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오래된 인력거>와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를 만든 고 이성규 감독

다큐 영화 <오래된 인력거>와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를 만든 고 이성규 감독 ⓒ 이성규 감독 페이스북


자신의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을 향해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해 달라"고 했던 부탁은 결국 유언이 됐다. 자신의 영화가 극장에 가득 찬 관객들이 보는 가운데 개봉하길 원했던 감독의 소원은 마지막 순간 감동적으로 이뤄졌고, 감독은 그 여운을 안은 채 먼 길을 떠났다.

다큐멘터리 영화 <오래된 인력거>와 곧 개봉하는 <시바, 인생을 던져>를 연출한 이성규 감독이 13일 새벽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50세. 이성규 감독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통한 심정으로 이성규 감독의 부고를 전한다"며, 이 감독이 "더 좋은 세상으로 길을 떠났다"고 알렸다. 이 감독은 지난 6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최근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 마지막 투병생활을 해 왔다.

방송사에서 일하기도 했던 이 감독은 2007년 방송사 외주 제작사들과 연대해 한국독립프로듀서협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낸 독립PD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종편 출범으로 반대되는 언론정책에 앞장서 반대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 감독은 2011년에는 인도에서 10년 동안 촬영하고 2년 간 편집해 완성한 <오래된 인력거>를 개봉했고, 올해 극영화로 제작한 한국 남녀 네 사람의 인도방랑기 <시바, 인생을 던져>를 완성해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래된 인력거>는 지난 2010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에 아시아권 최초로 장편부문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기도 했다.

이 감독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그의 지인들은 감독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지난 11일 저녁 춘천에서 '한 사람만 모르는 특별 개봉' 행사를 준비해 감독을 위로했다. SNS를 통해 특별 개봉 소식이 알려지며 짧은 시간 동안 신청한 500명의 관객이 투병 중인 감독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춘천으로 모여 들었고, 이 감독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를 관람했다.

이 감독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13일 새벽, SNS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감독을 추모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시바, 인생을 던져>의 배급을 맡은 인디플러그 고영재 대표는 "아~~ 이성규 감독님! 그래도 옆에 계시지요? 개봉 준비 잘 할께요. 지켜봐 주세요"라며 그를 애도했다.

이 감독의 투병 과정은 그의 요청에 따라 다큐멘터리 동료에 의해 촬영됐고, 향후 다큐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 감독의 빈소는 춘천 강원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장례는 오는 15일 8시 한국독립PD협회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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