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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에 대한 갑론을박이 점입가경이다. 6회 방송분이 끝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온라인은 여전히 <더 지니어스> 이야기로 뜨겁다.

4회부터 문제시 된 '친목 논란'부터 6회의 '절도 논란'까지 심각한 문제점이 계속 터져 나오면서 더 이상 수습이 힘든 지경까지 다다랐다. 이대로 가다간 <더 지니어스>의 존재조차 위협받을 지경이다.

파벌부터 왕따까지, 바람 잘 날 없는 <더 지니어스>

사실 <더 지니어스>는 시청률이 그리 잘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시청률 수치로만 따지면 동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거니와 실질적 경쟁작인 JTBC <히든싱어2>, MBN <황금알>에도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후 화제성은 타 경쟁작들을 압도한다. 시청률 1~2%를 왔다갔다하는 프로그램이 이 정도로 일주일 내내 온라인 이슈를 장악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그야말로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더 지니어스>가 이토록 화제가 되는 이유는 프로그램 자체의 몰입도 때문이다. 게임 전략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는 <더 지니어스>는 각 캐릭터 간의 치열한 수 싸움과 심리전, 합종연횡이 횡행하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스릴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프로그램에 극도로 몰입한 시청자들이 방송이 끝난 뒤에도 게임을 둘러 싼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더 지니어스>를 둘러싼 논란들은 그저 '게임' 자체에 대한 토론을 벗어나 게임 외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방송인 vs 비 방송인' 파벌 논란이다. 4회 마술사 이은결의 탈락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파벌 논란은 방송인들이 게임의 승패나 유불리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친목을 이유로 비방송인들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전략과 필승법에 대한 연구는 사라지고 오로지 '편가르기'만 남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은결의 배신으로 톡톡히 수혜를 입었던 아나운서 조유영이 "우리가 데스매치까지 책임 져 주는 거예요? 저는 그게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라는 말과 함께 적군이었던 가수 은지원을 도운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고, <무한도전>의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었던 방송인 노홍철 의 명분 없는 '은지원 구하기' 또한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더 지니어스>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파벌 논란의 시작은 바로 이 두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TvN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

각종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TvN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 ⓒ TvN


4회로 한 차례 홍역을 치룬 <더 지니어스>는 6회 방송과 함께 존폐 논란까지 터져 나오는 상황을 맞이했다. 신분증과 카드가 있어야만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조유영과 은지원이 합작하여 해커 이두희의 신분증을 감췄고, 게임이 끝나기 직전까지 이를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아예 메인매치 자체를 못하게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건 주동자인 은지원은 마지막까지 이두희를 배신해 아예 그를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 버렸다.

비방송인 중 한 명을 처음부터 꼴찌로 정해 놓고 진행한 6회 방송분이 방송되자 시청자들은 '페어 플레이 정신을 망각했다'며 들고 일어섰고, 이는 비방송인 왕따 논란과 조유영-은지원의 절도 논란으로 귀결됐다. 여기에 분노를 이기지 못한 일부 시청자들은 아고라에 <더 지니어스> 폐지 청원을 시작하는 등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잇다. 일부 출연진들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물론이거니와 시청 거부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프로그램이 근간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제작진의 미숙한 대응, 사건만 키웠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더 지니어스> 제작진 측은 "프로그램 내 파벌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은지원의 절도 논란은 명확한 규칙이 없어 마땅히 제재하기 힘든 일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해당 방송사인 tvN 또한 "출연진에 대한 감정적 비난은 자제해 달라"며 "시즌 종료 후, 오해에 대한 해명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그때까지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오해'라는 것이다.

허나 이 같은 제작진의 대응은 매우 유감스럽다. 시청자들이 오해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풀고 가면 된다. 3회 조유영의 "바본데?" 발언부터, 4회에 불거진 파벌논란, 6회 왕따와 절도 사건까지, 시청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무편집본을 공개하고 어떤 부분에서 오해가 발생했는지 소상히 설명하면 그만이다. 이렇게까지 일을 키울 필요가 전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파벌은 없다" "조금 있으면 방송인 연합이 약해지고 개인전이 강화될 것이다" "출연진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행여 시청자들의 오해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대응에 오해가 풀릴 리 만무하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제작진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화만 돋우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은지원과 조유영의 절도 논란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명확한 답을 내려줬어야 했다. 시즌1부터 지금까지 <더 지니어스>의 기본 규칙은 '절도와 폭력은 용납하지 않는다'였다. 이런 측면에서 은지원과 조유영이 이두희의 신분증을 빼돌린 것은 엄연한 절도행위로 게임 자체를 망쳐버린 최악의 플레이였다. 이런 행위를 제작진이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넘어갔다는 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완전히 부정해 버린 무책임한 행위다.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 6회는 왕따 논란과 절도 논란으로 얼룩진 방송이 됐다.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 6회는 왕따 논란과 절도 논란으로 얼룩진 방송이 됐다. ⓒ TvN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면 제작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은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이었다. '절도 행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을 통감하며, 다시는 게임 내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은지원과 조유영에게는 남은 회차에 패널티 부여를 검토하겠다' 정도의 해명만 내놨어도 시청자들의 분노가 이토록 극에 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지니어스>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출연진을 걱정하기 전에,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현명한지부터 고민해 보길 바란다. 사실상 이 모든 논란들은 적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제작진의 미숙함이 만들어 낸 촌극이기 때문이다. 뿔난 시청자들을 나몰라라 하고 어물쩍 넘어가려 했던 경솔한 행동들과 프로그램의 근간을 이루는 규칙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결국은 <더 지니어스> 자체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음을 그들은 명심해야 한다.

총 12회로 기획 된 <더 지니어스>는 이제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제대로 된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린 <더 지니어스>가 과연 남은 6회를 '아름답게' 마무리 하고 웃으며 떠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제작진이 변하지 않는 한 오해는 더더욱 쌓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결국에는 시청자들과 영영 화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 바로 그것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더 지니어스 은지원 조유영 이두희 홍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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