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마지막 회의 한 장면. 유재학(지진희 분)과 송미경(김지수 분).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마지막 회의 한 장면. 유재학(지진희 분)과 송미경(김지수 분). ⓒ SBS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24일 끝났다. 이 드라마는 '남편은 내가 넘어질 때 나를 일으켜 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라는 나은진(한혜진 분)의 마지막 내레이션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결국 주요 등장인물들 모두는 행복해졌고, 주변인들 또한 많은 갈등요소들을 극복하며 이해와 용서 속에 웃음을 되찾았다. 그렇다면 시청자들도 그들과 함께 즐거워야 할 것이다. 다들 사랑을 회복했으니 얼마나 기꺼운 결론인가? 그러나 과연 시청자들은 그들과 한마음이 되었을까?

오로지 행복한 결말만이 정답일까?

나은진과 유재학(지진희 분)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고, 그 사실로 인해 그들의 배우자인 송미경(김지수 분)과 김성수(이상우 분)는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렇게 서늘하게 시작되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으르렁거렸고, 얽히고설킨 모든 관계들이 삐걱거렸다. 인물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 내뱉거나 토로하는 대사들은 매우 현실적이었으며, 한 개인에게 일어난 일들이 일파만파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 또한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인물들 간의 대화는 매우 연극적이었으며 장황한 대사들은 때로 현학적으로 들리기도 했지만, 개별적 상황들은 개연성이 충분하여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었다. 그것은 이별, 이혼, 절연 등의 극단적 일들이 벌어지려 할 때에 절정에 달했다. 고통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보다 나은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모습,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치유를 위한 해법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였던가. 오로지 행복한 결말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듯,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지나치게 착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후, 불륜, 이혼, 반목 등으로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화두로 던졌던, 꽤나 철학적이었던 이 드라마는 그저 평범한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럼에도 충분히 곱씹어 볼 가치는 있는 드라마

'따뜻한 말 한 마디' 결말에 이르러 남편에 대한 송미경의 증오는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거센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토록 쉽게 사그라든 이유, 설득력이 약하다.

▲ '따뜻한 말 한 마디' 결말에 이르러 남편에 대한 송미경의 증오는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거센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토록 쉽게 사그라든 이유, 설득력이 약하다. ⓒ SBS


육체관계가 없는 불륜을 불륜이라 할 수 있는가? 정신적 사랑 또한 불륜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종종 화두가 된다.

결말에 이르러 송미경은 나은진에게 "너로 인해 나와 남편과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난 요즘 좋다"라고 말했다. 남편과의 관계가 정체기로 접어든 즈음, 비록 불륜이라지만 다른 관계로 인해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약간의 고마움(?)이 섞인 토로였다.

뭐, 다 좋다. 어떤 식으로든 삶을 환기시켰다는 것도 그렇고, 그것이 연적에 대한 위대한(?) 화해의 제스처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 드라마, 좀 이상한 것이 있다. 모두 행복해 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나은진과 유재학 간의 육체관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만일 관계가 있었다면?

아마도 그러한 변수가 있었다면 등장인물들 모두는 비탄에 빠졌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네 주인공의 제자리에서의 새 출발은 절대 없었을 것이며, 열린 결말을 보여준 나은영(한그루 분)과 송민수(박서준 분)의 미래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고작 육체관계의 유무에 따라 갈라지는 결말이라니! 결국 육체관계 없는 불륜은 얼마든지 용서 가능한 것? 그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판타지를 제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반 문제를 아주 현실적으로 다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화해의 방식이 조금 의아스럽다. 인물들 간의 관계 회복은 서로간의 부대낌과 치열한 성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제 삼자에 기인한 바 크다. 결국 그들 스스로 극복하지는 못했기에 유사한 문제들은 언제고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강한 반향을 일으켰지만, 벌여놓은 일들에 비해 완만하며 싱거운 결말로 그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말았다. 그러나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말은 아닐지라도,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준 것은 결코 적지 않다.

이 드라마는 불륜 등의 잘못된 선택이 이끌 수 있는 파괴적 결과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때로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들리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의 대사들 또한 충분히 곱씹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 속에 어떤 뜻을 담고 있는가를 귀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던 것.

그리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 '그 정도면 되었다'라고. 우리의 마음과 귀를 열게 만들었던 <따뜻한 말 한마디>, 그저 흘려버리면 그만인 드라마들 사이에서 충분히 제 할 일은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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