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배우 김빈우.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배우 김빈우. ⓒ 극단 현대극장


원캐스팅이 아닌 더블캐스팅이나 트리플 캐스팅인 경우,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욱 돋보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예외인 듯하다. 폰 대령의 약혼녀 엘자 역의 김빈우와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황지현은 처음 무대에 서는 김빈우에게 "언니, 이 부분에서는 이렇게 해야 긴장이 풀려"라고 조언을 할 정도로 연습실 분위기가 돈독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다른 배우의 일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나 보다. 한 번은 회식 자리에서 소향이 주문한 빈대떡이 계속해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식당이 너무 장사가 잘 되다 보니 주문이 밀려서다. 이때 김빈우는 자신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빈대떡을 번쩍 들고 나타났다. TV드라마에서 보던 차도녀 이미지와는 정반대가 아닐 수 없다.

김빈우의 소탈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는 배우 김빈우를 지난 달 30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 13년차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위해 무대에 올랐는가?
"13년차 연기자의 전환점이라기보다는 무대에 굉장히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 등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제의가 들어왔을 때 연기만 하고 노래는 하지 않는 역할이어서 수락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자마자 노래를 하지 않는 역할이라는 점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열심히 연습해서 한 곡 정도는 불렀으면 좋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뮤지컬에 도전할 계획이다. 뮤지컬은 연습만이 살 길이다. 뮤지컬에서 언젠가는 부를 노래를 소화하기 위해 노래 연습은 꾸준히 할 계획이다.

무대 발성과 드라마 발성이 차이가 크다는 걸 굉장히 실감했다. 드라마는 통곡하거나 소리 지르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무대 대사는 객석 뒤까지 전달되어야 한다. 드라마 때 하던 호흡으로는 그게 불가능해서 대사 전달을 위해 호흡법을 배웠다. 호흡량을 키우기 위해 샤워기를 틀어놓고 발성 연습을 하기도 했다."

- 지난 달 대구에서 첫 공연을 했다.
"인터넷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첫 공연 후 반응이 궁금해서 웹 검색을 했다. '몸매 쩔어', '김빈우가 노래를 안 하네' 등의 반응이 있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심호흡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대사들이 쉽지 않다. 공연에 오르기 전에 입을 풀어야 한다. 입을 풀어도 무대에 오르면 긴장된다."

"우아한 엘자, 처음에는 약간 거북했어요"

 "마지막 커튼콜을 할 때마다 온 몸에서 전율이 돋는다. 얼마나 전율이 강렬한지 나도 모르게 절로 눈물이 나기까지 한다. 배우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연습한 게 주마등처럼 스치는데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마지막 커튼콜을 할 때마다 온 몸에서 전율이 돋는다. 얼마나 전율이 강렬한지 나도 모르게 절로 눈물이 나기까지 한다. 배우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연습한 게 주마등처럼 스치는데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 극단 현대극장


- 무대 위 중압감을 10대 당시 수퍼모델 무대에 처음 올랐을 당시와 비교한다면?
"고3 때는 멋모르고 무대에 올랐다. 걸으면서 멋있게 포즈만 취하면 된다. 하지만 뮤지컬은 호흡이 중요하다. 내 호흡이 무너지면 상대 배우도 같이 무너질 수 있다. 첫 공연하기 전에 연출님이 준 디렉션 안에서 동선을 잊지 말자는 다짐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대사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첫 공연에서 긴장을 많이 풀었다. 관객이 빨리 호응해주니 긴장을 빨리 풀 수 있었다. 첫 공연은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세 번째 공연에서 무대에 오르자마자 대사를 잊었다. 너무 쉬운 대사를 잊다 보니 다음 대사도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무대에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걸 절감했다."

- 하루에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대에 오르면 체력이 딸려서 공연하는 중에는 하루 한 끼 식사로는 충분하지 않을 텐데.
"공연하기 전에 간단하게 식사는 하지만 공연을 마치면 엄청나게 배가 고프다. 부산에서 공연할 때 팥빙수 같은 유혹은 이겼지만, 두 번 정도는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야식을 먹어야 했다."

- 엘자를 연기해 보니 소감이?
"처음에는 약간 거북했다. 엘레강스하고 우아한 커리어 우먼이 TV 속 제 이미지다. 이런 제 이미지가 엘자에 많이 묻어나서 약간 거북했다. 사실 우아한 것 보다는 편안한 게 좋다. 연출님이 연습실에서 항상 주문하는 게 있다. '김엘자(김빈우+엘자), 우아하게 좀 하라'는 주문이다. 엘자를 연기하면서 평소 자세도 위풍당당해지고 꼿꼿해졌다.

처음 보면 차도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엘자보다는 극 중 마리아에 가깝다. 이번 작품을 연습하며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녔다.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눌러 쓰고 지하철을 탔다. 어떤 남자 승객이 다가오더니 '혹시 김빈우씨 아닌가요?' 하고 묻더라. 한데 저를 알아본 승객도 서울에서 지하철을 처음 이용한 승객이었다. 처음으로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이 마스크를 쓴 저를 대번에 알아본 게다."

-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만족하지 않고 무대에도 자주 오르는 배우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듯하다.
"마지막 커튼콜을 할 때마다 온 몸에서 전율이 돋는다. 얼마나 전율이 강렬한지 나도 모르게 절로 눈물이 나기까지 한다. 배우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연습한 게 주마등처럼 스치는데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저희 나름대로 연습실에서 땀 흘리며 연습한 공연에 대한 박수를 받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래서 배우들이 무대에 서고 공연을 한다는 걸 실감했다. 무대에 앞으로도 계속 서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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