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부부 문제에 개입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아침마당>), 가상 결혼을 하고(<우리 결혼했어요>), 결혼을 앞둔 적령기의 남녀의 소개팅을 주선하고(<짝>), 가족을 만들어 주던(<사남일녀>) TV가 이제 재혼 시장에까지 발을 들였다. 지난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재혼 미리보기' 프로젝트 <님과 함께>가 그것이다.

재혼을 화두로 삼은 것은 물론 <님과 함께>가 처음은 아니다. <아침마당>에는 '나의 두 번째 짝을 찾습니다'라는 코너가 등장했었고, <짝>에서는 '돌싱'간의 만남을 특집으로 다루어 화제를 끌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그런 '특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님과 함께>는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가상의 재혼 부부를 등장시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봄으로써 '재혼'을 예능의 소재로 끌어들인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2012년 32만 9100쌍이 결혼하고 11만 4300쌍이 이혼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이혼율이다. 비록 종편이라고는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중적 반응을 얻고 있다는 JTBC에서 재혼을 소재로 한 예능이 정규 편성되었다는 것은 우리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년층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는 종편 JTBC에서 재혼을 담론으로 삼은 것은, <님과 함께>가 보여주고 있는 판타지성과 무관하게, 중년의 삶의 질에 있어 재혼이 더 이상 방치될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는 확신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제 혼자가 익숙한 '돌싱', 둘이 되다  


<님과 함께>는 두 쌍의 가상 재혼 부부를 등장시켰다. 일찍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했던 부부를 연기했던 박원숙, 임현식, 그리고 배우 이영하와 전 농구선수 박찬숙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면면에는 재혼이라는 화두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이 담겨 있다. 두 쌍의 가상 재혼 부부 중 두 사람은 배우자를 병으로 잃어 사별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이혼을 한 사람들이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재혼의 사유가 되는 이혼과 사별을 통한 경험들을 담으려는 배려가 있었을 것이다.

박찬숙과 임현식은 배우자와 사별을 했다. 그래서 박원숙의 표현대로,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평생을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함께 결혼 생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반면, 박원숙과 이영하는 다르다. "왜 재혼을 하지 않으시냐"는 박찬숙의 질문에 이영하는 "한 번의 이혼으로 그렇게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과정을 또 겪고 싶지 않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나마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었음을 은연중에 내비친 이영하는 나은 편이다. 상대방으로 인한 고통이 컸던 박원숙은 결혼 자체에 대한 지겨움을 표명했고, 도대체 왜 그러면 가상 재혼 부부 예능이 등장했는지 의문이 될 정도로, 임현식이든 누구든 재혼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덕분에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가상 재혼이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려는 이영하-박찬숙 부부와 재혼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박원숙과 그의 재혼 남편으로 떠맡겨진 임현식 부부의 생활은 모양새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영하-박찬숙 부부가 이영하의 집을 배경으로 재혼이라는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같이 장도 보고, 밥도 먹고, 어떻게든 함께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애쓰는 반면, 당장 임현식-박원숙  부부는 박원숙의 재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먼저 경주되어야 하는 기묘한 상황이 되었다.

드라마에서도 언제나 갑이었던 아내 역할의 박원숙과 그 앞에서 쩔쩔매던 을 역할의 남편 임현식의 관계가 재혼이라는 말만 들어도 징그러워하며 벽을 치는 박원숙과 그런 그녀와 어떻게든 재혼 비스무리한 분위기를 내보고자 들이대는 임현식이라는 관계로 치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첫 회처럼 박찬숙의 딸이 보내준 커플 잠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달달한 분위기를 낸 이영하-박찬숙 부부와 손 한번을 잡아주어도 감읍하는 박원숙-임현식 부부의 관계가 계속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 장을 함께 보러 갔을 때부터 참아야 했던 이영하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잔뜩 도배된 이영하의 집이 그다지 탐탁지 않았던, 가사일의 통제성을 선호하는 박찬숙의 허니문이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이다.

20여년을 부모 밑에서 살아왔던 젊은이들도 결혼이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기 버거워 하는데, 이미 또 다른 배우자와의 경험, 그리고 홀로 살아 온 삶의 틀이 공고해진 중년의 삶이 얼마만큼 재혼이라는 것을 통해 유연해질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재혼이라는 말만 들어도 징그러워하던 박원숙은 자신이 혼자 하기 버거웠던 커튼 달기며, 앞마당 정리 같은 일들을 척척 해내는 임현식을 다시 보는 듯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닫아왔던 삶의 봇물이 터졌을 때, 그리고 배우라는 길을 오래 함께 걸어왔던 두 사람의 유대로 인해 오히려 더 반전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박원숙-임현식 부부의 앞날을 점쳐 볼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디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그 과정이 그저 가상 재혼의 아름다운 판타지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재혼의 고민을 성의 있게 담아주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