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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김지수 분)은 더 이상 유재학(지진희 분)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대상포진이 걸린 시어머니 추여사(박정수 분)만 입원하면 미리 구해놓은 집에서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냥 미경이를 내보낼 추여사가 아니다. 미경이가 집에서 나가는 즉시, 당장 미국에 있는 아이들을 불러들일 거란다. 과거 재학의 아버지의 바람에도, 자신이 판을 벌이지 않아 집안의 행복을 지켰다고 수도 없이 강조하는 추여사의 고집을 어떻게 꺾을 수 있을까. 결국 미경은 당분간 재학의 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나은진(한혜진 분) 또한 김성수(이상우 분)와 이혼을 결심했지만, 시부모 때문에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퇴원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상우의 어머니는 자식의 이혼이 두렵단다. 사정을 모르는 어머니야 지나가는 말로 하는 소리였지만 성수는 속마음을 들켜 버린 기분이다.

 지난 28일 방영한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나은진(한혜진 분).

지난 28일 방영한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나은진(한혜진 분). ⓒ SBS


지난 28일 방영한 SBS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두 부부의 이혼을 방해하는 최대 요소는 다름아닌 가족이다. 추여사는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미경이 참고 살길 바라며, 은진의 시어머니는 그저 아들 내외가 잘 살길 바랄 뿐이다. 자신의 설득에도 이혼을 하겠다는 미경을 잡기 위해 추여사가 내놓은 카드는 자식이다. 그래도 아이들을 봐서 참고 살아야하지 않느냐고. 이렇게 두 부부의 이혼은 다소 뒤로 미뤄야했다.

미경의 말에 따르면, 부부는 너무나도 많은 것과 연결되어있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을 넘어 가족과 가족간의 결합이다. 은진의 동생인 은영(한그루 분)과 미경의 동생 민수(박서준 분)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오직 그들 각각의 언니, 매형이 맺었던 부적절한 관계 때문이다.

그날 '세미' 상견례만 아니었다면, 아니 은진과 재학이 먼저 만나지 않았더라면, 민수와 은영은 모두의 축복 속에서 결혼할 수 있었다. 은영이 은진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기 이전 미경은 은영에게 옷을 사줄 정도로 따뜻한 호의를 보였고, 은진, 은영의 부모 나대호(윤주상 분), 김나라(고두심 분)는 민수에게 친부모처럼 대해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안 이상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축복받지 못한 사랑이 축복받아야 하는 사랑까지 방해하는 상황. 그래서 미경은 재학을 더욱 용서하지 못한다. 자기 때문에 이별한 민수의 불행에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는 재학에게 미경은 이렇게 말한다. "울지마. 울면 불쌍해지잖아. 강하고 꿋꿋하게 버텨. 당신 미워할 수 있게"

불륜에 대한 화살이 자신에게만 돌아온다면 감당할 수 있었다. 본인 스스로가 자초한 문제니까. 그러나 은진과 재학은 자기들 때문에 오히려 동생과 처남이 더 크게 다치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은진은 자기 스스로를 '전염병'이라고 부른다. 자신으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모두 불행해지고 있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SBS <따뜻한 말 한마디>의 송미경(김지수 분)과 유재학(지진희 분).

SBS <따뜻한 말 한마디>의 송미경(김지수 분)과 유재학(지진희 분). ⓒ SBS


불륜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드라마 속 불륜을 저지른 여자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았다. 드라마 속 불륜녀들은 하나같이 뻔뻔했고,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더 큰 악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시청자들은 언제나 불륜 피해자인 조강지처의 편이었고, 불륜은 잘못 되었다는 명확한 선악 구분 하에 악을 맡은 불륜녀들은 더 탐욕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따뜻한 말 한마디>의 은진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보아온 불륜녀들과 좀 다르다. 남편 성수의 외도 이후 격한 배신감과 외로움을 느꼈던 은진은 그 허기를 채우기 위해 재학을 만났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그 둘의 부적절한 관계는 들통났고, 은진의 주변 사람들은 미경의 남편과 바람을 피웠다는 은진과 하나 둘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자연스레 성수와의 부부 관계도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재학도 곧 미경과 헤어질 조짐이다.

그럼에도 은진은 다시 재학을 만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은진은 자신의 선택을 자책하고, 자신 때문에 상처를 받은 수많은 이들의 아픔에 눈물을 흘린다. 오죽하면 은진의 엄마 나라가 딸이 안쓰러운 나머지, 고개를 떳떳하게 들고 다니라고 조언을 할 정도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을 정당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은진과 재학의 관계 때문에 이별을 한 은영과 민수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통해, 불륜이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지 무게감있게 보여준다.

다만, 누가 더 잘했고 못했고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을 뿐이다. 한 순간의 실수로 동생의 행복까지 빼앗았다고 괴로워하는 은진, 동생 민수의 이별에 남편에 대한 원망이 더 쌓아가게 되었지만 애써 평정심을 가져야하는 미경. 그녀들 모두에게 필요한 건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다.

조금이라도 일찍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갔다면 지금보다는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건 우리 모두다. '불륜'을 소재로 하면서도 보는 시청자의 얼어붙은 마음도 치유하게 하는 작가의 깊이 있는 내공이 매회 놀랍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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