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디셈버>에 출연하는 배우 이충주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세종문화회관은 한국에서 제일 큰 극장이잖아요. 3천석이 넘으니까. 리허설 할 때 좌석을 보면 정말 짜릿짜릿하고 멋지더라고요. 뮤지컬을 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정말 영광이죠. 사이즈가 이렇게 큰 공연이라 부담도 컸지만 그래서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무대와 객석을 보면 온몸이 찌릿해요."

배우 이충주(29). 지난해 여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빌리 로러 역할(관련기사: "골방에서 울며 12시간 탭댄스…행복해졌다")로 혜성같이 등장한 이충주가 올해는 더 큰 무대에 서게 됐다. 바로 뮤지컬 <디셈버>에서 지욱(김준수·박건형 분)의 친구 훈 역할을 맡은 것. 이충주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보다 더욱 폭발적인 가창력과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며 한층 더 성숙한 무대를 펼쳐 보였다. 

<디셈버>는 고 김광석 탄생 50주년을 맞아 제작됐다.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김광석의 노래 24개로 담았다. 영화감독 장진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영화 <변호인>의 흥행 신화를 쓴 영화 배급 및 문화 콘텐츠 회사 NEW가 제작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디셈버>는 오디션을 보지 않고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장진 감독님이 잘 보시고 연락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디션 없이 출연이 결정된 건 처음이었어요. 오디션을 안 봐서 좋은 줄 알았는데 더 잘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크더라고요. 못 하면 진짜 안 될 것 같고요. 무조건 열심히 해야 했죠."

"김준수, 내가 생각했던 아이돌의 이미지와 달라"

 뮤지컬 <디셈버> 훈 역할 이충주

"준수는 제가 기존에 아이돌에 대해 생각했던 이미지랑 다르고 정말 착해요.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빠지지 않고 연습에 나오고 최선을 다하죠. 실제로 저와 한 살 차이가 나는데, 팬 분들이 저랑 둘이 섰을 때 제일 친구 같다고 이야기를 해 주셔서 더 애틋한 느낌도 들어요." ⓒ 뉴


이충주는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인수분해되고 발가벗겨져서 더 배울 수만 있다면"이라는 각오로 <디셈버>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는 큰 무대에 생전 처음으로 서 보는 데다, 여기에 파릇파릇했던 20대부터 부패한 정치인이 된 50대의 모습을 넘나들며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여야 했기 때문.

"장진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다른 선배님들도 한국에서 이렇게 연기적으로 디테일하게 꼬집어 주고 가르쳐 주는 연출가는 없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보통은 '이 노래가 나올 때, 넌 여기 있어' 정도로 동선을 잡는 정도인데 장진 감독님은 연기적으로 굉장히 디테일해서 정말 많이 혼났어요. 

하지만 그러면서 많이 배웠어요. 장진 감독님과 공부를 하면서 작품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고요.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인물의 감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훈 역할을 맡은 세 배우 중 한 명인 이충주는 주로 JYJ 김준수와 호흡을 맞춘다. 훈은 지욱의 절친한 친구이자 지욱의 첫 사랑 이연(오소연·김예원)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인물.

"이렇게 대형 스타와 같이 공연한 것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몇 개월 같이 연습하고 공연을 했는데도 아직도 연예인 같아요. 보면 '와, 준수 지나간다' 그래요. (웃음) 

다른 아이돌은 못 만나 봤고 공연을 같이 해본 적도 없는데, 준수는 제가 기존에 아이돌에 대해 생각했던 이미지랑 다르고 정말 착해요.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빠지지 않고 연습에 나오고 최선을 다하죠. 실제로 저와 한 살 차이가 나는데, 팬 분들이 저랑 둘이 섰을 때 제일 친구 같다고 이야기를 해 주셔서 더 애틋한 느낌도 들어요." 

"'사랑'이라는 감정, 모두에게 아련하게 전해지는 것 같다"

 뮤지컬 <디셈버> 이충주

"<디셈버>는 노래가 더 많이 부각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르는 솔로곡은 '이등병의 편지' 외에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거리에서' 등 3, 4곡 정도 있어요." ⓒ 뉴


극 중 입대한 훈은 보초를 서던 도중 갑작스러운 총기 사고로 다리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때 훈이 부르는 '이등병의 편지'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전하며 마음을 파고든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는 솔로곡이 없었어요. 노래를 많이 부르기는 했지만, 중간 중간 짤막한 것이었고 쇼적인 부분이 많았죠. 그에 비해 <디셈버>는 노래가 더 많이 부각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르는 솔로곡은 '이등병의 편지' 외에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거리에서' 등 3, 4곡 정도 있어요."

뮤지컬 <디셈버>의 1막은 1992년의 서울 어느 하숙집에 사는 지욱·이연·훈 등 20대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시대적 아픔과 이별을 그렸다. 2막에서는 2012년으로 돌아와 바쁘고 지친 도시의 삶 속에서 우연히 만난 옛사랑의 기억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가 제일 힘들었던 장면은 2막이 시작되고, 후원회를 만들고 싶어서 지욱이한테 부탁하러 가는 장면이었어요. 처음으로 '지욱아' 하면서 들어가는 장면인데요, 공연 올리기 직전까지 저를 괴롭혔어요. (훈이) 10년 만에 만난 친구인데 후원회를 부탁하러 왔고, 그 와중에 과거 사랑했던 여자와 닮은 여자를 만나게 되죠. 그런데 지욱이는 여전히 옛사랑에 갇혀서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다 나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풀렸어요. '난 지욱이를 왜 만나러 온 걸까' '후원회가 목적인가', '저 앞에 있는 여자는 뭐지' 등등. 지금도 어려운 장면인 것 같아요."
 뮤지컬 <디셈버> 공연 중인 김준수.

"엔딩 부분은 계속 봐도 감동적인 것 같아요. 마음이 저리더라고요. 아련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분들이 보시면 좋을 듯해요." ⓒ NEW


1985년생인 이충주는 경희대학교 성악과 04학번이다. <디셈버>가 전하는 1990년대 당시 대학생들의 시대적인 아픔과 추억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체감하고 있을까.

"제가 모르는 부분도 많아서 1990년대 학번 선배들에게 많이 여쭤보고 물어보고 있어요. '이렇게 촌스럽게 사랑을 해요?'라고 한 적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이런 게 정말 낭만이고 사랑의 표현이었다고 해요. 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이라는 건 모두에게 아련한 감정으로 동일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모니터링을 할 때도 '나한테도 저런 사랑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엔딩 부분은 계속 봐도 감동적인 것 같아요. 마음이 저리더라고요. 아련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분들이 보시면 좋을 듯해요."

 <디셈버> 이충주의 오마이프렌드
'상남자' 박건형

이충주는 <디셈버>에서 가장 감사한 사람으로 지욱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배우 박건형을 꼽았다.

"박건형 선배와 8살 차이가 나요. 선배님은 뮤지컬계에서나 여러 매체에서 유명 연예인이고 스타인데, 완전 막내인 저를 참 많이 챙겨주세요. 제가 뭐가 잘 안 풀려서 밑바닥을 기고 있을 때 형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충주야, 나와라' 그러면서 챙겨주시고요. 연습할 때,  대사를 못 뱉어 낼 때마다 '다시 해봐'라고 하면서 새벽 1시까지 맞춰주세요. 아침 7시까지 연기 이야기를 하고요.

정말 고마웠어요. '형 고마워요. 형 같은 스타가 저 같은 애를 챙겨주시네요'라고 했어요.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선배가 되면 후배들 잘 챙겨야겠다' 싶어요. 뮤지컬계의 상남자 박건형 형님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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