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무한질주... '아바타'·'도둑들'도 움찔

'변호인' 무한질주... '아바타'·'도둑들'도 움찔 ⓒ 고정미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인포그래픽/고정미| 영화 <변호인>이 2014년 첫 천만 돌파 작품이 됐다. 국내 박스오피스 기록으로는 10번째로 천만 관객을 넘었으며, 한국 영화로는 9번째가 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변호인>은 19일 오전 0시 57분(배급사 집계 기준은 18일 오후 9시 50분)부로 누적 관객 수 1000만 27명을 기록했다. 지난 12월 18일 공식 개봉한 이후 32일 만에 천만 관객 기록을 세운 것이다.

100만, 300만, 500만...<변호인> 돌풍은 이미 예견됐다

흥행 속도로 치면 <변호인>의 천만 관객 돌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변호인>은 개봉과 동시에 당일 23만 2247명의 관객을 모았다. 역대 천만 관객을 돌파한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지지 않는 수치였다.

가장 최근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이 개봉 당일 21만 2148명을 모았고, 국내 박스오피스 최다 관객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가 20만 5303명을 불러들인 것에 비해, <변호인>의 개봉 첫날 관객 수는 다소 앞선다. 한국 영화의 최다 관객 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도둑들>의 개봉 첫날 관객 수 43만 6628명에는 다소 뒤지는 기록이다.

참고로 개봉 첫날 최다 관객 수 보유 기록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가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6월 29일 개봉했던 <트랜스포머3>는 개봉 당일 54만 4995명을 모았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지난 2013년 6월 5일 개봉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일 최다 관객 수를 갖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개봉 당시 10대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49만 8284명의 관객이 몰렸다.  

 영화 <변호인>은 '속물변호사' 송우석이 '인권변호사'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변호인>은 '속물변호사' 송우석이 '인권변호사'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 위더스필름㈜


<변호인>의 흥행 추이를 보면 여타 천만 관객 돌파 작품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아바타>와 <도둑들>이 3일 만에, <7번방의 선물>이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고 <변호인> 역시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다.

300만과 500만 돌파 시점에서도 <변호인>의 장기 흥행을 예감할 수 있었다. 다른 천만 관객 돌파 영화에 비할 때 다소 빠르게 각 고지를 점령한 것. <도둑들>이 6일, <아바타>가 9일, <7번방의 선물>이 10일 만에 300만을 넘었는데 <변호인>은 7일 만에 300만 고지를 넘었다. 500만 관객 돌파 시점을 보면 <도둑들>이 10일, <아바타>가 15일, <7번방의 선물>이 17일 만이었다. <변호인>은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천만 관객 돌파 시점을 보자. <변호인>은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었다. 이 기록은 국내 박스오피스 최단 기간 천만 관객 돌파 작품인 <괴물>의 21일과 <도둑들>의 22일 기록에는 다소 뒤지지만, <아바타>의 38일보다는 빠르다.

현재 천만 관객을 넘었지만, 여전히 <변호인>은 595개의 스크린(17일 기준)에서 상영되고 있다.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몇 위를 기록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개봉 이후 한 달이 돼가지만 이 정도의 스크린 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여전히 관객들이 영화를 찾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00만과 300만, 500만 관객 최단 기간 돌파 기록을 보유한 <설국열차>는 개봉 10일 차를 넘기며 급격히 스크린 수가 감소해, 결국 천만 관객 돌파에는 실패했다.

배급사 전략도 크게 기여, "정치적 부담 전혀, 만장일치로 결정"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 위더스필름(주)


<변호인>의 천만 관객 돌파는 물론 작품 자체의 힘과 상징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배급사 NEW의 전략도 한 몫 단단히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올해로 설립 6주년을 맞은 NEW는 출범 당시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라는 3강 구도에서 다소 비켜난 꼬마 배급사로 출발했다. 하지만 성장세는 빨랐다. 그간 NEW는 독자적인 작품 선택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승승장구했고, 2013년에는 급기야 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제치고 업계 점유율 2위에 올랐다.

<변호인>으로 NEW는 <7번방의 선물>에 이어 두 번째 천만 관객 돌파 작품을 보유하게 됐다. CJ E&M, 쇼박스에 각각 세 작품의 천만 영화가 있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아직 천만 영화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NEW의 영향력에는 전혀 손색이 없다.

NEW는 영화 <신세계>나 <7번방의 선물> 같은 상업 영화는 물론이고,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 등의 저예산·예술영화 및 애니메이션도 외면하지 않았다. 배급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거대 배급사와 비교해서 나름 다양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품을 택해왔다고 할 수 있다.

<변호인>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NEW가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접한 것은 지난 2012년 가을 무렵이었다. 기획이야 이미 10여 년 전부터 양우석 감독이 했다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직후 NEW 측은 비교적 빨리 작품 투자와 배급을 결정했다.

양은진 NEW 마케팅 팀장은 17일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애초에 선택에 있어 고민이 많지 않았다"며 "전 직원이 만장일치로 <변호인>을 하기로 했고, 본격적으로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당시의 정황을 밝혔다.

'일단 한번 잡숴봐'...찾아가는 마케팅 전략 통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롯데씨네마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초청 '영화 <변호인> 상영회'에서 참가자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롯데씨네마에서 <오마이뉴스>는 10만인클럽 초청 '영화 <변호인> 상영회'를 열었다. 사진은 영화 관람 중인 10만인클럽 회원. ⓒ 남소연


NEW의 배급 전략은 곧 작품의 힘을 업은 입소문이었다. 양은진 팀장은 "<7번방의 선물>이 류승룡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일부 블라인드 전략이었다면, <변호인>은 일단 한 번 만나보면 크게 불이 붙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7번방의 선물>이 개봉했던 2013년 1월 말께, NEW는 류승룡의 바보 연기 변신과 함께 재미있는 코믹 가족 영화로 작품을 홍보했다. 그런데 막상 작품엔 코믹뿐만이 아니라 감동 코드도 담겨 있었다. 아역 배우 갈소원과 류승룡이 펼친 부녀 연기가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변호인>은 대중에 자리 잡은 이른바 '정치 혐오' 현상의 해결이 과제였다. 마케팅 및 홍보 전략은 작품 자체가 지닌 재미를 믿어 보자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라는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부 관객이 일단 영화부터 접하면 장벽은 허물어질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변호인>은 공식 개봉일을 20일가량 앞두고 전국 시사회를 열었다. 일반적으로 개봉 직전 관객의 반응을 보고 홍보를 위해 시사회를 열지만, <변호인>은 이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그것도 제주, 부산, 대구 등지를 출연 배우들이 직접 돌며 시사회를 개최했다.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 위더스필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개봉 직전까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명 '평점 테러', 즉 10점 만점에 1점대 별점 주기 현상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의 평점이 보태지면서 <변호인>은 온전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극장 체인을 갖고 있지 않은 배급사였지만 개봉 첫날 23만 명의 관객이 몰린 것은 꾸준한 전국 순례 시사회와 입소문이 빚어낸 결과였다.

과연 <변호인>의 기록 달성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한국 영화를 넘어 역대 국내 박스 오피스 최다 관객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최다 관객 기록은 <아바타>의 1330만 2637명이다. 한국 영화 중에선 <도둑들>의 1298만 3330명이 최다 관객 수다.

 문재인 의원이 3일 저녁 부산 서면의 한 극장에서 노무현 재단이 주최한 영화 <변호인> 상영회에 참석했다. 문 의원 옆에는 부산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해온 송기인 신부가 앉았다.

문재인 의원이 지난 1월 3일 저녁 부산 서면의 한 극장에서 <변호인>을 관람했다. 이 상영회는 노무현 재단이 주최했다. 문 의원 옆에는 부산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해온 송기인 신부가 앉았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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