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22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모두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남자부에선 12년 만의 노메달이라는 안타까운 성적을 냈지만, 여자부에선 500m부터 3000m계주까지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열린 1000m에 박승희(화성시청)와 심석희(세화여고)가 완벽한 팀플레이로 금, 동메달을 따냈다. 이들은 경기 직후 서로 얼싸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태극기를 들고 빙판을 돌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기자가 인터뷰 했던 박승희(화성시청), 심석희(세화여고)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박승희, 더 강해져서 돌아온 쇼트트랙 베테랑

 쇼트트랙 박승희가 소치올림픽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개인전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모습

쇼트트랙 박승희가 소치올림픽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개인전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모습 ⓒ 박영진


박승희는 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가운데 조해리(고양시청)와 함께 가장 경험이 많고 레이스 운영이 노련한 선수다. 빠른 스타트 능력과 어떤 상대를 만나도 기죽지 않고 침착한 레이스 운영. 그녀는 현재 쇼트트랙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다.

박승희를 인터뷰한 것은 지난 2012년 7월이었다. 당시 기자는 박승희와 함께 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박승희의 동생인 박세영(단국대), 그리고 어머니 이옥경씨와 아버님 박진호씨까지 함께 만났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박승희의 가족은 3남매가 모두 국가대표다. 이는 어머니의 희생과 세 남매의 노력이 일궈낸 기적이었다.

박승희는 현재  친동생,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현 국가대표 주장인 이한빈(성남시청), 그리고 역시 국가대표인 김아랑(전주제일고) 등과 함께 숙소와 집, 태릉선수촌 등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한 여름에 만난 이들 가족은 소박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이었다. 박승희와 박세영을 함께 인터뷰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장난치며 답을 주거니 받거니 했는데 이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친남매 그대로였다.

OX퀴즈로 답을 할 때는 내내 환한 미소로 답을 했지만, 쇼트트랙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박승희의 눈빛은 달라졌다. 당시 박승희는 허리부상에서 막 회복돼 돌아온 때였는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난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빙상 국가대표로 유명한 박승희의 가족. 맨왼쪽부터 박승희의 아버지 박진호씨,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세영, 3남매의 어머니 이옥경씨, 국가대표 박승희, 박승희의 사촌이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정지웅. 사진은 지난 2012년 인터뷰에서 모습

빙상 국가대표로 유명한 박승희의 가족. 맨왼쪽부터 박승희의 아버지 박진호씨,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세영, 3남매의 어머니 이옥경씨, 국가대표 박승희, 박승희의 사촌이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정지웅. 사진은 지난 2012년 인터뷰에서 모습 ⓒ 박영진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심석희의 월드컵 성적이 워낙 좋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박승희에 대한 주목이 덜했던 것은 사실이다. 박승희는 월드컵 시리즈 내내 심석희의 뒤에서 그녀를 보호하면서 함께 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언론의 관심이 조금 덜했던 것에 조금 실망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박승희는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면서 결국 두 올림픽 통틀어 여자 쇼트트랙 전 종목 메달을 획득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어머니 이옥경씨가 피겨인줄 알고 시작했던 박승희, 박세영의 쇼트트랙 입문. 시작은 작은 오해(?)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선수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승희 가족은 외국의 기아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등 남몰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3남매를 모두 국가대표로 키워내기까지 적잖은 고생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순정만화를 통해 빙상종목을 처음 접했다고 한 어머니는 "그 때 순정만화 보길 잘했다"고 얘기했다. 그 순정만화 책 없었으면 아마 지금의 박승희는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심석희, 수줍음 많은 '괴물소녀'의 꿈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가 소치올림픽 10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이번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모두 따냈다. 사진은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 모습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가 소치올림픽 10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이번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모두 따냈다. 사진은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 모습 ⓒ 박영진


심석희를 만난 것은 지난 201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다. 인터뷰하기 이틀 전 기자는 현 국가대표 감독인 최광복 코치의 허가를 받고 태릉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선수들이 빙상훈련을 하는 사진촬영을 하러 갔었다. 당시 시즌부터 국가대표 발탁됐던 심석희는 과연 소문대로 '괴물소녀'라 부를만 했다. 여자 선수들은 물론 남자 선수들까지도 맨 앞에서 이끌며 빙상장을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레이스에서 맨앞에서 레이스를 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뒤쫓아 가는 선수들에 비해 선두에 있는 선수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힘이 들어갈 정도다. 그럼에도 심석희는 지친 기색 없이 약 1시간 동안 빙판을 거침없이 누볐다.

이틀 뒤 태릉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추운 날씨를 뚫고 태릉빙상장에 다시 찾아가자 심석희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기자는 남자 쇼트트랙의 대들보 노진규(한국체대)도 인터뷰를 했는데, 두 선수가 나란히 얘기하면서 들어왔다. 수줍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들어오는 소녀는 월등한 키 탓에 멀리서 봐도 심석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인터뷰 내내 심석희는 담담하면서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목표를 묻자 그녀의 대답은 "모든 시합에서 목표는 1등"이라고 답했다. 목표는 높게 잡을수록 좋은 게 아니냐고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당시 심석희는 2013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5차 월드컵을 한참 준비하고 있었다. 5차 월드컵이 열린 현장이 바로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이 열린 그 경기장에서 하기에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철저했다.

심석희 역시 그랬다. 특별히 장소에 대해 인식하기보단 평소 하던 대로 하고 싶다며 또 '1등'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1등', 그리고 '목표'라고 하는 단어는 그녀와 인터뷰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로 기억에 남아있다.

 2012년 기자와 인터뷰 하면서 찍은 심석희 선수의 모습. 어딘가 모르게 조금 어색한 표정이 있다.

2012년 기자와 인터뷰 하면서 찍은 심석희 선수의 모습. 어딘가 모르게 조금 어색한 표정이 있다. ⓒ 박영진


인터뷰를 끝내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심석희는 다시 어색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언가 어색한 미소를 보인 탓에 사진을 찍던 나도 옆에서 지켜보던 노진규도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사진을 본 심석희는 "괜찮은 거 같은데"라고 말하며 머쓱했다.

올림픽에서 동반 메달로 막바지 감동을 선사한 두 쇼트트랙 선수들. 소탈하고 꿈많은 이들은 빙판에선 세계 최강을 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22일 새벽, 기자에게 무언의 보람과 뿌듯함, 기쁨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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