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가 자신의 마지막 무대인 소치올림픽의 7분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12일 인천공항 출국 기자회견에서 모습

피겨여왕 김연아가 자신의 마지막 무대인 소치올림픽의 7분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12일 인천공항 출국 기자회견에서 모습 ⓒ 박영진


'피겨여왕' 김연아(23, 올댓스포츠)가 드디어 자신의 마지막 7분을 앞두고 있다. 김연아는 이번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7살부터 시작해온 피겨스케이팅 선수 생활 18년을 마무리 한다.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밝은 미소가 넘치다

김연아는 지난 13일 소치에 도착한 직후부터 차분히 경기를 준비해 왔다. 첫날과 둘째날엔 연습 링크에서 점프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김연아는 첫 연습부터 거의 완벽한 모습을 선보여 외신기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후 15일에는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서 한 차례 휴식을 갖기도 하는 등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지난 16일에는 경기가 열리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처음으로 연습을 했다. 이날 연습에서도 김연아는 자신이 해야 할 과제들을 모두 해내면서 안정적인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17일엔 조추첨에 참석해 17번째(3조 5번째)라는 무난한 결과를 받아들였다. 조편성 직후 있었던 연습에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아디오스 노니노>를 단 한차례 실수도 없이 해냈다.

그리고 경기를 하루 앞둔 18일엔 드디어 마지막 연습을 했다. 김연아는 점프를 생략하고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의 동선과 안무, 스핀을 중점적으로 꼼꼼히 살피면서 연기를 마쳤다. 모든 연습을 마친 김연아의 마지막 한 마디는 이랬다.

"빨리 경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 18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얼마나 자신감에 차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현지언론에 담긴 김연아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고 환했다. 이미 올림픽을 경험했기에 경험도 충분했고, 그녀가 스스로가 얼마나 준비가 잘 돼있는지 알 수 있었다.

 김연아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종종 납득하기 힘든 판정을 받아왔지만 실력으로 극복해냈다. 사진은 지난 2013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 Eurosports의 중계 화면

김연아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종종 납득하기 힘든 판정을 받아왔지만 실력으로 극복해냈다. 사진은 지난 2013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 Eurosports의 중계 화면 ⓒ Eurosports


많은 어려움 있었던 김연아, 슬기롭게 해쳐나갔다

김연아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인 이번 소치올림픽에 오기까지 18년이란 시간 동안 얼음 위에 서있었다. 그 과정엔 결코 녹록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

초창기에는 심한 부상과 재정적인 문제로 선수생활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김연아가 본격적으로 빛을 냈던 2008-2009 시즌부턴 심판 판정이라는 새로운 어려움이 들이닥쳤다. 김연아는 당시 중국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대회에서 <죽음의 무도>를 연기할 때 뛰었던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룹 점프에서 플립 점프의 에지가 잘못됐다며 '롱에지' 판정을 받았다. 꾸준히 가산점을 받아온 점프에서 갑자기 롱에지 판정으로 감점을 받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후에도 어텐션(주의판정) 판정이 끊임없이 붙어, 결국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이 점프를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로 바꿔 뛰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모험보단 안정을 택하지만, 김연아는 강한 자신감으로 점프까지 바꿨음에도 더욱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해 2위와 무려 20점이 넘는 점수 차로 금메달을 땄던 2013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플립 점프에서 알 수 없는 롱에지 판정을 받아 점수가 깎였고, 예술점수 역시 박한 점수를 받았다.

위기에 봉착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을 무결점으로 연기해 기립박수를 받았고 결국 148.3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획득해, 총점 218.31점으로 우승을 했다. 어려운 고비가 항상 찾아왔던 김연아였지만 그녀는 그럴 때마다 실력으로 입증해 힘든 순간을 이겨냈다.

 김연아과 김해진, 박소연이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경기에 출전한다. 사진은 12일 인천공항 출국 기자회견에서 모습

김연아과 김해진, 박소연이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경기에 출전한다. 사진은 12일 인천공항 출국 기자회견에서 모습 ⓒ 박영진


김연아, 이젠 자신을 위해 날아라

그동안 김연아는 '대한민국'이라는 큰 무게를 지고 항상 경기에 임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2011년에 출연했던 SBS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스포츠에서 1등과 2등은 거의 1등과 꼴등과 같은 대우가 있는 것 같다"며 부담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 당시 김연아는 미국 NBC방송에서도 소개될 정도였다.

"만약 내가 1등을 하지 못한다면 전 국민들이 등을 돌릴지도 몰라."
- 미국 NBC 방송에 소개된, '김연아의 7분드라마' 책 내용

올림픽이라는 너무나 큰 무대가 줬던 압박감은 상당했지만 김연아는 초연한 모습이었다.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했던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클린 연기로 보답했고, 마침내 세계신기록까지 갈아치우며 진정한 '강심장'임을 보여줬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김연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단연 '금메달'일 것이다. 2월 초에 방송된 KBS의 다큐멘터리에서 김연아는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동안 김연아는 대한민국의 기대 속에 선수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한국 국민을 비롯해 전 세계의 피겨팬들은 김연아의 아름다운 연기에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왔다. 우리가 받았던 감동의 시간을 이제는 그녀에게 돌려주고 온전히 자신의 마지막 7분을 행복할 수 있도록 누리게 해줘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만의 피겨로 기쁨과 감동, 희망을 줬던 김연아. 이제 마지막 7분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날아오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자신의 바라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20일 새벽 2시 24분 마지막 7분 드라마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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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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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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