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 ⓒ SBS


천방지축 캐릭터에서 세상을 서서히 알아가며 변모해가는 천송이 역의 전지현, 오랜 기간을 살아 현명하고 지혜로운 도민준 역의 김수현, 두 사람의 매력이 폭발하고 있는 덕일까.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 드라마는 그간 표절 시비 등 각종 구설수에 시달려 왔는데도 불구하고, 첫 방송이 시작한 이래로 매회 시청률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6회는 시청률 24.6%로 자체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인기는 그렇듯 무섭게 상승하고 있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의 이야깃거리가 그다지 풍성해보이지는 않는다. 왜일까?

매력적 배우들, 발랄한 대사, 독특한 설정 갖췄지만...

보고 나서 할 말이 많아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드라마를 보고 난 후의 반응을 단순하게 나누자면 이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열광의 정도는 비슷할 수 있지만, 전자는 드라마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후자는 보고나면 그만인 경우가 되겠다. 그렇다면 <별에서 온 그대>는 과연 어떤 유형의 드라마일까?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별에서 온 그대>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춘 드라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신비스러운 도민준, 그리고 때로 엽기적이고 이중적이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천송이, 이 독특한 캐릭터의 두 사람이 부딪히며 일으키는 화학작용은 <별에서 온 그대>를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

거기에 인물들의 대사 또한 인터넷의 각종 유머들을 실시간으로 만나는 느낌이어서 활력이 넘친다. 시의적절하며 함축적인 대사들은 현 세태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어,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드라마의 독특한 설정에 세련미를 더한다.

그러나 재미있게 드라마를 보고 난 후, 느껴지는 이 아쉬움은 무엇일까. 내용 외에 확대재생산 될 만한 밀도 높은 이야깃거리가 보이질 않는다. 배우들의 개인적인 매력에 신선한 캐릭터가 얹어지고, 적절하게 부여된 갈등 구조, 거기에 톡톡 튀면서 재미있는 대사들까지 더해졌는데도 뭔가 갈증이 난다.

확대재생산될만한 이야깃거리 부족, 밀도 높은 전개로 풀어야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 중 가장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 중 가장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 SBS


<별에서 온 그대>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지현과 김수현, 두 배우의 빼어난 외모, 상황에 200% 들어맞는 인물들의 연기, 현실성 넘치는 대사들에 국한되어 있다. 전형적인 트렌디드라마에 쏟아지는 표피적 반응, 바로 그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마치 온갖 양념이 들어갔지만 감칠맛이 부족한 요리처럼 느껴진다. 설정들이 씨실날실로 아낌없이 엮어지고 있고, 충분히 개연성 넘치는 상황들과 인물들의 감정선이 비교적 풍부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한껏 빠져들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 그에 따라 분명히 재미있게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별달리 할 이야기가 없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나면 그만이지, 뭘 더 얘기할 것이 필요한가라며 반문하는 이도 있겠다. 그러나 시청률 20%를 넘기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닌 요즘, 연일 기록경신으로 성공신화를 써가는 드라마의 작품성에 대한 기대치 또한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시청률, 작품성, 배우들의 연기력 등, 한 드라마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추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에서 온 그대>는 작가의 명성, 배우들의 인지도 등, 위의 조건들 중에서 많은 부분을 이미 갖추고 시작한 셈이다. 출발점에서 이미 다른 드라마들과 달랐던 것. 이제 그것에 더해 두고두고 곱씹어볼만한 밀도 높고 철학적인 이야기의 전개가 이 드라마의 숙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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