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한 시상식 레드카펫에 선 이효리.

작년 7월 한 시상식 레드카펫에 선 이효리. ⓒ 이정민

이것이 '이효리 효과'다.

18일 오전, 가수 이효리가 쌍용자동차를 포함한 해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비 및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한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4만 7천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마이스타>(관련 기사: 이효리가 보낸 '노란봉투', 4만7천원과 손편지 담아)를 비롯해 많은 매체가 앞 다퉈 이 소식을 다뤘고, 진중권, 노회찬 등 수십 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인사들도 응원하며 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그래서일까. 18일 오전 869명 참여, 5천 3백만 원 가량 모였던 기부액과 참여 인원은 단 이틀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20일 오전 10시까지 5천 460명이 참여, 총 2억 7천 799만 6630원을 모았다. 이 프로젝트의 기부 달성액은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들의 손해배상액인 47억의 10분의 1인 4억 7천 만 원이다.

'이효리 효과'로 목표액의 59%를 달성한 기부액은 현재 실시간으로 상승하며 3억을 향해 가고 있다. "홍보가 너무 안 되었는데, 이효리 기사 보고 알았다"는 글부터 "이효리씨 손편지 보고 눈물이 나더군요"라는 반응까지. '노란봉투 프로젝트'의 개미스폰서 사이트에는 기부에 이은 응원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를 두고, 유명인을 홍보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셀러브리티 마케팅'(Celebrity marketing)의 일환으로  볼 것이냐는 것은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안이 다르다. 오히려 상업적인 홍보였다면 '색깔'로 점철된 비난은 적었을 터다. 문제는 '이효리 효과'를 부정하는 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심히 왜곡돼 있다는데 있다. 

확연히 증명된 '이효리 효과'를 부정하는 시선의 부정성 

 아름다운 재단이 공개한 이효리의 손편지.

아름다운 재단이 공개한 이효리의 손편지. ⓒ 아름다운재단


아니나 다를까, 일베(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이효리 관련 글들도 신속히 올라왔다. '盧(노)오란 봉투 프로젝트 들어봤냐?'라는 비아냥부터 '우리나라 연애인들 빨갱이들 너무 많다, 나라가 걱정스럽다'는 오타 섞인 한탄까지. 예의 그 '일베어'가 난무하는 문장들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영방송 KBS는 물론 보수언론까지 '이효리 선행 화제'란 이름으로 보도하는 이 '이효리 효과'에 대한 색안경은, 그러나 일베와 같은 사이트에 그치지 않는다. '이효리 기부' 관련 기사에 달린 포털사이트의 댓글들 중 수 천 명이 추천한 반응들이 사실 더 문제적이다.

일베의 비난이 뿌리 깊은 정치적인 편견에서 표출된 악의적인 배설에 가깝다면, 이러한 반응들이야말로 연예인이나 유명인 개인의 소신에서 비롯된 '액션'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을 일견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손해배상은 노조가 해주는 것이 아니고 시민들이 해주는 구나." (ms75****)
"저 노동조합 수백 수천 억 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거 모르냐" (esm0201)
"제동이하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지..귀족노조 지원하네. 쌍용차가 왜 망하는지 알고나 하는지. 차라리 불우 아동돕기나 해라." (mong****)
"이효리씨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젊은이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시고 행동하셔야지 감상적인 접근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될 것 같군요." (fine****)

수 천 명이 추천한 의견들 중 수위가 이렇다. 나라를 뒤흔들었던 '국정원 댓글'이 밝혀지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러한 의견들이 여론의 한 갈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리어 2012년 대선 전후, 이효리가 자기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그 의견과 다른 이들의 공격을 받았던 과거를 감안하면 약한 수준이라 봐야 할까.  

이효리가 보여준 공감 능력이 소중한 이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에서 공개한 이효리와 이상순의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모습.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에서 공개한 이효리와 이상순의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모습. ⓒ KARA


갈무리 해 보자. '연예인 이효리가 귀족 노조에 기부했다, 연예인이라서 사태의 본질엔 어수룩하다, 그래서 그 무얼 잘 모르는 연예인이 함부로 행동하면 대중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로 요약 가능하다.

이 같은 편견과 선입견은 과거 '연예인은 딴따라다'부터 '정치에 동원되는 연예인'이란 인식에서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경향신문>의 20일자 칼럼은 (이미 그 의미 논쟁이 한차례 휩쓸고 간)'개념녀 이효리'란 제목과 함께 상찬에 나섰지만, 일각의 인식은 '여전히'인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7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에 대한 해고 무효판결을 내렸다. 기존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과는 달리 우선 원직복직이 가능해졌고, 요지부동인 사측에 대해 쌍용차 노조는 국회 차원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 '귀족노조'의 파업이 불법이 아님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사측과 정부, 그리고 보수 프레임이 규정한 '귀족노조'라는 것도 '종북' 딱지와 매한가지다.

이효리가 이번 기부에 나선 것은 주간지 < 시사IN >에 실린 어느 한 주부의 사연 때문이었다고 한다.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이 주부는 해고자들과 그 가족들의 팍팍한 삶에 도움이 되고자 편지와 기부액 4만 7천 원을 편집부에 보냈고, 이효리는 이 기사를 읽고 공감하던 차에 자신도 직접 손편지와 함께 기부에 나선 것이다.

"너무나 작은 돈이라 부끄럽지만, 한 아이 엄마의 4만 7천 원이 제게 불씨가 됐듯 제 4만 7천 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돈 때문에…, 모두가 모른 척하는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길 바랍니다. 힘내십시오."

공감 능력, 이효리가 보여준 이 감정은 그 누구라도 가지고 있다. 연예인이라서, 유달리 튀는 이만 지닌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현실과 어떤 상황에 공감하는가'다. 이효리는 그간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 왔고, 빈곤층을 지원하는 '효리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위안부 할머니와 다문화 가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 공감이 동참으로 이어지는 것. 누구나 속내에 지녔을 '측은지심'의 발로라 하더라도, 이를 실천에까지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의 소외된 이와 소수자에게 향한 이효리의 이 공감은 이제 해고 노동자에게까지 이르렀다. '이효리급'의 어느 유명인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단순히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폄훼하는 비뚤어진 시선야말로 터무니없이 정치적이고 색깔에 짓눌린 한국사회의 피곤을 증명하는 얼룩과도 같다.

'셀러브리티 효과'라도 좋다. 오히려 자기 소신에 위배되는 상업광고를 거절하기 일쑤라는 이효리가 스스로 움직여서 파생되는 효과라면 더더욱. 결혼 이후 좀 더 진해진 '공감'을 보여준 '유부녀 이효리'가 '동시대인'이라 다행이다. 개인적으론, 앞으로 팬들과 대중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더 깊어질 '엄마 이효리'의 얼굴이 무척이나 궁금해 진다. 

이효리 노란봉투 쌍용차 효리기금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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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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