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의 정세로(윤계상 분).

17일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의 정세로(윤계상 분). ⓒ KBS


배우 윤계상.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그를 그룹 god 때부터 봐 온 이들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연기를 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건만, 연예인 윤계상은 오롯이 배우라기보다는 가수 출신의 배우라는 이미지가 더 크다. 이것이 사실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도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할 테다.

동방신기를 거쳐 JYJ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유천을 보자. 그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배우라는 소리를 듣기에도 어색함이 없는 멀티플레이를 현명하게 치러내고 있다. 곧 방송 예정인 그의 신작 <쓰리 데이즈>는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손현주와의 투톱 구도에 흥미로움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박유천의 갈수록 증폭되는 연기 스펙트럼에 거는 기대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박유천보다도 일찍 배우의 길에 들어선 윤계상에게는 아직 이만큼의 기대감 어린 시선이 부족하다. 무던히 노력한 탓에 아이돌 출신의 '발연기' 배우라는 오명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 됐지만, 그렇다고 대중들의 눈에 들어 올만큼의 연기를 보여준 적도 없다. 10편의 영화와 6편의 드라마가 그의 필모그래피에 촘촘히 적혀 있는데도 말이다.

그의 이력은 생각보다 화려하다. 비록 대부분의 작품들이 흥행이라는 과업을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작품들 속에서 그가 선보였던 연기는 연이은 호평을 누렸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집행자><풍산개> 등에서 그는 선 굵은 연기로 남성미 넘치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드라마 <트리플><로드 넘버원><최고의 사랑>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배우 윤계상으로서 악수를 끊임없이 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자리는 늘 애매모호했다. 드라마에서 그가 선 곳은 주연도 조연도 아닌 중간 그 어디쯤이었다. 타이틀 롤 주연은 아니었던, 그렇다고 완전한 조연이라고는 볼 수 없는 설명하기도 힘든 그런 역할 말이다. 항상 같은 선상에 있던 주연 배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트리플>에서는 이정재에게, <로드 넘버원>에서는 소지섭에게, <최고의 사랑>에서는 차승원에게 가장 빛나는 자리를 양보했다.

물론 주연이든 조연이든 제 몫을 충실히 해내기만 한다면, 그 배우는 언젠가는 뜨게 되어있다. 아무리 상대 배우의 아우라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할지라도, 그에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다 해도 윤계상에게 이정재나 소지섭, 차승원은 분명 버거운 상대였을 것이다. 게다가 분량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다면, 치고 올라가기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어려웠을 테다.

'태양은 가득히' 굴곡진 캐릭터, 잘 표현해 낸다면

ⓒ KBS


그런데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한 그에게 드디어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17일 새로 시작한 KBS 2TV <태양은 가득히>에서 모처럼만에 단독 주연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상대 여배우는 요즘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지혜다. 상황이 좋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작품을 잘만 이끌어 나간다면, 원톱 주연 배우로서의 자리매김을 이참에 굳힐 수 있을 듯하다.

2회 연속방송을 통한 전체적인 느낌이 괜찮다. 태국 쥬얼리 페어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한영원(한지혜 분)은 그곳에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를 잃어버린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태국 땅을 밟은 정세로(윤계상 분) 역시 그곳에서 아버지를 잃어버린다. 이국땅에서 그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의 비극은 다이아몬드 하나로 교묘하게 맞물리며 또 다른 비극적 운명을 낳을 채비를 하고 있다.

1회와 2회의 70%를 태국에서 촬영했고, 이 해외 촬영분은 그들의 잔인한 운명을 그리는 데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드라마틱하면서도 개연성을 갖췄으며, 극적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억지스러운 구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정세로의 복수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자를 잘못 알고 있는 한영원의 오해가 어떻게 엮여 돌아가게 될지 그 다음 회가 기다려진다.

ⓒ KBS


<태양은 가득히>에서 주목해야 할 배우는 단연 윤계상이다. 한지혜가 맡은 한영원이라는 캐릭터가 그동안 그녀가 접해온 역할과는 조금은 다른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여야 할 정도로 고단한 인물은 아니다. 그에 비해 윤계상은 제법 난감한 숙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잘 풀기만 하면 플러스 점수를 얹어 100점 만점을, 그렇지 못하면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수수께끼 같은 숙제를 던져준 작품인 듯해서 말이다.

일단 1, 2회를 통해 윤계상이 보여준 정세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전과 7범의 아버지를 아버지이기 때문에 사랑했던 아들, 첫눈에 반했던 여자를 비극적 운명 앞에서 다시 조우하게 된 남자의 심리를 그동안 갈고 닦은 내면 연기로 훌륭하게 그려냈다. 부드럽지만 거칠고, 연약해 보이지만 수컷 냄새 그득한 정세로의 눈빛은 윤계상이 자신의 스타일로 일구어 나가고 있는 또 다른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윤계상으로서는 이번 작품이 무척이나 남다른 듯하다. 혼신을 다하는 열연을 통해 탑배우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 행운으로 뒤바꿔 놓겠다는 비장함이 그에게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태양은 가득히>가 윤계상의 배우 인생에 태양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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