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에서 훤을 연기하는 슈퍼주니어 규현

▲ <해를 품은 달> 에서 훤을 연기하는 슈퍼주니어 규현 ⓒ 쇼플레이


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뮤지컬에 데뷔한 지 4년이 됐다. 그런데 창작뮤지컬에 출사표를 던진 적은 없었다. <삼총사>와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라이선스 작품에서 연기한 그에게 이번 <해를 품은 달>은 첫 창작뮤지컬이다. 

하나 더, 규현은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맡아온 밝고 쾌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비장하면서도 진중한, 때로는 사랑 앞에서 나쁜 남자가 되는 훤을 연기하는 도전을 해야 한다. 이런 그의 연기에 슈퍼주니어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었을까. <해를 품은 달>에서 훤을 연기하는 규현을 7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감정 실어 불렀던 노래, 뮤지컬에 도움 되더라"

- 뮤지컬 용어로 '텐 투 텐(ten to ten)'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한다는 뜻이다. 뮤지컬 데뷔작 <삼총사>를 할 당시 '텐 투 텐' 비중이 많았나.
"<삼총사>를 4년 동안 해왔다.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서는 작품이라 공을 많이 들였다. 다른 멤버가 개인 활동할 때 뮤지컬 연습에 몰입할 수 있었다. 2010년 처음 뮤지컬 할 당시 연습실이 집 근처였다.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모자 쓰고 안경을 끼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열심히 연습했다."

- 라이선스 작품에서만 연기하다가 창작뮤지컬에는 첫 도전을 내밀었다. 라이선스와 창작물 둘 다 무대에 올랐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창작뮤지컬이 라이선스와 이렇게 큰 차이점을 가질 줄은 몰랐다. 창작뮤지컬을 한 뮤지컬 선배님들이 창작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어떤 점이 어려울까' 하고 막상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해를 품은 달>을 하며 얼마나 창작뮤지컬이 어려운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라이선스는 배우에게 정해진 틀이 있다. 조금씩 수정하면 된다. 하지만 창작뮤지컬은 배우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와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다행인 건 초연 때 무대에 오른 선배님들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에 버금갈 만큼 <해를 품은 달>에는 노래가 많다.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의 장기가 발휘될 것 같은데.
"연극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뮤지컬이라 다행이다. 처음 <삼총사> 할 당시에는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의 연기였을 것 같다. 평소 노래 부를 때 감정을 싣는 연습을 많이 했다. 이런 점이 뮤지컬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그 어떤 뮤지컬 배우가 노래할 때보다 자신 있게 노래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노래가 많으면 많을수록 큰 도움이 된다. 평소 뮤지컬을 할 때 (엄)기준이 형을 롤 모델로 보고 많은 벤치마킹을 했다. 노래만큼은 기준이 형에게 뒤지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했다."

"연기 잘 하는 김수현과의 비교, 스트레스 받진 않아" 

<해를 품은 달> 에서 훤을 연기하는 슈퍼주니어 규현

▲ <해를 품은 달> 에서 훤을 연기하는 슈퍼주니어 규현 ⓒ 쇼플레이


- 그동안 프랭크(<캐치 미 이프 유 캔>)와 달타냥(<삼총사>)만 연기하다가 익숙한 캐릭터에서 탈피했다. 훤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는 뮤지컬 연기에 도전이 될 만한 캐릭터였나.
"기존에는 천진난만한 모습 속에서 심도 있는 모습을 연기했다. 하지만 훤은 심도 있는 모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제 이미지가 밝고 천진난만하다. 저 역시 이런 이미지에 익숙하다. 고뇌에 찬 역할은 연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저는 기분이 좋은데 어떡하면 가라앉은 기분을 연기로 보여줄까' 하는 식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비장한 연기를 할 때에는 제게 닥칠 수 있는 엄청난 시련을 떠올리며 연기하는 중이다."

- 규현씨가 연기한 역대 뮤지컬 캐릭터 가운데서 가장 많이 비교당할 캐릭터가 훤이다. 하필 김수현씨가 드라마에서 훤을 연기했다. 김수현씨의 캐릭터에 뒤지지 않고자 공을 가장 많이 들였을 것 같은데.
"김수현씨가 저랑 동갑이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잘 한 걸로 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규현 연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김수현의 연기를 보고 규현의 연기를 봐서 그런지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는 후기를 읽었다. 하지만 동년배 중에서 최강의 연기를 자랑하는 배우가 김수현씨라 이런 평을 읽고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김수현씨의 연기를 보며 감탄도 하고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왜 이런 감정을 연기할까'를 생각하며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김수현씨의 연기를 따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 뮤지컬을 여러 번 하면서 나름 캐릭터를 잡는 눈이 생겼을 텐데, 캐릭터는 어떤 방식으로 잡아가는가.
"(김)다현이 형과 (전)동석이가 해석하는 훤과는 약간 달리 본다. 훤이 어린 시절에는 아바마마의 총애를 받으며 세상의 걱정 없이 해맑게 자란다. 아바마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훤의 나이는 스물 두 셋의 나이다. 어린 나이지만 다른 신하가 볼 때에는 얕잡아 보지 않도록 위엄을 갖춰야 한다. 해맑은 마음이 남아있지만, 주위 환경은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캐릭터다. 훤은 억지로 강해 보이려는 인물이다."

- 훤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을 나쁜 남자로 포장한다.
"양명이 착한 사랑을 하다 보니 훤의 사랑은 나쁜 사랑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남자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아가씨가 연우다. 훤은 이런 연우를 자기만의 사랑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훤은 모든 걸 다 갖고 싶어 하는 남자다. 이동건씨와 박신양씨가 주연한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극 중에서 박신양씨는 회사도 갖고 싶어 하고 김정은씨의 사랑도 갖고 싶어 한다. 반면에 이동건씨는 김정은씨와의 사랑만 잘 되었으면 한다. <해를 품은 달>이 <파리의 연인>과 맥락이 비슷하다."

"서현과의 키스신? 내가 달려드는 것처럼 보여"

<해를 품은 달> 에서 훤을 연기하는 슈퍼주니어 규현

▲ <해를 품은 달> 에서 훤을 연기하는 슈퍼주니어 규현 ⓒ 박정환


- 소녀시대 서현씨의 뮤지컬 데뷔, 같은 소속사 오빠 입장에서 대견할 텐데.
"예전에 서현이가 <삼총사>로 데뷔할 뻔 했다. 안재욱 형과 기준이 형, 신성우 형 등 <삼총사>와 <잭더리퍼>를 했던 형들이 '소녀시대는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줘야 해' 하고 우스개소리를 했던 게 기억난다. 뮤지컬은 키스 장면도 있고 장면 장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서현이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 삼촌 팬의 심정에서 이런 우스개 표현을 한 게다. 하지만 서현이는 그동안 뮤지컬에 데뷔하고 싶어 했다. 소녀시대 몇몇 멤버가 뮤지컬에 출연하기도 했고. 서현이와는 듀엣곡도 함께 부르고, 뮤직비디오에서 커플로 나온 적도 있다. 서현이가 뮤지컬 데뷔한 게 대견하다."

- 서현씨와 키스하는 장면, 어땠나.
"저랑만 키스 장면을 연습한 게 아니다. (김)다현이 형과 (전)동석이와도 연습했다. '이거 정말 하는 거예요?' 하고 서현이가 걱정을 많이 했다. 프레스콜 때 '오빠랑 저랑 키스하면 그 장면만 이슈가 많이 될 거 같다'는 걱정도 많았다. 다른 뮤지컬처럼 오래 키스하는 장면은 아니었다. 1초만 입을 맞추고 수줍게 도망치는 장면이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이라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현이와 키스하는 장면을 프레스콜 영상을 보지 않고 사진으로만 보면 제가 서현이랑 키스하고 싶어서 달려드는 장면처럼 보인다.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사진이 보였다."

- 서현씨의 무대 연기에서 4년 전 규현씨의 뮤지컬 데뷔할 때가 오버랩 될 때가 있다면.
"제가 뮤지컬 데뷔할 당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서현이가 훨씬 잘 한다. 당시 왕용범 연출가님이 저를 강하게 단련했다. 자세 하나, 걸음걸이 하나, 말하는 습관 모든 걸 지적받으며 하나씩 배워갔다. 왕 연출가님이 처음 아이돌과 작업한 게 저였다. 저 때문에 아이돌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반면에 서현이는 드라마도 경험해서 연기가 처음이 아니다. <해를 품은 달>의 연출가님은 제게 쓴 소리 한 번 한 적이 없다. 그렇다 보니 서현이에게도 늘 칭찬을 한다. 연기적인 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제 4년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잘 한다."

- 서현씨가 연기할 때 지도해준 게 있나.
"제가 <해를 품은 달>에서 긴장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았다. 스케줄 상 서현이가 아닌 다른 여배우와 연습을 많이 했다. 다현이 형과 동석이가 서현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저는 뮤지컬 처음 입문했을 때의 팁을 서현이와 많이 나눴다."

"뮤지컬 데뷔 4년...불가능한 것 없다고 생각한다"

<해를 품은 달> 에서 훤을 연기하는 슈퍼주니어 규현

▲ <해를 품은 달> 에서 훤을 연기하는 슈퍼주니어 규현 ⓒ 박정환


- <해를 품은 달>에서 훤에게 세자라는 자리의 무게가 무거웠던 것처럼 규현씨 역시 또래 20대 젊은이들과는 달리 아이돌이라는 무게가 무거웠을 것 같은데.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부분만 빼면 아이돌이라는 무게에 눌려 지내지는 않는다. 데뷔를 스무 살에 해서 중고등학생 때 만난 친구들이 그대로 있다. 서태지 선배님이나 H.O.T 선배님들처럼 신비주의로 나가지 않았다. 친구들과 줄 서서 맛집도 찾아가기도 한다. 훤과 같은 고충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 아이돌이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는 건 동시에 무대 장악력을 평가받는 것이기도 하다. 규현씨가 볼 때 4년 전 <삼총사>보다 지금 무대 장악력은 어떻다고 자평하는가.
"데뷔 초, <삼총사>를 하는 베테랑 뮤지컬 선배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대로 하지도 못했을 거다. 반대로 <해를 품은 달>에서는 도움 받을 수 있는 캐릭터가 별로 없다. 만일 <해를 품은 달>로 뮤지컬 데뷔를 했다면 폭삭 망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아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4년 전에 비하면 많이 성장했다."

- 슈퍼주니어 혹은 규현씨 해외 팬이 <해를 품은 달>을 보고 남긴 감상평은 주로 어떤 평이었나.
"해외 팬이 극장을 많이 찾는다. 그런데 <해를 품은 달>은 현대극이 아닌 사극이다. 사극에 나오는 표현은 사실 우리나라 사람도 알아듣기 어려운 게 많다. 해외 팬이 한국어를 많이 공부했지만 사극이라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많았을 거 같아서 안타깝다. 자막이 없는 게 아쉽고 해외 팬들에게 미안했다.

해외 팬들이 제 연기를 본 후 남긴 것 중에는 '괜찮은 옷을 입은 거 같다'는 평이 많았다. 저의 귀여운 모습과 멋진 모습이 공존했다는 평이 있으면서, 여태까지 맡지 않았던 연기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이 있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해외 팬은 이야기 동선을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프롤로그만 보아도 뮤지컬의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쉽다. 여러 번 본 관객은 '숨은 노력을 많이 한 거 같아서 보기 좋았다'는 평을 했다."  

- 슈퍼주니어 활동 하면서 한류 뮤지컬의 아이콘으로 규현씨가 자리 잡을 줄을 4년 전에는 예상했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뮤지컬 무대에 많은 아이돌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제가 데뷔할 당시에는 뮤지컬에 아이돌이 그 어느 누구도 서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에는 (옥)주현 누나만 뮤지컬을 했다. '내가 어떻게 뮤지컬을 해?' 할 때였다. 뮤지컬에 선다는 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할 때였다.

이렇게 여러 번 뮤지컬 무대에 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뮤지컬 무대에 서면 잘 하고 싶었다. 다른 멤버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는 걸 보면 '나도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막상 뮤지컬에 도전하니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계속 기회가 주어져서 <해를 품은 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도 다행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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