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MBC 일일사극 <제왕의 딸, 수백향>(이하 <수백향>)이 조기종영설에 휩싸였다.

22일 한 매체가 <수백향>이 당초 계획보다 10회 줄인 110회로 조기종영 될 예정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시청자의 반발이 이어지자 MBC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소치 올림픽 방송 시점과 겹쳐 당초 방안보다 조금 줄이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이 나왔을 뿐"이라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MBC가 야심차게 내놓은 '일일사극'

 조기종영설에 휩싸인 MBC 일일사극 <제왕의 딸, 수백향>

조기종영설에 휩싸인 MBC 일일사극 <제왕의 딸, 수백향> ⓒ MBC


MBC 일일사극은 창사 51주년을 맞이한 MBC의 '야심작'이었다. 2012년 11월, 창사 기념식에 참석했던 김재철 전 MBC 사장은 "하다못해 분식집도 혁신을 해야 살아남는 마당에 MBC도 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내년에 시청률 1등을 하지 못하면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당시 MBC는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간을 오후 9시에서 8시로 앞당기면서 극심한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특히 9시 시간대가 동시간대 꼴찌로 추락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고, '졸속 편성'이라는 대내외적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결국 MBC는 '오후 9시 일일사극 편성'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른다. 수준 높은 일일사극을 편성함으로써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김주혁 주연의 <구암 허준>이었다. 2000년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허준>의 작가였던 최완규가 극본을 쓰고, 조연출을 맡았던 김근홍 PD가 연출을 맡은 리메이크 작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김재철을 위시한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속전속결로 편성과 제작이 결정된 것이다. 방송가의 시선이 한 곳에 쏠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구암 허준>에 대한 MBC의 기대도 대단했다. 김재철은 "현재 9시대 시청률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허준> 시즌2(<구암 허준>)가 방송되는 2013년 3~4월이 되면 1등이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고 호언장담했고, 드라마국 또한 "일일사극이 성공하게 되면 현재 고착화되어 있는 방송 편성의 판을 흔들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이 말처럼 MBC는 일일사극 편성이 일일극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홈드라마가 주를 이루고 있는 일일드라마 업계에서 일일사극이 자리를 잡게 되면 주부 시청자 뿐 아니라 남성 시청자까지 끌어들이는 파급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MBC의 예상이었다. 즉, 시청률 1위 달성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방송사와 완전히 차별화된 일일극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겠다는 포부였다.

<수백향> 후속은 <엄마의 정원>...일일사극 제작 중단?

 MBC 일일사극 출범작인 <구암 허준>

MBC 일일사극 출범작인 <구암 허준> ⓒ MBC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MBC 일일사극의 명맥이 끊기게 생겼다. <수백향>의 조기종영설이 불거짐과 동시에 MBC는 <수백향>의 후속작으로 <엄마의 정원>을 내세웠다. <엄마의 정원>은 <노란 손수건><어여쁜 당신><사랑해 울지마>로 유명한 박정란 작가와 <종합병원2><반짝반짝 빛나는>의 노도철 PD가 손을 잡고 만드는 홈드라마다.

그렇다면 왜 MBC는 일일사극 제작을 포기한 것일까. 당초 계획이 무색할 만큼 허무하게 종지부를 찍은 일일사극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첫 손에 꼽아야 할 것이다. MBC가 무리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일사극을 밀어 붙인 까닭은 단 하나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청률 1등'을 탈환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MBC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 부었던 <구암 허준>은 방송 내내 시청률 10% 언저리에서 머물다가 조용히 퇴장했고, 후속작 <수백향> 역시 10% 안팎을 오가고 있다. 20% 가까운 시청률의 KBS <9시 뉴스>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들이는 돈에 비해 나오는 결과가 너무 형편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일일사극은 편성 1년 만에 MBC의 최고 기대주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면서 MBC로선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1~2년 더 일일사극을 편성하는 모험을 할 것이냐, 아니면 재빠르게 홈드라마로 전향해 뉴스를 보지 않는 주부 시청자들을 포섭할 것이냐는 기로에 선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MBC는 후자를 선택했다. 방송계의 금과옥조와 같은 '시청률 논리'에 백기를 든 셈이다.

오늘날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장기적 계획도, 넓은 안목도 모두 잃어 버린 채 눈 앞의 이익만을 좇는데 급급해 있다. 시청자는 언제쯤 방송사가 본연의 위치에 걸맞은 품격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을 볼 수 있을까. 1년 전 자신들이 한 약속조차 헌신짝처럼 내 던지는 방송사의 '뻔뻔한' 얼굴이 참으로 쓰디쓰게 느껴진다.

제왕의 딸 수백향 구암 허준 일일사극 MBC 김재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