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마음거리>를 들고 돌아온 참깨와 솜사탕.

새 앨범 <마음거리>를 들고 돌아온 참깨와 솜사탕(왼쪽부터 박현수, 유지수, 최기덕). ⓒ 파스텔뮤직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미세먼지와 강한 바람으로 마음마저 건조해지는 요즘, 참깨와 솜사탕(이하 참솜)의 노래와 함께해볼 것을 추천한다. 평균나이는 23.6세. '인디음악계의 아이돌'이라 칭하고 싶은 이들이 두 번째 미니앨범 <마음거리>를 들고 돌아왔다. 지난 5일 공식 발매된 이 앨범, 조용히 사람들 귀에 꽂히고 있다.

최기덕(보컬·기타·작곡·25), 박현수(퍼커션·25), 유지수(보컬·작사·21)로 구성된 트리오 밴드인 참솜의 이번 앨범은 지난해 이맘 때 발표한 <속마음>의 확장판으로 볼 수도 있다. 아이돌 가수가 섹시 콘셉트로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을 발산해 뭇 성인들 마음을 설레게 한다면, 이들은 20대의 시각과 생각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주시한다. 요즘 만나기 어려운 진솔함이 이들 음악의 특징이다. 

"인디신 진입도 어려워...데뷔 자체에 감사해요"

 새 앨범 <마음거리>를 들고 돌아온 참깨와 솜사탕.

"아직 정식 음반을 안 내서 '우리 음악은 소수의 사람들만 듣겠구나' 했는데 입소문이 그래도 났더라고요. 제 친구의 친구가 참솜의 팬이라며 SNS 친구 신청도 하는 일도 있었어요. 신기한 일이에요. (웃음)" (최기덕) ⓒ 파스텔뮤직


<속마음> 이후 참솜은 공연과 음악 페스티벌 등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냈다. 신변의 변화도 생겼다. 최기덕은 대학교 학업을 중단하며 전업 뮤지션의 길로 들어섰고, 박현수는 복학 준비 중이다. 새해를 맞은 이들에게 지난해를 돌아보는 질문부터 던졌다.

"아직 정식 음반을 안 내서 '우리 음악은 소수의 사람들만 듣겠구나' 했는데 입소문이 그래도 났더라고요. 제 친구의 친구가 참솜의 팬이라며 SNS 친구 신청도 하는 일도 있었어요. 신기한 일이에요.(웃음) 작년까지 소원이었던 레인보우 페스티벌도 나갔고 여러 활동을 했지만 개인적으론 100점 만점에 33점을 주고 싶어요. 사실 앨범을 내겠다고 마음먹기까지가 어려웠거든요. 아직 정규 앨범을 내지 못해서 기다리는 팬들에게도 미안하고요. 많은 공연을 했지만 게을렀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최기덕)

"(최기덕에게)짜다. 전 80점을 줄래요. 작년에 미니, 싱글 앨범 등 총 3개를 냈어요. 페스티벌 참가도 처음이었지만 큰 실수 없이 잘 넘겼고요. 이번 <마음거리>도 잘 준비를 해냈으니 스스로 만족해요. 하지만 발매가 좀 미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어요." (박현수)

"70점 정도 주고 싶어요. 처음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한 건데 사실 인디신에는 데뷔를 하고 싶어도 못 하고 있는 분이 많거든요. 그런 면에서 우리가 데뷔를 했다는 자체에 감사해요. 프로라고 시작했지만 라디오 출연이나 큰 공연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많이 노출했어요. 공부가 부족했던 거죠." (유지수)

미니앨범이라지만 <마음거리>의 구성은 꽤 풍성하다. 보너스 트랙을 포함해 총 11곡으로 이뤄졌기에 부피만으로는 정규 앨범이라 볼 수도 있다. 최기덕은 "원래 계획이 두 장의 EP(비정규앨범) 앨범을 내는 거였다"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성숙해지는 과정이기에 비정규로 가자고 고집을 피웠다"고 전했다.

"곡을 버리면 다른 멤버가 주워 '뚝딱', 우린 '친환경 밴드"

 새 앨범 <마음거리>를 들고 돌아온 참깨와 솜사탕.

<마음거리>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멤버 박현수는 "수줍은 남자가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해 여자와 잘 안되거나 헤어진다는 내용이 많아서 고민하다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 파스텔뮤직


<마음거리>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앨범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애초부터 이름을 정하고 작업한 건 아니었다. "수줍은 남자가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해 여자와 잘 안되거나 헤어진다는 내용이 많아서 고민하다 붙인 이름"이라며 박현수가 수줍게 설명했다. 처음 나왔던 제목은 '우리가 아직까지 모자란 거리'였고, 그걸 줄인 게 지금 앨범명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멤버들이 고르게 각각 편곡과 악기 연주에 참여했다는 점. 주로 최기덕이 곡을 만들었던 이전과 달리, 유지수가 '어쩌면'이라는 곡을 작사·작곡했고, 박현수는 보컬과 프로듀싱 과정에 함께 했다. 

"음악을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녹음실에서 밤을 꽤 많이 새곤 했는데 타악기와 프로듀싱 과정을 배우면서 집중할 수 있었어요. 조만간 참솜이 단독 공연을 할 텐데 그때는 드럼도 연주하고 보컬도 맡을 예정입니다." (박현수)

"세 멤버가 고르게 참여하는 쪽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곡을 쓰더라도 완성을 잘 못시키곤 했는데 '어쩌면'은 수월하게 완곡이 돼서 들려줬더니 다들 괜찮다고 해서 넣게 됐죠. 제가 여대를 다니다 보니 겉모습과 물질적인 것에 신경을 쓰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어쩌면 물건과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브랜드나 가격에 너무 휘둘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쓴 노래예요." (유지수)

"저도 스타벅스나 커피빈이 뭐가 다른지 몰랐는데 지수의 가사를 보고 이런 여자들이 있구나 새삼 알았죠. 예전까지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했잖아요. 저도 연애나 결혼할 때 된장녀는 안 만날 거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지수가 이런 생각을 할 줄 몰랐죠. 혹시 나중에 지수가 반대로 변할 수도 있으려나요. '그땐 내가 잘 몰랐다'며. (웃음)" (최기덕)

 새 앨범 <마음거리>를 들고 돌아온 참깨와 솜사탕.

"'자장가 불러줄까요'의 보컬을 맡게 됐는데 그게 새벽 2시에 기덕이가 깨워서 부른 노래예요. 팬들을 위해서도 노래를 한 번 제가 불러보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어서 참여했는데 유독 이 곡은 편하면서도 졸린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자장가 계보의 혁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박현수) ⓒ 파스텔뮤직


앨범에 대한 설명 중에 최기덕은 "사실 박현수의 변화가 이번 앨범에 잘 담겼다"고 운을 뗐다. 참솜 하면 어쿠스틱, 즉 전자음 없는 오리지널 사운드를 추구하는 팀으로 각인돼 있지만, <마음거리>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보다 풍성한 밴드 사운드가 특징이다. 편곡에 참여한 박현수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된 결과였다.

"제가 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던져 놓고 자고 일어나면 노래가 완성돼 있더라고요. 현수가 그걸 밤새 만지작거려서 해놓은 거였죠. 제가 버리면 뚝딱 곡을 만들어 놓는 걸 보면 참솜은 '친환경 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웃음)" (최기덕)

"제가 '자장가 불러줄까요'의 보컬을 맡게 됐는데 그게 새벽 2시에 기덕이가 깨워서 부른 노래예요. 팬들을 위해서도 노래를 한 번 제가 불러보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어서 참여했는데 유독 이 곡은 편하면서도 졸린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자장가 계보의 혁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웃음)" (박현수)

참솜은 오는 3월 자신들의 첫 단독 공연을 연다. 청마의 해에 이들은 더욱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정규앨범 준비와 함께 방송 출연도 해보는 게 목표한다. 최기덕은 "아이유와 공동 작업을 해보는 게 꿈"이라는 거창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아이돌이든 기성 뮤지션이든 여러 방면으로 협업을 해보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인디신에 국한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실험을 시도하는 참솜이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꾸준히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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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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