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관련해 뉴스타파 취재에 답변하고 있는 롯데시네마 관계자

<또 하나의 약속> 관련해 뉴스타파 취재에 답변하고 있는 롯데시네마 관계자 ⓒ <뉴스타파> 갈무리


상영관 축소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멀티플렉스 극장의 입장은 한결같다. 제기되는 의혹들이 "사실무근이거나 전혀 관련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뉴스타파>는 영화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극장 광고주인 삼성의 눈치를 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일 개봉 이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통합전산망(아래 통합전산망)의 공식 통계를 보면 '외압' '눈치 보기'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그간 영화관들이 스크린 배정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비정상적 스크린 배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날 개봉했으나 상대적으로 적은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에도 많은 상영관을 배정 받은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의 수치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개봉 첫주 4일간 성적을 따져볼 때, 흥행 척도인 예매율·좌석점유율에서 <또 하나의 약속>이 앞섰으나 상영관 수와 상영 횟수는 반대였다.

예매율·좌석점유율 높은데, 스크린과 상영 횟수는 적게 배정

 2월 9일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좌석점유율 순위

2월 9일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좌석점유율 순위 ⓒ 영진위


개봉 이후 지난 4일간 누적 관객 수는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이 23만 명, <또 하나의 약속>은 17만5000명 정도다. 하지만 스크린 수는 2배 이상, 상영 횟수는 3배 차이가 나는 날도 있었다.

개봉일인 지난 6일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이 354개 스크린에서 1726회 상영됐다면 <또 하나의 약속>은 159개 스크린에서 653회 상영됐다. 주말 상영도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 3000회와 <또 하나의 약속> 1500회로 두 배 차이가 났다. 공급된 좌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이 일일 20만 석 이상(최대 25만 석)을 유지하고 있다면, <또 하나의 약속>은 일일 10만 석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좌석점유율은 <또 하나의 약속>이 평일 30%-주말 45%~48%를 차지해, 평일 15%-주말 33%~35%를 보인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보다 10~15%p 이상 앞섰다. 결국 멀티플렉스들이 1회 상영시 관객이 적게 찾는 영화에 대해서는 상영관과 상영 횟수를 많이 보장하고, 반대로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에 대해서는 상영관과 상영 횟수를 적게 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익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화관들이 보이는 태도로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비정상적이라는 게 영화인들의 지적이다. 그간 멀티플렉스들이 상영관 배정과 관련해 주장해 온 '관객이 찾는 영화에 많은 상영관을 준다'는 시장 논리가 무색해진 셈이다.

만일 좌석점유율을 근거로 <또 하나의 약속>에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과 비슷한 1500회 이상 상영-20만 석이 배정됐다면, 개봉 첫주 40만 관객 수 정도는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된다.

관객 동원능력 앞서는데도 홀대받는 영화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한 장면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한 장면 ⓒ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


<또 하나의 약속>에 가장 적은 상영관을 배정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롯데시네마는 주말인 지난 8~9일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에 80여 개가 넘는 상영관을 배정했다. 서울 17개 관, 경기 21개 관, 대전·충청 7개 관, 광주·전라 9개 관, 부산·경상 26개 관, 강원·제주 각각 2개 관 등이었다. 관객 동원력이 가장 높은 서울·경기·지역에만 37개 관이 배정됐다.

이에 비해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은 서울 5개 관, 경기 6개 관, 대전·충청 4개 관, 광주·전라 6개 관, 부산·경상 5개 관에 불과했다. 특히 강원·제주에는 단 한 곳의 상영관도 배정하지 않았다. 

롯데시네마는 주말에 서울 지역에 몇 개 상영관을 더 열었으나 형식성이 다분해 보인다. 일례로 서울 지역 한 상영관의 경우, 120석 정도의 상영관에서 오전 시간과 오후 12시대, 심야상영 등 3회 배정했으나 관객들이 많이 찾는 오후 시간에는 상영 일정이 없었다. 또 다른 상영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많이 찾는 오후에 2회 상영 일정을 잡았으나 좌석 수는 70석을 조금 웃도는 정도였다.

10일부터는 이들 상영관의 <또 하나의 약속> 상영 횟수가 일일 6회로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몰리며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첫 주말이 지나 상영 횟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시네마 측은 "스크린 배정은 프로그램팀이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합리적 판단을 근거로 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상영 기회 제한은 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부정하는 꼴"

이에 대해 <말아톤> 정윤철 감독은 "삼성가의 자식도, 가난한 촌부의 자식도 공평하게 수능 시험 기회를 가져야 하듯, 모든 영화는 공평하게 극장에 걸릴 권리가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사회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이라며 "공평한 상영 기회마저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도전하는 지극히 오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원승환 민간독립영화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는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 축소 논란을 두고 "'자유시장경제'라고 부르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부르짖는 자들이 이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도대체 누가 자유·민주·시장의 적인가"라고 대기업 극장들의 반시장적 행동을 꼬집었다.

한 SNS 이용자는 "멀티플렉스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이 들고일어나야 할 것"이라며 "실적에 신경 안 쓰는 것은 배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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