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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용의자>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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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 영화 내용의 일부가 담겨있습니다.|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영화 <변호인>의 흥행세가 무척 뜨겁긴 하지만, 그 틈에서 <용의자>들의 약진이 인상적이다. 배우 공유의 액션이 새로워서인가, 아니면 북한이라는 코드가 한국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린 결과인가. 어찌됐든 일단 한 작품이 대다수의 관객을 독점하며 거친 흥행 질주를 보이던 기존의 국내 박스오피스 흐름과 달리 두 작품이 쌍끌이를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지닌 <변호인>에, 자칫 액션영화 <용의자>는 묻힐 수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 혹은 멜로드라마에 어울릴 법한 공유가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뿜었다는 점에서 여성 관객들의 환호를 충분히 받을만했다지만 일련의 흥행에는 이 영화가 지닌 또 다른 미덕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제대로 액션판을 짜냈다...배우들 조합도 신선<용의자>의 큰 미덕 중 하나는 잘 만든 액션신이다. <용의자>의 주요 액션 장면을 들여다보자. 건물 곳곳, 좁은 골목, 대로 위에서의 격투신과 추격신이 인상적이다. 국내 액션 영화의 제작 여건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영상미는 가히 할리우드의 그것들과 비견해도 큰 손색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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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긴박한 역주행 카체이싱 장면은 여러 번 보아도 손에 땀이 나게 할 진국의 장면이다. 또한 대역을 쓰지 않고 공유가 직접 와이어에 매달려 한강에 12번 뛰어내릴 정도로 열정을 보인 낙하 장면 역시 백미다. 이밖에 암벽 등반, 북한식 격술, 포박 탈출 등, <용의자>는 수중고저를 가리지 않고, 적절한 액션의 리듬감까지 살리며 그 질을 유지했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72억 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20분의 1 수준으로 이만큼의 액션을 만들어냈다는 건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성과일 수 있다.
원신연 감독은 영화의 제작보고회 때부터 줄곧 "제대로 된 액션을 찍고 싶었다"고 강조해왔다. 원신연 감독이 누구던가. <구타 유발자들> <세븐 데이즈> 등을 통해 이야기와 캐릭터의 긴장감을 가지고 놀던 이다. 또한 그 자신이 학창시절부터 각종 운동을 섭렵하며 액션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오기도 했다. 1997년 영화 <넘버3>의 무술감독이 바로 원신연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용의자> 액션의 완성도가 보통 내공에서 나온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신파 아닌 진정성 담은 부성애 코드, 공감 살만하다사실 <용의자>는 액션도 액션이지만 스토리 라인의 밀도를 더욱 즐길만한 영화다. 거친 남성형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애틋한 부성애를 꽉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토리 라인의 불친절함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구조는 사실 간단하다.
<용의자>는 성기거나 거친 반전을 택하는 대신, 한 북한 최정예 요원 지동철(공유 분)이 죽음 각오하면서까지 추적해야했던 가족이라는 끈을 잡았다. 이 지점에서 이야기의 신선함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 출신, 남파 공작원 혐의 등으로 보통은 쫓기거나 숨어야 하는 신세로 고착될 수 있는 인물이 오히려 누군가를 쫓고 있다. 일방의 추격이 아닌 쌍방의 추격이다. 또한 추격하는 한쪽은 영화에서 끝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미지의 누군가라는 점에서 높은 긴장감을 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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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용의자>의 한 장면 |
| ⓒ (주)그린피쉬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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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액션 장면들 틈에서 <용의자>는 부드러운 부성애 코드를 담았다. 영화의 기본 골격은 촉망받던 북한 최정예 요원 지동철(공유 분)이 정치적 이유로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인물을 쫓는다는 내용. 이념과 국가에 대한 적개심을 품은 그의 복수의 주요 동기가 바로 가족인 셈이다.
지동철의 아내(남보라 분)와 딸은 상부의 사주를 받은 동료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뒤늦게 현장을 찾은 지동철은 이미 불타버린 채 그을린 흔적만 남은 시체를 부둥켜 안고 오열한다. 사랑했던 아내와 미처 아빠의 얼굴을 익히지 못한 딸의 죽음을 경험한 그의 심정은 곧 영화에서 보이는 강렬한 액션의 동력이 된다.
자칫 놓칠 수도 있는 흐름이지만 지동철의 아내가 출산 전 뱃속 아이에게 끊임없이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생전 그의 아내는 "태아 때부터 아버지 얘길 자주하면 그 아이는 본능적으로 아빠가 누군지 알아본다"며 부른 배를 쓰다듬곤 했다.
영화는 말미에 지동철과 한 아이의 만남을 통해 그의 딸이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암시를 던진다. 때문에 그 만남에서 눈물을 보인 지동철과 아이의 감정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외부의 폭력, 정치적 목적에 의해 사라질 뻔했던 한 가족의 부성은 아내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화려하고 숨 가쁘게 전개된 액션 장면이 모두 지나면 가슴 한편에서 이와 같은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지동철이 만난 그 아이는 과연 그의 딸이 맞았을까?' 딸이 죽지 않았을 거라는 기대감은 지동철의 이야기도 계속될 거라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듯하다.
애초에 원신연 감독은 <용의자> 후속편을 염두에 두고 작업에 돌입했다. 최근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원 감독은 "후속을 만든다면 아마 지동철에 대한 그 뒷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