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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방영한 tvN <꽃보다 누나>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한 tvN <꽃보다 누나> 한 장면ⓒ CJ E&M


지난 20일 방송된 tvN <꽃보다 누나>는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과 이승기가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꽃보다 할배>가 그랬듯이, <꽃보다 누나>는 여행을 콘셉트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꽃보다 누나>는 여행이 주된 주제이긴 하지만, 5명이 함께 지내며 생기는 에피소드와 돌발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소소한 여행기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이틀을 보낸 <꽃보다 누나>의 4회는 크게 '윤여정의 득남 사건' 과 '김희애의 한식 쟁탈전'으로 압축된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유능한 짐꾼으로 진화하는 이승기의 성장기, 바쁜 이승기를 대신하여 궂은일을 도맡는 싹싹한 이미연도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역시 이날 방송의 명장면은 '쾌변'만으로도 시청자의 환호를 자아낸 윤여정과 우아한 표정으로 제작진으로부터 묵은지 김치찌개를 빼앗는 김희애의 두 얼굴이었다.

나영석 PD의 스토리텔링이 대단한 이유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도 의미 있는 웃음으로 뽑아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 출장 등 긴장의 연속인 낯선 환경에서 화장실을 3일 내내 가지 못하는 것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돌발상황이다.

하지만 <꽃보다 누나>는 3일 연속 화장실에 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윤여정을 집중 조명했다. 제작진과 출연진 전원이 윤여정의 쾌변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윤여정은 드디어 쾌변했다. 이 장면은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의 "끝내 이기리라"라는 가사와 함께 감격과 안도의 세리머니로 이어졌다. 

 지난 20일 방영한 tvN <꽃보다 누나>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한 tvN <꽃보다 누나> 한 장면ⓒ CJ E&M


윤여정이 화장실 에피소드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냈다면, 평소 지적이고 차분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은 김희애가 선사한 웃음 포인트는 비교적 스케일이 컸다. '윤여정 득남 사건'이 출연진과 제작진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했다면, 김희애의 '한식 전쟁'은 출연진 대 제작진 대결의 좋은 양상이자, 김희애의 반전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는 표본이었다. 

식량 혹은 잠자리 문제를 출연진과 제작진의 대결로 구축하는 전개는 나영석 PD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여배우와 이승기에게 파김치, 조개젓, 장조림 등 밑반찬은 많았으나, 찌개 종류는 없었다. 반면 촬영에 필요한 물품을 각자 나눠서 가져오는 제작진은 출연진보다 많은 식량이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김희애는 제작진의 숙소에서 즉석 묵은지 김치찌개 2개를 가져왔다. 

사실 출연진이 제작진의 숙소에서 식량을 갈취(?)하는 행동은 이미 <꽃보다 할배>에서도 등장했다. 때문에 김희애의 묵은지 김치찌개 탈취는 제작진의 고도의 계산에 의해 이뤄진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꽃보다 누나>가 식량을 내걸고 복불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김희애가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제작진의 숙소를 습격하는 내용은 그동안 대중이 알던 김희애가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지난 20일 방영한 tvN <꽃보다 누나>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한 tvN <꽃보다 누나> 한 장면ⓒ CJ E&M


위의 두 에피소드 외에도 이날 방송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여배우들과 이승기가 윤여정의 방에 모여 각자의 연기 철학에 대해서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은 훌륭한 연기자이고, 향후 좋은 배우를 꿈꾸는 이승기에게는 최고의 롤모델이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이승기가 대견했던 김희애는 이승기가 배우로 더욱 성공하라는 뜻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슴에 와 닿는 말은, 이미지 고착 때문에 변신을 두려워하는 김희애의 고민에 오랜 시간 여배우로서 살아오면서 남다른 내공과 연륜을 갖춘 윤여정이 해준 충고였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김희애를 뛰어넘는 것. 그래서 김희애는 차분하고 지적이면서 우아한 이미지를 깨트리기 위해 일생일대의 모험인 예능에 도전했고, 그 노력은 성공했다.

앞으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배우 김희애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볼 것 같은 유쾌한 예감이 든다. <꽃보다 누나>는 여행이라는 소재만으로 기존에 알던 여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그들의 미래까지 기대하게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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