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말,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20~31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한 대학생 발레리노의 초연 무대가 펼쳐진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 김태석(23, 실기과4). 프로 발레단의 유명 발레리노 틈에서 주역으로 발탁된 대학생 발레리노의 소식은 흥미를 전해준다.

김태석의 이력은 특별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레를 전공으로 택할 만큼 늦었던 꿈, 게다가 대학 입학 직후에는 무릎 부상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난관을 잘 극복하고 한국 발레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3년, 마침내 날아올랐다. 지난 11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26회 그라스국제발레콩쿨에서 대상을 받으며 날개를 편 것이다.

발전은 현재형이다. 22일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호두 왕자를 맡아, 주역 무대 데뷔를 앞두고 있다. "발레의 매력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는 젊은 발레리노의 열정, 무대 위의 빛나는 별이 된 김태석을 만났다.

늦었던 꿈... 발레리노 부상을 딛고 날개를 펴다

 유니버설발레단(UBC) <호두까기인형> 주역무대에 선 김태석 발레리노

유니버설발레단(UBC) <호두까기인형> 주역무대에 선 김태석 발레리노ⓒ 유니버설발레단(UBC)


김태석 발레리노와 발레와의 운명적 만남은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부분의 무용수가 유년기나 초등학생, 늦어도 중학생 때 전공을 택하는 것에 비춰볼 때, 그와 발레의 만남은 '늦어도 너무 늦은 만남'이라고 할 만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레를 처음 시작했어요. 다른 학생들과 같이 진로를 고민할 시기였죠. 그때만 해도 발레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발레를 접하게 됐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도 지금도 저를 도전하게 하는 게 발레죠. 그게 발레의 매력이에요."

발레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발레와의 만남은 평범했던 김태석의 삶을 180도 변화시켰다. 처음 그가 발레를 한다고 했을 때, 선생님도, 친구들도 믿지 않았지만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두각을 나타냈다. 김태석은 콩쿠르 입상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후, 달라진 주변 반응에 대해 언급했다.

"제가 (발레를) 시작한 지 세 달 정도 되었는데 콩쿠르에서 입상을 했어요. 그 이후에도 발레협회 콩쿠르, 대학 콩쿠르에서 입상하니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선생님, 친구들도 절 격려해주고 오히려 부러워했죠. 나중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소식을 듣고 나서는 모두 절 응원해 줬어요."

한국 발레의 산실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었다. 입학 직후,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무릎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휴학하고 긴 재활 과정을 거쳤다. 1년 뒤, <지젤>로 무대에 복귀하고 나서야 김태석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무릎 부상으로 1년 동안 휴학했어요. 복학한 뒤에 학교에서 공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리가 갈 것 같아서 포기해야 했어요. 마음이 안 좋았죠. 그러나 복학 후 1년 만에 <지젤>의 '그랑 파드되' 공연을 올렸고, 그제야 제대로 춤을 출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때 정말 기분이 남달랐어요."

부상을 극복한 김태석은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주목받는 발레리노가 되었다. <인어공주> 공연에서 세계적인 발레리노 김현웅, 윤전일과 함께 무대에 서며 큰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인어공주>를 통해 부모님께 자신의 춤을 보여드린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학교의 레퍼토리 중 <인어공주>가 있는데, 남자 주역으로 당시 국립발레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김현웅 형, 윤전일 형과 나란히 발탁되었어요. 이미 프로로 활동하는 형들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같은 역할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뿌듯했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때 부모님께서 처음으로 제 공연을 보러 오셨어요. 지금까지는 쑥스럽기도 해서 모시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보여드린 것이 바로 <인어공주>였죠."

그라스 발레콩쿨 대상..."꽃도 받고 사인도 받았다"

 김태석 발레리노

김태석 발레리노ⓒ 유니버설발레단(UBC)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실기과) 졸업반 때, 김태석은 해외 콩쿠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랑스 그라스 지역에서 열리는 그라스 국제 발레 콩쿠르였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파트너 구성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그는 학교 후배와 호흡을 맞췄다. 준비 기간은 불과 일주일. 그는 짧은 연습을 마치고 국제무대 여정에 올랐다.

"대회를 준비하기까지 저와 함께 출전할 파트너를 찾는 것이 급했어요. 발레단 단원들도 공연 준비로 바빠서 부탁할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이번 <호두까기 인형>의 파트너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생인 심현희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어요. (심)현희와 1주일 정도 부랴부랴 연습하고 프랑스로 갔습니다."

그라스 국제 발레 콩쿠르 현장에서 프랑스 관객들은 김태석, 심현희의 무대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뜨거운 호응을 받은 김태석과 파트너는 대상을 거머쥐었다.

"프랑스 작은 마을인 그라스에서는 현지 관객들이 콩쿠르도 공연처럼 봐주셔서 좋았어요. 박수도 컸고, 대회 후에는 출전자인 저에게 꽃을 주시고 사인을 부탁하시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입상해서 기뻤고요."

국제 대회에서 대상의 주인공이 된 김태석은 이후 유니버설발레단의 객원무용수로 활동하며 학교 수업과 발레단 리허설을 병행하고 있다. 두 가지 일을 함께하는 게 고되지는 않을까? 

"물론 힘든 점이 없을 순 없죠. 학교 수업과 발레단 리허설을 병행하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어요. 리허설 일정과 학교 수업이 겹칠 때도 많았지만 발레단 지도위원 선생님들께서 제 사정을 이해해서 시간 조율을 잘 해주셨습니다."

주변의 배려 속에서 김태석 발레리노는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김태석은 롤 모델로 누굴 꼽을까? 그가 배우고자 하는 대상은 단지 한 명이 아니었다.

"발레계의 롤 모델이라기보다는... 발레단에서 생활하면서 예술 감독님, 지도위원 선생님들, 선배님들을 보면서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만 춤을 추다가 오니 다른 것들도 많고 배울 것이 참 많아요. 이분들이 지금 제게는 가장 좋은 교과서고, 멘토이십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롤 모델로 손꼽는 발레리노 블라드미르 쉬클리야로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는 인물이었다. 롤 모델로 택한 이유에 대해 김태석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발레리노 중에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블라드미르 쉬클리야로프(Vladimir Shklyarov)가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발레가 하면 할수록 힘든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정말 발레를 편안하게 해요. 보는 사람 역시 편안해지죠. 동작이 유연하고 힘이 있죠. 제가 그만큼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 무용수의 춤을 보면서 따라 하기도 해요. 닮고 싶은 무용수예요."

"힘든 춤을 추는 이유? 더 완벽해지고 싶어서요"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 주역 발레리노 김태석.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 주역 발레리노 김태석.ⓒ 유니버설발레단(UBC)


<호두까기 인형>으로 프로 발레 무대에 주역으로 입문하는 22일은 김태석의 발레 인생에서 한 획을 긋는 날이다. 혹여 부담감은 없을까? 김태석은 "내게는 의미가 큰 공연"이라면서 "정식으로 입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공연의 주역을 맡게 되어서 부담이 있지만, 내 공연을 보러올 관객들을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 리허설하고 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그는 관객에게 '김태석'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발레리노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은 김태석의 꿈을 이루는 첫 과정이다. 그는 이번 <호두까기 인형>을 볼 관객에게 자신을 '동화 속의 왕자'로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에는 주역 데뷔를 앞둔 대학생 발레리노의 설레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했다. 

"<호두까기 인형>은 아시다시피 동화 같은 이야기잖아요. 다른 작품과는 다른, 클라라의 환상 속의 왕자님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도 저를 '동화 속의 왕자'라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제일 좋을 것 같고요.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절절한 사랑, 감정 연기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제가 이 역할에 빠져들어서 보시는 분들도 작품에 몰입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태석에게 발레는 행복을 가져다준 춤이다. '학창시절 잘하는 것 없는 아이'였던 그는 발레를 통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학창 시절, 저는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그저 그랬던 학생이었어요. 부모님이 저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죠. 어떻게든 저를 일으켜 주고 싶어 하셨어요. 그러다가 고3 때 제가 여러 대회에서 상을 받으니까 기뻐하시더라고요. 트로피를 안겨드리면서 '발레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발레가 아니었다면, 부모님께 이런 상을 안겨드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두까기인형 주역 발레리노 김태석.

호두까기인형 주역 발레리노 김태석.ⓒ 유니버설발레단(UBC)


김태석은 완벽한 발레리노를 꿈꾼다. 힘든 연습 속에서도 그는 '모든 배역을 완벽히 소화하는 발레리노'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테크닉 뿐 아니라, 작은 디테일, 감정 연기까지 말이다. 그는 "발레는 늘 나를 도전하게 한다"면서 "꼭 주역이 아니어도, 어떤 역할이든 완벽하게 소화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계속 춤을 출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석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발레 인생 슬로건에 대해 말했다. 늦게 시작한 꿈, 부상의 시련을 견뎌낸 그는 인생의 교훈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어쩌면 과하지 않게, 하지만 최선을 다해 달려나가는 그 열정이 오늘의 김태석을 있게 한 것은 아닐까.

"어떤 일이든 과하지 않게 생각하려고 해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하려고 하죠. 뛰어넘어야 하는 선은 분명히 있지만 무리해서 하진 않으려고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욕심을 부리다 보면 지칠지도 모르죠. 매사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 발전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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