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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연일 우리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떤 날은 '책임감', '연민', 또 어떤 날은 '사랑', '후회', 그리고 '가치관', '가족' 등에 대해 두루 생각해 보게 만드는데, 그것은 드라마를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다.

아쉽게도 요즘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두고두고 곱씹어볼만한 드라마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속에서 늘 생각거리와 이야깃거리를 던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것일까?

결코 다르지 않은 불륜, 그러나 조금 다른 풀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품새가 무척이나 건조한 탓일까. 무작위, 혹은 의도적으로 얽힌 <따뜻한 말 한마디> 속 이야기들은 여타 드라마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분위기만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비록 정신적 사랑이니 육체적 사랑이니, 하룻밤을 보냈나 안 보냈나 하는 것 등에 대한 남녀 간의 시각차이, 그에 대한 갈등양상 등은 세간의 시각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말이다.

등장인물들의 눈물은 구질구질하지 않으며, 하소연 또한 충분히 귀기울여볼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제대로 된 어른들로 그려지고 있는 김나라(고두심 분)과 나대호(윤주상 분) 등의 기성세대가 있다. 물론 '망고처트니'를 즐기는, 언뜻 보면 철 안든 어른이지만 속내는 단단한 추 여사(박정수 분)를 포함해서다. 

'따뜻한 말 한마디' 먹을 것을 매개로 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흥미롭다.

▲ '따뜻한 말 한마디' 먹을 것을 매개로 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흥미롭다. ⓒ SBS


나은진(한혜진 분)과 김성수(이상우 분), 두 사람은 상처를 주고받았지만, 서로 사랑했던 날들을 잊지 못한다.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던 그들에게 상처는 보상심리와 복수심을 불렀고, 그것은 아름다워야 할 미래를 결국 훼손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남편의 불륜에 크게 분노하지만 쉽게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하는 송미경(김지수 분)에게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큰 걸림돌이다. 유재학(지진희 분)의 아내에 대한 이기적 행태는 그가 큰 재력을 가진 부모 품에서 안온하게만 자라온 사람임을 생각한다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 눈물과 한숨, 회한과 분노는 일상이 되었지만, 쉽게 서로를 떨쳐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이 그리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갈등과 번민을 오가며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속내를 드라마가 아주 잘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언제쯤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버린 두 사람, 그들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 '따뜻한 말 한마디'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버린 두 사람, 그들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 SBS


중세유럽에서는 결혼이 사랑의 완성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부인에게 감정을 가지고 사랑하는 것은 간통'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인데, 그 후 몇백년이 지날 때까지도 사람들은 가족의 신분, 재산 유지, 혹은 노동력을 위한 출산 등의 목적으로만 결혼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결혼한 후에는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때로는 그것을 질병으로 간주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감정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지기도 하고, 사회적 분위기에 좌지우지되기도 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지극히 개인적이라 여겨지는 사람의 감정조차 사실은 사회적 영향력 아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따뜻한 말 한마디> 속 이야기들을 이해하기가 보다 쉬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시작은 미미했던 사건들의 파장이 점차 주변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기적 움직임은 인물들이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고, 주변에도 뜻하지 않은 상처를 안기며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공은 드라마의 막판까지도 위력을 잃지 않을 것이며, 그것은 등장인물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가슴까지도 한껏 조아리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도 등장인물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불화와 불륜, 배신으로 물리고 물린 관계가 서로에게 예기치 못한 큰 상처를 만들었듯, 언젠가는 등장할 그 한마디, 한마디 또한 따스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왠지 뻔한 결말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던지는 또 다른 화두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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