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홍대광

9개월 만에 EP 앨범 <더 실버 라이닝>(The Sliver Lining)을 발매한 가수 홍대광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스모키에 도전해 봤어요." 이 말과 함께 '푸흡' 웃는 그는 Mnet <슈퍼스타K4>로 얼굴을 알린 가수 홍대광이다. 해맑은 미소와 감미로운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외양은 예전 같지 않다. 아이돌에 버금가는 눈 화장에, 킥복싱·크루저보드 등 운동과 식단조절을 병행하며 살까지 더 뺀 모습이다. 지난해 앨범 발매 당시 변한 겉모습으로 화제를 모으는 것을 다소 부담스러워했던 홍대광은 2014년 조금, 달라졌다.

"당시엔 이슈가 되리라 생각도 못했고, 노리지도 않았죠. 그런데 연예인으로서의 직무유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까 욕심이 나는 건지, '조금 더 잘생겨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지금도 좀 더 살을 빼면 어떨까 싶다니깐요. '잘생겼다'는 말도, 아직도 분에 겨운 말이긴 하지만…이젠 좀 익숙해졌어요.(웃음)"

"타이틀곡 '답이 없었어', 답 없는 가수 되기 싫어 많이 싸워"

 가수 홍대광

"첫 앨범 활동이 끝나고 정말 첫사랑에게 문자가 올까봐 걱정하긴 했었어요. 좀 그렇더라고요. 너무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와서 실제로 연락이 오는 건 아닐까 했는데 다행히 소식은 없었어요. 그 친구의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듣지도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 CJ E&M


데뷔 앨범 발매 이후 꼬박 9개월 만에 내놓은 EP 앨범 <더 실버 라이닝>(The Sliver Lining)은 연주곡을 포함해 4개의 트랙이 담겨 있다. 특히 미숙했던 탓에 연인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그린 타이틀 곡 '답이 없었어'는 원작자(팻뮤직)와 함께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곡의 줄거리를 완성했고, 녹음 중 각혈을 했을 정도로 고생한 만큼 홍대광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비교적 곡이 일찍 나왔고, '꼭 수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타이틀곡이 됐다"며 "그런데 제목 때문에 원작자와 많이 싸웠다"고 회상했다.

"징크스가 있잖아요.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 간다'는…. 답 없는 가수가 되기는 싫었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다음 무대는 홍대광의 '답이 없었어'입니다.(웃음)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다른 것을 생각해 보래요. 그러다가 몇 개월이 지나갔고, 몇 개를 생각했는데 다 반응이 별로였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제목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생각해 보니 1집 때도 제목은 다 부정적이었더라고요. '멀어진다' '굿바이'….(웃음) 그러니까, 저는 제목을 따라가는 가수는 아닌 것 같아요."

비단 '답이 없었어'가 아니더라도 '겨울바다', 자작곡인 '스물다섯..' 모두에도 홍대광의 일부가 담겨 있다. 최근 실제로 혼자 동해 바다를 보러 다녀왔다는 홍대광은 "추워서 오래 있지는 못했고 찜질방에서 두 시간 정도 있다 왔지만, 기차 안에서 쥐포도 먹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여행가는 게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뿌듯해 했다. 마땅한 길을 찾지 못했던 스물다섯의 홍대광도 그만큼 아팠고, 지금 돌이켜 보면 과거의 연인을 떠나보냈을 당시 '답이 없었더라'는 고백도 이어졌다.

때문에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먼저였던, '일기장' 같았던 데뷔 앨범과 달리 이번 앨범 속 노래들은 홍대광을 통해 듣는 이들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빨간 약'과도 같다. "단순히 '괜찮아, 힘내'라고 위로하기보다는 '나도 그때 그랬다'고 공감해주며 위로하는 게 좀 더 깊은 의미의 위로라고 생각했다"는 홍대광은 "(음악에) 최대한 깊이를 주려 노력했기 때문에 시끄러운 곳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특히 잠자기 전에 들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스물다섯..' 속 고민은 서른다섯까지도 할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제목을 붙일 때 딱 이 나이가 떠올랐어요.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고, 진로를 정해야 하고…. 저도 학교를 마치고 나서 '내가 진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런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했던 생각을 담고 싶었어요. 스물다섯이면 20대의 중간이니까 딱 20대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30살에게 김광석 선배님의 '서른 즈음에'가 있다면, 스물다섯엔 제 노래를….(웃음)"

홍대광의 변화, 꼭 '겉모습'만은 아니다

 가수 홍대광

홍대광은 SNS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 준비 중에 힘들었던 심경을 전하기도 했고, 아버지에게 새 치아를 해 드린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홍대광은 "당시에 녹음 중이었는데 힘들었다. 정말 '답이 없었어'라고 말하던 상황이었다"라며 "그때 각혈을 해서 녹음한 목소리는 말 그대로 '각혈발성'이다. 그런데 그 뒤로 어려웠던 녹음이 잘 된 것 같기도 하다"고 미소지었다. 또 아버지를 두고는 "사고를 당해 남은 치아가 몇 개 없었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선뜻 해드리기가 어려워 마음이 아팠다"며 "그런데 최근 그 치아를 다 해 드렸다"고 뿌듯해 했다. ⓒ CJ E&M


어쩌다 보니 달라진 모습의 앨범 재킷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홍대광의 변화를 표면적으로 그가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 정도로 국한해선 곤란하다. 실상 더 달라진 것은 그의 내면이기 때문이다. "늘 잘하는 것 아니면 잘 안 보여주려는 성격이었다"는 홍대광은 "이제는 그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하게 도전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결심이 서기까지의 고민도 깊었다. 이번 앨범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을 홍대광은 "성장통을 겪었다"고 표현했다.

"연예인이라면 한 번씩은 으레 겪게 되는 혼란이 아닌가 싶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다르게 풀려가고 있잖아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에 맞게 가고 있는 건데, 왠지 잘 풀려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에 괜한 조급함이 생겼어요. 빨리 자리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보니 스스로 강요하고 부담을 주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방황과 고민이 깊어졌죠. 그래도 돌아보면 잘 극복한 것 같아요. 앨범이 잘 나와서이기도 하고, 제가 해야 하는 것들…그러니까 '나는 이런 음악을 하고 싶어'와 같은 것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다독이기도 했고요. 이런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성장한 것 같기도 해요. 성장통 같은 거죠. 한꺼번에 키가 많이 자라다 보면 찾아오는 통증 같은 거요.

사실 <슈퍼스타K4>는 긴장만 하다 끝났고, 데뷔 앨범은 부담만 갖다가 끝났어요. 이젠 조금 여유가 생겼고, 실패하더라도 이것저것 많이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오면 다 싫다고 했거든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음악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부딪혀봐야 아는 것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온스타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펫토리얼리스트> 출연도 이 '도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슈퍼스타K4>가 끝나고 잠깐 찍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보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가서 TV를 끄고 싶었을 정도"라는 홍대광은 유기견 탄이를 입양해 키우면서 탄이도, 자신도 치유를 받고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도전하지 못했다면 얻을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수확이다. 홍대광은 "이렇게 나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사랑을 줬던 존재는 없었던 것 같다"며 "생각하면 뭉클해지는 게 있다. 음악적으로 영감을 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슈스케' 때 봉산탈춤은 잊어라!..."춤 배우고 있어요"

 가수 홍대광

"지난해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무대에 섰는데, 정말 좋았어요. 버스킹하면서 가장 소름끼쳤던 것 중 하나는 지나가는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춰서 제 노래를 들을 때였거든요. 비슷한 느낌이 그 공연 때에도 있었어요. 게다가 상상도 못했는데 '올해의 루키' 상까지 받았잖아요. 올해도 또 설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핸 진짜 뭐든 다 찔러봤으면 싶다니까요. (웃음)" ⓒ CJ E&M


'변한 것'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홍대광에게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은 음악에 대한 사랑. 결국 이 사랑 때문에 홍대광은 지금 그를 둘러싼 모든 변화를 감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땅한 답이 없는 세계에서 부단히 자신을 다듬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또 그것을 시험해 보는 변화의 과정이야말로 홍대광에게는 변치 않는 음악을 향한 사랑을 확인하는 길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수개월 안에 내놓을 또 다른 EP앨범을 기대하게 된다. "원래 정규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음악적 색깔이 다른 곡들이 있어 분리해 내게 됐다"는 홍대광은 "발라드 말고도 트렌디하고 밝은 곡들이 들어 있다"며 "아껴뒀다가 공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고 귀띔했다. 무려 '춤'을 배우고 있다니, <슈퍼스타K4> 당시 '봉산탈춤'의 잔상 따위는 이제 지워 버리는 것도 좋겠다.

"올해는 공연도 좀 많이 했으면 좋겠고, 관객들을 막 뒤집어엎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얼마 전 팬미팅 때 '아이 니드 걸'(I need girl)도 불렀어요. '뜨거운 안녕'도 <슈퍼스타K4> 땐 별로였지만 팬들 앞에서 하니 재밌더라고요.(웃음) 아, 앞으로 나올 곡이 그 '뜨거운 안녕'처럼 되지 않게 춤도 배우고 있어요. 또 트럼펫도 배우고 있고…. 세상에 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니깐요.

예전에 제 사고방식은 양 갈래 길과 같았어요. 오른쪽으로 가야 성공일까, 왼쪽으로 가야 성공일까만 생각했죠. 지금은 바뀌었어요. 어느 쪽을 가든 성공일 수 있고 실패일 수 있는데, 실패를 해도 또 다른 길을 가면 되겠다 싶어요. 그게 또 실패라고 해도요.

지금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만 있는 게 가장 미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음악에서만큼은 분명한 고집이 있어요. 이것 하나만 있으면 끝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요. 하지만 나머지 것들은…앞으로 잘 부딪혀 보면서 가는 걸로! (웃음)"

홍대광 답이 없었어 슈퍼스타K4 펫토리얼리스트 스물다섯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