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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유난히 스타 드라마작가들의 컴백이 잦은 해였다.

'드라마업계의 대모' 김수현 작가를 필두로 <왕가네 식구들>의 문영남, <오로라 공주>의 임성한, <상속자들>의 김은숙, <주군의 태양>의 홍자매, <투윅스>의 소현경, <황금의 제국>의 박경수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들이 경쟁하듯 신작을 내놨고 12월에도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미스코리아>의 서숙향 등이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기라성 같은 스타작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흥행'에 성공한 작가들도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비밀>의 유보라, <응답하라 1994>의 이우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혜련 작가, 애물단지에서 신데렐라로

 신드롬을 일으킨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신드롬을 일으킨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 SBS


2013년 6월 5일부터 8월 1일까지 총 18부작으로 방송 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2013년을 통틀어 시청률과 화제성면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낸 작품이다. 하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정식 편성되어 방송되기까지 그 어떤 드라마보다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기도 했다. 편성권을 따내지 못해 각 방송사를 전전하기 일쑤였고, 편성 코앞까지 갔다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뒤로 밀리는 등의 수모를 겪은 것이다.

방송사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타인의 속마음을 듣는다는 설정이 유치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것, 두 번째는 법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흥행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 세 번째는 살인, 복수 등의 스토리 라인이 저녁시간대 방송하기엔 너무 무겁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작품은 몇 번의 퇴짜와 좌절 끝에 SBS가 수목드라마의 '빈 시간대'를 내 줌으로써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편성을 받았다고 안심하기엔 초반 분위기가 너무 절망적이었다. 전작이었던 <내 연애의 모든 것>이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가 방송 첫 주가 하필이면 당시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던 MBC <남자가 사랑할 때>의 마지막 회와 맞붙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현정의 드라마 컴백작인 <여왕의 교실>이 경쟁작으로 편성되면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앞날은 더욱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첫 회 시청률은 7.7%(닐슨 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에 불과했다. 어렵사리 방송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첫 회 방송 이 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단 사실이다. '오랜만에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는 세간의 평가 속에 2회 시청률은 무려 5% 상승한 12.7%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1위의 쾌거였다.

이 후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경쟁작 <여왕의 교실>과 <칼과 꽃>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 11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겼고, 인물간의 갈등이 절정에 치달았던 16회 때에는 최고 시청률 24.1%를 기록했다. 첫 회 시청률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시청률이 상승한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전국 평균 시청률 18.8%, 수도권 평균 시청률 20.7%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이 같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흥행 돌풍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는 누가 뭐래도 대본 집필을 맡은 박혜련 작가였다. 그는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각종 재판을 방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법조계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각종 강좌를 이수하는 등의 노력으로 사실감 있으면서 촘촘한 진행이 돋보이는 여러 에피소드를 구상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변호사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던 디테일한 설정과 소품들은 바로 이러한 노력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설정을 각 인물간의 관계 속에서 절묘하게 녹여내는 수완과 코믹과 신파,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를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극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솜씨 또한 일품이었다. 덕분에 살인, 복수, 기억상실 등의 '막장 소재' 조차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스토리를 진행하는 일종의 장치이자 훌륭한 소재거리로 재탄생 될 수 있었다.

이렇듯 방송사와 제작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뻔 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초심을 잃지 않았던 박혜련 작가의 뚝심과 빛나는 재능에 힘입어 2013년 가장 '핫'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유망주를 넘어 스타작가로 발돋움한 박혜련 작가가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비밀> 유보라-최호철 작가, 골리앗을 이긴 다윗

 하반기 깜짝 흥행으로 방송가를 놀라게 한 KBS <비밀>

하반기 깜짝 흥행으로 방송가를 놀라게 한 KBS <비밀> ⓒ KBS


2분기에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있었다면, 4분기에는 KBS <비밀>이 있었다. 2013년 9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해 11월 14일까지 총 16부작으로 방송 된 <비밀>은 극심한 흥행 부진에 빠져있었던 KBS 수목드라마의 단비 같은 존재였을 뿐 아니라, 탁월한 기획력과 훌륭한 대본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드라마업계에 시사한 바가 매우 큰 작품이었다.

<비밀>은 2012년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으로 당선 된 최호철 작가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눈여겨 본 이응복 PD가 경남 양산에 머물고 있던 최호철 작가를 직접 찾아가 대본을 써 줄 것을 권유했고, 여기에 단막극 집필 경험이 있는 유보라 작가가 최종 합류하면서 드라마 제작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성, 황정음, 배수빈, 이다희 등 중량감 있는 연기자들을 캐스팅 한 것도 편성에 큰 도움이 됐다.

문제는 대진표였다. 당시 수목 드라마 시장은 홍자매가 집필하고 소지섭-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주군의 태양>이 20%대 시청률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때였다. 이에 비하면 <비밀>은 전작 <칼과 꽃>의 부진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지명도나 주연배우의 인기도 면에서 확연히 떨어지는 드라마였다. 초반 고전은 당연히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비밀>은 이렇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야금야금 시청자층을 결집 시켜나갔고, 5.3%로 시작한 시청률 또한 횟수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그 결과 <주군의 태양>이 종영하자마자 두 자릿수 시청률로 치고 올라갔고, 무수한 경쟁작들 속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상속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인 결과였다.

<상속자들>은 SBS가 내세운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었을 뿐 아니라, 스타작가 김은숙의 차기작으로 방송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었다. <비밀>로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싸움에서 파격적인 승리를 거머쥔 셈이다. 출연 배우들의 열연과 이응복 PD의 연출력, 그리고 유보라-최호철 작가의 앙상블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특히 유보라-최호철 작가의 콤비 플레이는 <비밀> 흥행의 1등 공신이었다. 이야기의 토대를 닦은 최호철 작가가 스토리의 큰 얼개를 만들면 경험 많은 유보라 작가가 디테일한 설정을 다듬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식이었다. 한 여성의 사랑과 복수를 그토록 세련되고 절절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이처럼 두 작가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훌륭한 대본을 만드는데 매진했기 때문이다.

유보라-최호철 작가는 경쟁자였던 김은숙 작가의 원고료보다 훨씬 적은 작업비를 받으면서도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톱스타의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대본의 힘만으로 온전히 스토리를 끌고 나갔고, 시청률 표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쏟아냈다. 좋은 대본이 좋은 드라마를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는 것만으로도 <비밀>은 충분한 존재 가치가 있는 드라마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된 유보라-최호철 작가는 최근 내년에 차기작을 선보이기 위해 작품 구상에 몰두 중이라 한다. 이 겁 없는 신인작가들이 또 어떤 '사고'를 치게 될지 자못 궁금해 질 따름이다.

<응답하라 1994> 이우정 작가,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천재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TvN <응답하라 1994>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TvN <응답하라 1994> ⓒ TvN


요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우정 작가는 방송가에서도 보기 드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작가다.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양 쪽에서 고루 좋은 성과를 얻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예능 출신 드라마 작가는 많았지만 이우정 작가처럼 예능과 드라마를 '겸직'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나영석 PD의 말처럼 '하늘이 내린 천재'일지도 모르겠다.

이우정 작가는 2013년 <꽃보다 할배>의 메인 작가로 대한민국 예능계를 들었다 놓는 파워를 보여줬다. <1박 2일>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나영석 PD의 곁에서 <꽃보다 할배>의 기획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출연진의 마음을 다독이고 속내를 끄집어내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예능에 감성을 입히고 이를 세련되게 포장하는데 이우정 작가만큼 노련한 사람도 드물다.

<꽃보다 할배>를 끝내 놓고 그는 다시 드라마 작가로 돌아왔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 찰떡 궁합 호흡을 보여준 신원호 PD와 <응답하라 1997>의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를 세상에 내 놓은 것이다. 대중은 <응답하라 1994>의 성공에 반신반의 했지만, 오히려 이우정 작가는 "전작을 뛰어 넘는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곧장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이미 <응답하라 1997>로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 이우정 작가는 더욱 다듬어진 필력과 에피소드 구성능력으로 <응답하라 1994>의 흥행 신화를 이끌었다. 물론 오랜 시간 함께했던 후배 작가인 김대주, 이선혜, 김란주, 정보훈, 최은솔 작가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이우정 작가를 도와 1994년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여러 스토리를 구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들이다.

이우정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끌고 나가면서 아련하고도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포근히 어루만지는데 있다. 예능 작가 출신답게 시트콤만큼 웃긴 이야기들을 곳곳에 포진시켜 놓은 뒤 각 캐릭터들의 사랑과 이별을 능수능란하게 그려냄으로써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을 넘어 케이블 드라마의 새로운 흥행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출연진 전부를 스타덤에 올리는 등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쓰레기(정우 분)와 나정이(고아라 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가운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칠봉이(유연석 분)와의 삼각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시청자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바쁜 와중에도 이우정 작가가 <꽃보다 할배>의 후속편인 <꽃보다 누나>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단 사실이다. <응답하라 1994>를 진행하면서 <꽃보다 누나>의 기획과 제작에 깊숙이 관여한 그를 보며 동료인 나영석 PD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꽃보다 누나> 역시 <응답하라 1994> 다음 시간에 연속 편성되어 첫 회부터 시청률 10%를 넘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니 당분간 시청자들은 '이우정 월드'에서 웃고 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재능과 열정의 황금비율에 노력까지 더해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는 이우정 작가가 <응답하라 1994>를 잘 마무리 한 뒤에도 변함없이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맹활약하기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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