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3)의 마지막은 환하게 웃었기에 역설적이게도 더욱 가슴 아팠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18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단 한 번도 포디움을 벗어난 적 없는 그녀는 전 세계에 여운을 남기고 그렇게 피겨 역사의 마지막 한 줄을 장식했다.

18년의 선수생활, 모든 걸 쏟아 부은 탱고

 피겨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무결점 연기를 마친 뒤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김연아는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무결점 연기를 마친 뒤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김연아는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 연합뉴스


김연아는 마지막 무대의 7분을 위해 밴쿠버올림픽 이후 다시 4년이라는 긴 선수생활을 지속했다.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목표로 해온 밴쿠버의 무대에서 세계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녀는 올림픽 무대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복귀를 선택했던 데는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 '김연아 키즈'라 불리는 한국 피겨 유망주들은 아직까지 시니어 무대 경험이 없을 뿐더러, 김연아가 복귀하기 전까진 시니어 그랑프리는 물론이고 이번 올림픽 참가마저 불투명했던 상황이었다.

후배들의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본 김연아는 결국 다시 한 번 스케이트화 끈을 묶고 은반 위에 섰다. 다시 돌아온 김연아는 더욱 성숙해지고 강해져 있었다. 밴쿠버올림픽 당시를 뛰어넘는 기량과 물오른 표현력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2009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세계선수권 정상에 섰고, 이번 마지막 무대에선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인 '아디오스 노니노'를 준비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4분간의 강렬한 탱고에 맞춰 최고 난이도의 점프를 비롯해, 복잡하고 쉴 틈이 없는 연결동작들, 그리고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연기해야 했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김연아의 선수생활을 압축해 놓은 느낌이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김연아는 경기 직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상당히 지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만감이 교차하던 순간 김연아의 표정은 아쉬움과 시원섭섭함이 번갈아 묻어났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기에 그녀의 얼굴엔 다시 미소가 번졌다.

"그 무언가가 나를 흔들어댄다 한다 해도, 나는 머리카락 한 올도 흔들리지 않겠다"
- <김연아의 7분 드라마> 책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해 여왕의 피날레를 장식한 그녀는 역시 흔들리지 않았다. 음악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매력적인 눈동자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연기한 그녀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자신이 목표로 했던 후회 없는 연기를 마쳤다. 

웃었기에 더욱 슬펐던 피날레

김연아는 은반 위를 빠져나오면서 자신의 첫 스승과 다시 만났다. 류종현 코치가 김연아에게 "연아야, 이제 끝났어"라고 말하자 그녀의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처럼 보였다. 그 짧은 순간에 김연아의 부담감이 얼마나 컸는지가 한 눈에 보였다. 신혜숙 코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환하게 웃었다. 선수 생활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환하게 빛났다.

마음껏 울어도 좋았지만 김연아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환하게 웃어 보였다.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연습해서 했던 것만큼 완벽하진 않았지만, 후회 없이 경기를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며 오히려 담담했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경기를 하게 됐는데 잠 못주시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오히려 국민들을 걱정했다.

김연아는 자신이 '행복한 스케이터'라고 늘 말해왔다.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험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목표를 이뤘기에,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했다고 했다.

"연아야 고마워"
- 2014년 2월 21일 실시간 검색어

김연아가 경기하기 전부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전파된 이 말은 누리꾼들이 김연아를 위해 만들어 준 검색어다. 세상에 어느 인사보다 가장 따뜻하고 밝은 감사의 인사였다. 팬들의 마지막 인사 속에 행복한 스케이터의 피날레는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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