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3)는 끝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은반 위에 쏟아붓고 은빛 피날레로 선수생활을 마쳤다. 러시아의 홈 텃세, 마지막 순서 등의 악조건을 딛고 최선을 다한 김연아는 챔피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퇴장했다. 하지만 심판들은 그녀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피겨 역사에 길이남을 오점을 남기며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금메달을 안겼다.

소트니코바의 노골적인 가산점 퍼주기

 김연아의 소치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점수표. 대부분의 기술요소 가산점이 불과 1점밖에 되지 않으며 평소 김연아가 받던 점수를 받지 못햇다. 사진은 소치올림픽 조직위에 올라온 점수표

김연아의 소치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점수표. 대부분의 기술요소 가산점이 불과 1점밖에 되지 않으며 평소 김연아가 받던 점수를 받지 못햇다. 사진은 소치올림픽 조직위에 올라온 점수표ⓒ 소치올림픽 조직위


올림픽 금메달을 결정 지은 요인은 무엇보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심판들이 노골적으로 기술점수에 가산점을 많이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종 가산점은 9명 심판이 준 최하점과 최고점을 뺀 나머지 7명이 준 점수의 평균치다. 심판이 재량껏 주는 가산점은 최하 -3점부터 최고 3점까지인데 이것은 점프의 경우 도입부터 착지까지 하나의 기술을 얼마나 정확히 수행했냐는 기준에 따라 매겨진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든 점프가 정확한 에지 사용으로 도약한 것을 시작으로, 완벽한 공중자세, 매끄러운 착지 등을 기록해 가산점 3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심판은 그녀에게 1, 2점만 주면서 결국 최종 가산점은 그간 김연아가 받아온 가산점에 비해 모두 낮은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소트니코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 수행한 점프별 가산점을 보면 첫 점프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에서 가산점을 1점을 준 것을 시작으로, 트리플플립, 트리플루프 등 뒤이은 점프 역시 모두 1.5, 1.6점을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중반부에 유일하게 실수했던 트리플플립 3연속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감점이 불과 0.9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 스텝에서도 1.7점, 스핀에서도 1.5점 등의 가산점을 받으면서, 소트니코바는 이날 대부분의 기술요소에서 가산점을 1점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김연아의 가산점은 너무 짰다. 첫 점프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에서 가산점을 1.6점을 기록했지만, 트리플플립과 트리플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는 모두 가산점이 1점을 겨우 넘겼다. 중후반부에 있었던 어려운 연결동작 뒤 수행한 더블악셀 3연속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살코 점프, 마지막 더블악셀 단독점프의 가산점은 1점도 채 되지 않았다. 스텝에서도 김연아는 빠르고 복잡한 트위즐과 턴을 비롯한 최고난이도 기술을 보여줬지만, 가산점은 소트니코바보다 낮은 1.14점에 불과했다. 

유럽 텃세 판정, 어제 오늘 일 아니었다

사실 김연아가 유럽의 편파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 소치올림픽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08년 김연아는 당시 고관절 부상을 당해 걷기조차 힘든 상태로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러츠 점프에서 넘어지고 말았지만, 나머지 기술요소를 침착히 모두 수행했다. 그런데 김연아의 점수는 상상 의외의 점수였다. 58.11이라는 낮은 점수였는데, 그 이유는 당시 스핀에서 심판들이 최고 레벨점을 주지 않았으며, 스파이럴 기술 역시 정해진 시간보다 짧게 수행했다는 이유로 최하 레벨1을 줬기 때문이었다.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으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 김연아는 이튿날 프리스케이팅에서 '미스 사이공' 선율에 맞춰 감동의 연기를 선사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진통제를 맞고 출전한 탓에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로 마지막 스핀을 돌며 엔딩 자세를 마무리지었다. 당시 두 눈을 질끈 감은 김연아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그러나 심판들은 평소 김연아가 받던 가산점을 주지 않았고 예술점수 역시 기대이하로 결국 123.38이라는 아쉬운 점수를 기록했다. 이 경기 전에 출전했던 2007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트리플루프 점프 실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클린했을 때 받은 132.21점에 비해 10점 가량이나 뒤진 점수였다.

반면 당시 아사다 마오(일본)은 당시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 트리플악셀에서 심하게 넘어져 거의 20초간 아무런 기술을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감점이 전혀 없어 논란이 일었다. 또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역시 유럽의 후한 예술점수 덕분에 김연아를 제치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연아의 점수가 발표된 직후 장내는 심판들을 비꼬는 "우"하는 목소리로 진동을 했다. 외국해설은 물론 피겨의 전설들까지 이후 "심판들이 제대로 판정을 했다면, 그날의 금메달은 김연아의 것이었어야 했다.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김연아의 예술점수가 똑같다니"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로부터 3년뒤 모스크바 2011년 세계선수권, 밴쿠버올림픽 이후 1년이 넘는 공백을 딛고 다시 출전했던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는 '오마주 투 코리아' 아리랑 선율에 맞춰 한국을 알리는 프리 프로그램으로 한국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도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심판들은 김연아가 수행한 각 기술의 가산점을 밴쿠버올림픽 때보다 현저하게 낮게 주면서 공정하지 못한 판정을 내렸다. 결국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선 간발의 차이로 1위를 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안도 미키(일본)에 뒤져, 최종 합계에서 불과 1점도 차이가 나지 않는 점수 차로 2위를 기록했다.

이 경기 직후 러시아의 해설위원 이리나 슬루츠카야(2006 토리노올림픽 동메달)는 "김연아가 왜 시상대에서 슬피 우는지 나는 안다. 나 역시 같은 경험을 한 바 있기 때문"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과반수 이상의 심판이 유럽인, 자격정지 받은 심판도 있다

 이번 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판정을 맡았던 심판 명단이다. 대부분의 심판이 유럽심판으로 채워져있다,

이번 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판정을 맡았던 심판 명단이다. 대부분의 심판이 유럽심판으로 채워져있다,ⓒ 국제빙상연맹


여자싱글 경기가 끝난 직후 <뉴욕 타임스>는 신문에 '피겨 여자싱글의 심판이 누구였나'며 불공정한 판정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이번 프리스케이팅 심판 9명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았던 심판 4명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 5명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심사했던 심판들이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 이 엔트리 가운데 한국의 고성희 심판도 있었지만, 결국 추첨과정에서 뽑히지 못했다.

프리에 배정된 심판 9명 중 7명이 유럽심판, 1명이 일본심판, 1명은 캐나다 심판이다. 그 중 논란이 되고 있는 심판은 우크라이나 유리 발코프로 지난 1998년 나가노올림픽 피겨 페어스케이팅 경기에서 캐나다 심판과 담합해, 서로 자국 팀에게 좋은 점수를 주도록 해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 다른 심판 알라 샤브첸코바는 러시아 빙상연맹 사무총장의 부인이다. 심판뿐만이 아니라 테크니컬 컨트롤러였던 알렉산더 라크네이크는 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이었고, 리플레이 오퍼레이터인 알렉산더 쿠츠네초프 역시 러시아 심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대부분의 심판이 유럽사람임은 물론, 러시아 심판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세다.

결국 심판 판정의 텃세 속에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를 했음에도 금메달을 놓치면서 외신들 역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언론은 "김연아의 은메달은 러시아 텃세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했고, 프랑스 언론은 '스캔들'이라는 제목으로 "소트니코바는 그것을(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까지 나서 "결과가 뒤집히진 않겠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다, 반드시 다시 토론을 통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아는 그동안 선수생활을 해오면서 늘 정석점프를 구사했음에도 항상 납득하기 힘든 판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끝내 심판들은 끝까지 김연아를 놔주지 않고 디펜딩 올림픽 챔피언에게 모독을 안겼다.

가장 신성해야 하는 스포츠에서 가장 불공정한 판정이 나온 이번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은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피겨 페어스케이팅의 뇌물 스캔들과 함께 가장 납득하기 힘든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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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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