예기사를 쏟아내는 시대에, '뉴스는 팩트다'를 모토로 한 <디스패치>는 분명 차별화에는 성공했다. 비-김태희 열애설 등 파파라치 컷이 첨부된 굵직한 열애설로 주가를 올렸고,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 때 카로 에머랄드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에일리 사진 논란 때 폭로 당사자를 공개한 것도 <디스패치>였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팩트(사실) 중심주의'의 '팩트'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보도 윤리와 취재원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팩트'는 그저 매체 상업주의의 일환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보도 시점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엄청난 트래픽이나 화제성을 뒤로 하고 청와대 만찬 이후로 공개를 미룬 것은 그저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전 국민적 역풍을 피한 것 뿐이다. '올림픽 경기를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그저 자사 이익을 위한 복잡하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미 'SNS 기반 영상 제작 및 마케팅 전문 기업'을 병행한다고 천명한 <디스패치>의 '팩트'는 결국 이렇게 자사의 이익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 그 팩트 중심주의가 에일리 건처럼 사건을 확대 재생산해내는 데 일조했을 때, 그것은 거대한 매체폭력과 다름아니라는 것 또한 확인됐다. 팩트 중심주의에 따른 특종에도 윤리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만, <디스패치>는 이미 너무 멀리 나갔다. 문제는 <디스패치>의 경쟁상대가 해외 파파라치 사이트나 연예 사진 전문 사이트가 아닌, <조선일보>와도 <한겨례>와도 트래픽과 온라인 광고를 놓고 경쟁하는 '매체'라는 점이리라. 이미 이 <디스패치>를 여타 연예매체와 별다르지 않은 '특종에 강한 매체'로 인식하는 독자들도 상당수라는 점이다.

이번 보도에 대한 비난을 비껴가기 위해 <디스패치>는 포토스토리를 준비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소치올림픽 피겨 경기 직후 아사히 신문이 아사다 마오에게 헌정하는 온라인 기사를 벤치마칭한 것 같은. 그것도 온전히 '파파라치 컷'으로 도배된 포토에세이를.

아무래도 <디스패치>의 이러한 질주는 올해도 계속될 것 같다. 이미 올해 말까지 특종 리스트가 준비됐다는 루머도 들린다. 그런 <디스패치>를 위해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과 한국사진기자협회의 윤리규정을 링크해 드리는 바이다. 매체 환경과 윤리가 땅에 떨어졌어도 이를 지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유념하시길.

"남의 사생활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알권리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인권문제에 정통한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가 SNS를 통해 <디스패치>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귀담아 들으시길. '대중의 알 권리'라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유명인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버젓이 지속해나가는 보도 행위가 어떤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말이다.    

"디스패치의 폭로 타이밍을 칭송하는 분들은 많은데, 보도 자체를 문제삼는 분들은 거의 없군요. 이제 이런 식의 보도는 그냥 (사회상규상? 영국처럼?) 용인하기로 한 건가요? 저는 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타이밍도 그렇게 칭찬받을 만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어차피 소치 전에 터뜨렸으면 (국민적 비난으로) 언론사 문 닫았을지도 몰라요. 윤리적 판단이 아니라 지극히 전략적인 판단이었을듯 합니다.

유명인의 사생활 보호 범위는 일반인보다는 좁게 인정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보호받아야할 영역은 있는 것이죠. 지극히 사적인 연애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장관 같이 공적 업무를 하는 공인에게도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이겠지요

공인의 사생활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장관의 재산현황은 사생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공적 이유에서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연예인의 사적 연애사가 공개되는 것에 어떤 공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알 권리(right to know) 운운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천만에요. 알 권리는 국민이 정치사회적 현실에 관한 의사표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남의 사생활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권리가 아니고요."

김연아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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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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