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반딧불이> 에 출연하는 <변호인>의 이항나

▲ <가을 반딧불이> 에 출연하는 <변호인>의 이항나 ⓒ 조은컴퍼니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의 곁을 지키는 아내 수경을 연기한 배우 이항나는 러시아 1세대 유학파다. 구 소련이 붕괴되고 1990년대 초반에 러시아로 유학을 다녀온 후 대학교에서 강의를 맡았다는 이 배우, 일 욕심이 많아도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라서 깜짝 놀랐다.

강의만 한 게 아니라 드라마와 무대, 영화를 오가며 연출까지 소화하는 1인 5역의 팔방미인 배우라서다. 촬영을 하면 불규칙한 일정으로 강의를 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연기와 강의 모두를 소화했다고 하니 일을 즐기면서 산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연극 <가을 반딧불이>에 출연하는 이항나를 22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변두리 사람들의 이야기 '가을 반딧불이', 따뜻해"  

- <가을 반딧불이>에는 고슴도치 콤플렉스가 보인다. 겨울에 떨어져 있으면 얼어 죽고 가까이 모여 있으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는 상처를 주고받는 것처럼 하나로 모이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이 연극 속 캐릭터다.
"<가을 반딧불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구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식구로 발전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 이항나씨가 연기하는 마스미는 얼음 왕자처럼 차가운 다모쓰에게도 따뜻한 여자다.
"다모쓰는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로 정신적인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고 상처에 갇힌 인물이다. 다모쓰의 상처 받은 내면을 마스미가 알아채고 사랑을 주는 게 아닌가 한다. 다모쓰가 갇힌 마음의 상처로부터 끌어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어한다."

- <가을 반딧불이>를 쓴 정의신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렵지 않고, 따뜻하다. 루저, 변두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의신 작가 역시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이런 점들이 작품에 잘 묻어나서 모든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시놉시스만 보면 싸늘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정서를 강조하는 작품이 정의신 선생님의 작품이다.

그렇다고 쓸쓸한 정서만 강조하지 않는다. 코믹한 요소도 많다. <가을 반딧불이> 또한 가벼운 코믹극이다. 연출가가 소동극으로 만들고 싶어 할 만큼 인물과 대사 설정이 웃기는 부분이 많다.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변호인' 향한 열광, 정의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죠"

 "우리 마음속에는 정의가 있다. 정의롭게 살지 못하는 죄책감이 누구나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처자식이 생기면 정의롭게 살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영화 후반부에서 송우석 변호사의 과감한 도전에 관객이 열광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우리 마음속에는 정의가 있다. 정의롭게 살지 못하는 죄책감이 누구나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처자식이 생기면 정의롭게 살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영화 후반부에서 송우석 변호사의 과감한 도전에 관객이 열광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 다뷰스튜디오


- <변호인>에는 어떻게 캐스팅 되었나.
"제작자가 제 오랜 팬이라고 한다. 제가 하는 공연을 오래 보아왔고 제 연기도 눈여겨보았다고 한다. 송우석 변호사 아내인 수경 역을 캐스팅하기가 까다로웠다고 알고 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여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 극 중 송강호씨가 연기하는 송우석이 일용직노동자로 근무할 당시 자신이 만든 집을 웃돈을 얹고 사는 건 한국인의 내 집 마련 심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장면 덕에 관객은 송우석 변호사에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우석이 원래부터 돈 많고, 가방끈이 길었다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다가서기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어렵게 공부해서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평범한 행복을 꿈꿨던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영화 후반에서 달라진 모습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넘었다.
"우리 마음속에는 정의가 있다. 정의롭게 살지 못하는 죄책감이 누구나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처자식이 생기면 정의롭게 살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영화 후반부에서 송우석 변호사의 과감한 도전에 관객이 열광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정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이야기가 무겁지만은 않다.

송우석이라는 인물을 정감가고 코믹한 인물로 연기한 송강호씨의 연기력 덕에 감정이입도 잘 된다. 1980~9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민주주의가 얼마나 값지게 얻은 결과라는 걸 안다. 그런 기억을 환기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 단순히 지식으로만 강의하는 연기 이론이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연극에서 직접 하는 실전 연기를 가르치는 살아있는 강의가 될 듯하다.
"1998년 서울예전에서 처음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촬영이나 무대에 오르며 강의도 했다. 강의와 연기를 병행하는 게 10년이 넘다보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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