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개봉한 영화 <스턱 인 러브>의 한 장면. 2월 20일 개봉한 영화 <스턱 인 러브>의 한 장면.

▲ 2월 20일 개봉한 영화 <스턱 인 러브>의 한 장면.2월 20일 개봉한 영화 <스턱 인 러브>의 한 장면.ⓒ millenium entertainment


추수감사절. 윌리엄(그렉 키니어 분)과 그의 아들 러스티(냇 울프 분)는 음식을 준비한다. 음식이 다 준비될 쯤 딸 사만다(릴리 콜린스)가 찾아오고 그녀는 자신의 첫 소설이 곧 출판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식탁에는 한 자리가 비어있다. 윌리엄의 전 부인이자 러스티, 사만다의 엄마인 에리카(제니퍼 코넬리 분)의 자리다. 윌리엄은 에리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사만다는 그런 아버지의 기다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에리카의 외도로 가족이 와해되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식탁에 앉은 셋은 사랑에 대해 저마다 다른 태도와 생각을 갖고 있다. 윌리엄은 재혼한 에리카의 집을 찾아가 몰래 훔쳐 볼 정도로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사만다는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한 이후 사랑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가 여자를 꼬드기기 위해 하는 사전 작업(?)들을 구차하다고 생각하며, 결국 남자의 어리숙한 접근은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단정한다.

그녀는 그런 과정을 풋풋하게 즐길 바에는 차라리 하룻밤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것이 쿨하고 멋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10대인 러스티는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숙맥이다. 그는 같은 수업을 듣는 케이트(라이아나 리버라토 분)를 좋아하지만 쉽게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영화 <스턱 인 러브>는 사랑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사랑을 부정하는 딸, 사랑을 하고 싶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가족'이라는 끈 안에서 발전시키고 퇴화시킨다. 추수감사절에서 성탄절, 성탄절에서 사만다의 출판기념일까지, 그리고 다시 맞은 그 다음해 추수감사절까지. 영화는 특정 기념일을 기점으로 이들 사랑의 변화를 세 시기에 나눠 그려낸다.

'가족'이라는 혈연관계를 핑계로 공유되는 사랑

기성작가(윌리엄), 신인작가(사만다), 작가 유망주(러스티)라는 이들의 사회적 위치와 함께 이들의 사랑이 변화하는 과정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아버지 윌리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윌리엄은 이혼한 전부인 에리카가 언젠가는 자신이 마련한 자리에 앉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에리카가 새로 찾은 삶이 불행하길 바라는 모양으로 그녀의 집을 훔쳐보고, 에리카와 마주치는 순간들마다 그녀의 변화된 감정을 읽으려고 애쓴다.

이에 대한 에리카의 대응은 모호하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윌리엄의 접근을 밀어내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자신 있게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티를 내지도 못한다. 이유는 그녀가 윌리엄의 전부인과 사만다, 러스티의 어머니라는 역할 사이에서 명확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녀가 선택을 내렸던 과정이 온전히 감정의 변화를 기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에 영화는 그녀가 왜 그런 태도를 취했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충분한 설명 없이 성급하게 해피엔딩으로 치닫는 결말 때문이다.

사랑의 가치를 부정하던 사만다가 루(로건 레먼 분)와 사랑에 빠지고, 틀어졌다가 다시 봉합되는 과정 역시 매끄럽지 않다. 사만다는 루와 같이 지극히 평범한 작업으로 접근하는 남자를 애초에 차단하고 무시했던 여자다. 그랬던 사만다가 수업에 나오지 않는 루를 궁금해 하고, 그의 집까지 수소문해 찾아가는 장면은 너무 갑작스럽고 작위적이다.

특히 사만다가 루를 좋아하는 과정과 이유가 불분명하다. 사만다는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는 루에게서 모성애를 느낀 것일까 아니면 루와 어머니의 각별한 사이를 보고 자신과 어머니의 틀어진 사이를 반추하며 자신의 감정을 루에게 투영한 것일까. 그 어떤 쪽으로도 명확하게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다.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영화 안에서 그려지는 사랑은 예외다. 영화는 관객의 감정을 흔들고, 이해를 구하는 예술이니까 말이다.

러스티의 사랑은 안정적이며 보편적이다. 그의 사랑에는 사랑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다. 첫사랑이자 짝사랑으로 시작하는 러스티의 사랑은 고백조차 망설이는 풋풋한 감정에서부터 천천히 시작한다. 처음에 러스티는 일방적으로 케이트를 바라만 봤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마음을 시에 담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 시를 통해 러스티는 드디어 케이트와 말을 섞었다.

일방적으로 바라만 보는 단계에서 서로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단계로 한 단계 발전했지만 거기서 멈춰버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은 러스티에게 용기를 선물했고 결국 둘은 'stuck in love', 사랑에 빠졌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관계는 틀어지지만 영화는 이들 사이에 희망을 남겨둔다. 러스티가 쓴 책, 케이트가 러스티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가 그 단서다. 다다음 해 추수감사절쯤에는 케이트의 자리가 있을 것이다.

2월 20일 개봉한 영화 <스턱 인 러브>의 한 장면. 2월 20일 개봉한 영화 <스턱 인 러브>의 한 장면.

▲ 2월 20일 개봉한 영화 <스턱 인 러브>의 한 장면.2월 20일 개봉한 영화 <스턱 인 러브>의 한 장면.ⓒ millenium entertainment


이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로맨스'라는 홍보 카피를 포스터에 적어놨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특별한 가족의 평범한 로맨스'라는 카피가 더 어울린다.

이들 가족이 특별한 이유 하나, 아버지부터 자식까지 모두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다. 둘, 윌리엄, 사만다, 러스티의 사랑은 모두 '가족'이라는 혈연관계를 핑계 삼아 공유된다. 윌리엄이 러스티의 일기를 훔쳐보고, 윌리엄과 에리카의 관계가 해소되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사만다다. 서로가 서로의 사랑에 관여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반대로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특별할 것이 없다. 보통 우리의 사랑은 어떤 순간을 겪고 발전되며 또 어떤 순간 때문에 틀어진다. 발전과 퇴화의 변화를 거듭한 사랑은 특정 시기가 되면 정착하거나 이동한다. 사랑의 수명은 이 안에서 결정된다. 윌리엄, 사만다, 러스티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킨다'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영화는 그 변화의 증거로 세 인물과 글을 연관시켜 제시한다. 윌리엄은 에리카와 헤어진 후 새로운 책을 집필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상상력을 자신한테 낭비하지 말라는 에리카의 독설처럼 윌리엄은 사랑에 갇혀 그 어떤 상상력도 자신의 글을 쓰는 데 쏟지 못한다. 사만다는 자신이 쓴 책을 루에게 선물하면서 루와의 사랑을 시작하고,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러스티는 폭풍처럼 지나간 사랑의 감정을 글에 담아 기억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주제를 담아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 의도대로 관객이 이를 받아들였는지는 의문이다. 주제를 부각시키기에는 서사가 지극히 평범하고 빈틈이 많은데다가, 영화가 이들의 상대, 에리카, 루, 케이트가 사랑으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은 채 이들을 식탁의 빈자리에 앉히고 있기 때문이다.

에리카와 루는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에 앉으며 놓칠 뻔한 사랑을 되찾기라도 했지만, 케이트는 마약중독에 걸린 자신을 사랑으로 치료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결국, 영화 <스턱 인 러브>는 아쉬운 완성도로 인해 관객을 영화 안에 온전히 갇히지도 빠지지도 못하게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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