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김일중 SBS 아나운서, 내과 전문의 남재현,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왼쪽부터)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김일중 SBS 아나운서, 내과 전문의 남재현,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왼쪽부터) ⓒ SBS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장모에게 '살을 빼라'며 깐족거리고, 상추를 뜯어 오랬더니 뿌리째 뽑아 오는 이 대책 없는 '서방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과 내과 전문의 남재현이 바로 그 주인공. 여기에 5년간 차를 7번 바꾼 것을 나무라는 장모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김일중 아나운서가 가세하면서, 이들이 출연 중인 SBS <자기야-백년손님>(이하 <백년손님>은 순항 중이다.

"이미 (장모님과) 20~30년간 알고 지냈는데 예의를 갖추고 불편하게 지내느니 좀 안 갖추고 편하게 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함익병부터 결혼 전 함을 팔러 갔다가 왕복 24시간이 걸렸던 기억 때문에 19년간 명절에 처갓집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는 남재현, 그리고 "인사를 드린 뒤엔 빈 방을 찾아 들어가 최대한 눈에 안 띄고 있다 오는 데가 처가였다"고 고백하는 김일중까지. 현실적인 삶의 모습에 때로는 혹독한 비난 여론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또 다른 '부모님'들에게 다가가는 중이라는 이들을 만났다.

함익병 "원래 버릇없냐고? 친한 사이에 예의 갖출 필요 있나"

세 사람 중 함익병은 지난해 SBS 연예대상 신인상을 받는 등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를 두고 "상을 받고 집에 가서 누웠더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이 53에 신인상이 뭔가 싶기도 했고, 누군가 소중하게 받아가서 일생 소중히 간직할 상을 내가 빼앗은 것이 아닌가 하는 민망함과 미안함도 있었다"는 함익병은 "'돌아가셨을 때 영정사진이 아니라 영정 비디오를 만들어 드리겠다'는 말로 설득해 네 번만 하기로 했는데, 꽤 길어졌다. 이젠 장모님도 '사위가 언제 오나'하고 주말만 기다리신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백년손님> 이후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는 순간도 있었다. <힐링캠프>에 출연했고, 한 여론조사에서 '훔치고 싶은 남자' 6위에 선정됐던 것.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 SBS


"우리 엄마가 <힐링캠프>를 녹화해 놓고 한 10번쯤 보셨다고 하더라"고 운을 뗀 함익병은 "효도가 별 게 아니다 싶었다. 나는 왜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게는 '가문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호·김수현·정우 등 잘 나가는 분들 뒤에 바로 6위를 했는데, 장동건·지성 등 유부남 탤런트를 다 물리쳤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를 지은 함익병은 "집사람에게 얘기해줬더니 '뭘 훔쳐가냐, 그냥 가져가지'라고 하더라"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있는 줄도 모르고 옷을 훌러덩 벗을 정도로, 함익병은 <백년손님>을 통해 자신과 장모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끔은 그 특유의 깐족거림 때문에 '원래 장모에게 그렇게 버릇없이 구느냐'는 타박을 듣기도 한단다. 하지만 함익병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가 예의를 갖춘다는 건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는 함익병은 "그런데 '우리는 20~3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인데 뭘 갖추고 지내냐'는 생각이 기본이다"라며 예의를 갖추고 불편하게 사느니 좀 안 갖추고 편하게 살고 싶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통해 장모님과의 사이에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원래 친하게 지냈고, 방송에 나가는 모습 그대로였거든요. 다만 늙어가는 분들의…부모님 세대의 모습을 속속들이 알게 됐어요. 그래서 장모님보다는 우리 엄마에게 무관심했던 것에 반성을 많이 하게 됐죠. '좋은 사위'가 아니라 '세심한 배려를 하는 아들'로의 변화를 느끼고 있어요.

예전 같으면 엄마 얼굴은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였고, 전화도 일주일에 한 번 하기 힘들었어요. 할 생각도 못했죠. 그런데 장모님과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 어머니도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은 효자가 된 느낌입니다. (웃음) 매일 전화하는 게 별 얘기가 없어도 좋은 일이라는 걸 느껴요. 처음엔 재미로 서너 번 해보자 싶었는데 이젠 어른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어요. 제가 방송을 통해 얻은 건 그게 아닌가 싶습니다." (함익병)

"대통령도 모르고, SBS도 안 나오는 후포리서 욕심 없이 사는 법 배워"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내과 전문의 남재현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내과 전문의 남재현 ⓒ SBS


"함익병이 대학교 선배인데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열등감을 느낀다"며 "나는 아마 '들이고 싶은 사위' 5위 정도에 들지 않을까 싶다"고 고백하는 남재현이지만, 어떠한 타박에도 생글생글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순수함은 많은 예비 장모들이 그를 '워너비 사위'로 꼽게 만들었다. "사실 두 분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몰라서 그냥 웃었다"는 남재현은 "이젠 말씀도 잘 알아듣게 됐고, 물 좋고 공기 좋고 먹거리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주말마다 지내고 있는 후포리는 SBS 전파도 닿지 않고, '요즘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으면 '글쎄, 처자가 됐다는데'라고 답하는 어르신들이 사는 동네다. 서울에서 자라며 경쟁 사회를 몸소 경험한 남재현은 이곳에서 지내며 '욕심 없이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는 "이렇게 순박하고 즐겁게 사시는 분들을 보니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또 장인장모를 비롯해 주변 마을 분들을 만나보니 이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크게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조금은 느긋해진 남재현과는 달리, 김일중에게 <백년손님>은 아직 어렵고 어색하다. "아내와 아이들 없이 혼자 처가에 가려니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 아직 힘들다"고 입을 연 김일중은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은 후에 들어와 그간 진행하던 <생방송 투데이>까지 신입 아나운서에게 물려줬다"며 "그런데 뜻대로 안 되고 있다. 2005년에 입사한 뒤 나에 대한 기사도 많이 안 났고 댓글도 별로 없었는데, <백년손님>으로 정말 혹독한 댓글을 받고 있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김일중 SBS 아나운서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김일중 SBS 아나운서 ⓒ SBS




"전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군대에 비유하자면…군대엔 전우들이 있잖아요. <정글의 법칙>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료가 있죠. 배고파도 같이 배고픈…. 하지만 저는 혼자예요. 장인장모님을 피하면 저 혼자죠. 그게 아직 힘들어요. 다른 분들께도 적극 권장하고 싶어요. 많은 후보군이 있다는데,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김일중)


마지막으로 이들은 각기 목표 시청률과 공약을 제시하며 프로그램을 향한 애정을 당부했다. "무를 부러뜨려 가고 상추를 뿌리째 뽑아가는 남재현을 보고 신기했다"는 함익병은 "나는 농사를 지으며 자라서 잘 할 수 있다. 15%가 나오면 후포리에 가서 이런 사위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고, 남다른 음주 처가살이로 웃음을 자아냈던 남재현은 "두 사람보다 잘하는 건 폭탄주밖에 없다"며 웃음으로 동의했다. 김일중도 "15%가 되면 선착순 백 분에게 손세차를 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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