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과 주형준이 22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과 주형준이 22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훈이 한국 빙속 역사를 새롭게 썼다.

이승훈은 후배 주형준, 김철민을 이끌고 22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비록 결승 상대인 세계 최강 네덜란드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그동안 팀추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빙속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내면서 이승훈의 도전은 더욱 값진 성과를 거뒀다.

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좌절 대신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과감히 종목을 변경했다. 그리고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이상화, 모태범과 함께 한국 빙속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밴쿠버 올림픽이 끝나자 깊은 슬럼프가 찾아왔고,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이승훈은 이번 올림픽 5000m에서 12위에 머물며 고개를 숙였고, 10000m에서 최선을 다한 역주에도 불구하고 4위를 기록하며 메달을 놓쳤다.

그럼에도 이승훈은 4년 전처럼 다시 일어섰다. 비록 개인전에서 부진했지만 후배들과 함께 팀추월에 나선 것이다. 결국 러시아와 캐나다를 연파하며 결승에 올라 사상 첫 메달까지 따내며 기어코 명예를 회복하며, 시상대에서 활짝 웃었다.

이승훈, 좌절 딛고 일어선 '오뚝이'

이승훈이 새로운 전략 종목으로 삼은 남자 팀추월에서 한국은 1, 2차 월드컵 동메달에 이어 4차 월드컵 은메달로 기량이 일취월장하면서 소치 올림픽의 유력한 메달권 후보로 떠올랐다.

결승에서 만난 네덜란드는 역시 강한 상대였지만 아직 경험과 기량을 더 쌓아야 하는 주형준과 김철민이 믿음직한 선배 이승훈과 함께 손발을 맞추면서 '시너지 효과'로 따낸 은메달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선수 3명 모두 빠짐없이 잘한 덕분에 가능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는 역시 이승훈이다. 사실 이승훈이 없었다면 한국 팀추월은 메달에 가까이 다가서기 힘들었을 것이다.

트랙 8바퀴를 도는 남자 팀추월에서 이승훈은 가장 마지막 주자로 출발해 3바퀴째부터 선두로 나서 레이스의 전체의 절반인 4바퀴를 가장 앞에서 이끈다. 그만큼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체력 부담이 크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이승훈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 전략에 숨통이 트인 한국은 이승훈을 앞세워 안정된 레이스를 펼치며 세계적인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평창을 바라보는 이승훈, 또 '사고'칠까

소치 올림픽은 유난히 '여풍'이 거셌다. 한국의 메달은 모두 여자 선수들이 따낸 것이다. 만약 이날 팀추월 은메달에 없었다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남자 선수들의 '노메달' 대회가 될뻔했다.

이승훈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함께 뛴) 후배들 덕분에 메달을 땄다"고 겸손해하며 "셋이서 이룬 메달이라 세 배나 더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평창 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밴쿠버 올림픽 2개, 소치 올림픽 1개 등 3개의 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개인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까지 세웠다. 그리고 4년 후 평창에서 이승훈이 다시 이 기록을 갈아치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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