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회째를 맞은 FLY 2013 행사 현장. 21일 오전에는 태국 후아힌의 한 극장에서 민용근 감독의 영화 <혜화, 동> 상영회가 있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FLY 2013 행사 현장. 21일 오전에는 태국 후아힌의 한 극장에서 민용근 감독의 영화 <혜화, 동> 상영회가 있었다.ⓒ 부산영상위원회


|오마이스타 ■태국 현지 취재/이선필 기자| 2000년대 아시아권을 달궜던 한류 열풍은 여전히 유효할까. 가요와 드라마 콘텐츠를 중심으로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이자 한국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이런 문화 콘텐츠 산업이 최근 들어서 다소 주춤하다는 데엔 크게 이견이 없는듯하다.

한국 문화 콘텐츠가 널리 팔리는 건 분명 고무적이지만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며 한류에 또 다른 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종종 지적돼왔다. 산업과 콘텐츠가 만나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고, 이 때문에 현지 국가에서 한국 콘텐츠에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내용이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FLY'(ASEAN-ROK Film Leaders Incubator, 이하 FLY 2013) 행사는 바로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한국 영화 역시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한류의 중심이 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진정성을 알리기 쉽지 않다는 고민이었다. 동시에 부산영상위원회라는 조직은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문화적 연대를 꿈꾼다는 포부를 이루고자 했다.

 태국 후아힌 현지에서 진행 중인 'FLY 2013' 행사. 그룹별 멘토와 참가자들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태국 후아힌 현지에서 진행 중인 'FLY 2013' 행사. 그룹별 멘토와 참가자들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아시아 국가와의 영화 연대....혹시 유토피아적 상상?

지난해 필리핀 다바오를 달궜던 아시아 청년들의 열정이 태국 후아힌으로 옮겨 왔다. 1회 때 영화 꿈나무들 마음에 불을 지폈던 이준익 감독, 이무영 감독, 방준석 음악감독의 바통을 배창호 감독, 구재모 촬영감독, 차승재 전 싸이더스FNH 대표, 민용근 감독, 최익환 감독 등이 이어받았다. 이에 대한 평가회가 지난 21일 오후 후아힌 스프링필드 리조트에서 열렸다.

지난해 11개국 22명의 아시아 국가 청년(16세~24세)들이 영화 시나리오에서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경험을 나눴다. 올해는 대만, 요르단, 일본의 청년들이 합류하며 14개국 총 28명으로 다소 규모가 늘었다.

"이건 프로와 아마추어의 결합입니다. 14개국 친구들에게 좋은 기회를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정통적인 영화 제작 방법이 잊히는 시대인데 그걸 가르칠 기회라서 기쁘게 참여했습니다."(배창호 감독)

배창호 감독의 말대로 FLY는 나누는 행사다. 이는 일종의 공적개발원조사업(ODA -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으로 분류돼 외교통상부의 지원을 받고 국제기구인 ASEAN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돈을 버는 사업도 아닌 원조 사업에 이렇게 목을 맨다. 게다가 정부 기관이 아닌 지역 사회의 문화기구가 주최한다. 평가회에 참여한 차승재 전 대표는 "처음에 이 계획을 듣고 유토피아적인 행사라고 생각했다"면서 "정부 관료가 한다면 대부분 전시 효과만 있을 뿐 교육받는 사람에겐 전혀 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차 전 대표는 "서로 다른 언어, 역사, 생김새의 청년들이 만나 영화를 통해 각자 이해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진짜 유토피아 같다"면서 "관료가 주도하지 않기에 그나마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각자의 재능으로 연대...'FLY 2013'을 평하다

평가회에 참여한 이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시혜 차원이 아니라 연대하는 의미임을 강조했다. 배창호 감독과 구재모 감독은 학생들의 시나리오에서부터 후반 작업까지 전반을 지도했고, 민용근 감독과 차승재 전 대표는 현장 경험자로서 영화 꿈나무들의 궁금증과 갑갑함을 해소하는 멘토로 함께 했다. 

이번 행사에 직접적인 관여는 없었지만 일종의 협력자 관계로 참석한 최익환 감독(현 한국영화아카데미원장)은 "FLY가 의미 있는 사업인 건 당연하다"면서 "영화가 지닌 상업적 속성상 교류와 교역을 함께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 교류 이전에 저항감을 없앨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교육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영화 교류 확대에 기여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교육 사업인 만큼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승재 전 대표는 이번 행사를 두고 "외롭지 않게 하는 프로그램 같다"고 표현했다. 차 전 대표는 "영화 산업이 전혀 없는 곳은 기술적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력 편차는 커도 함께 만나서 뭔가를 익히는 건 축복이자 동기부여일 수 있다"고 의의를 말했다.

이어 차승재 전 대표는 "한국도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자생적으로 성장했다. 늦게 시작한 나라가 어떻게 성장하고 자국의 특징을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미도 알려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면서 "그렇다고 자만심은 아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아픈 역사, 이야기가 잊히는데 그걸 찾는 작업을 한국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소회를 덧붙였다. 

 태국 후아힌에서 진행 중인 'FLY 2013' 행사. FILM ASEAN 소속의 각 대표들이 FLY 참가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태국 후아힌에서 진행 중인 'FLY 2013' 행사. FILM ASEAN 소속의 각 대표들이 FLY 참가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한계점 보완...단발성 아닌 장기 계획으로 확대해야

물론 아쉬운 면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자금의 문제가 있다. 단독 사업이 아닌 협력 사업이기에 외교통상부에서 내릴 수 있는 예산이 한계가 있는 것. 또한 부산영상위원회의 조직 여건상 10여 개 국가 출신의 학생들을 맡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단독 진행하는 데 전담팀을 꾸릴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또한 실무적인 의사소통 문제, 참가자의 수준 편차 문제 등도 과제로 꼽혔다.

예산 문제에 대해서 오석근 부산영상위원회 위원장은 나름의 방안을 고민 중이었다. 장학금 형태로 후원 중인 성암 베넥스 재단을 비롯해 추가로 후원자를 영입하는 방법, 아세안 10개 국가의 적극 지원을 받는 것, 공적개발원조사업이란 점을 아세안 기구 및 전 세계에 넓게 홍보해서 국가별 지원을 받는 방향도 있었다.

출발 단계라지만 분명 FLY 사업은 호재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아세안 10개 국가로 이뤄진 '필름 아세안'(FILM ASEAN)이라는 모임이 구축돼 한국과 함께 여러 사안을 검토 중이었다. 필름 아세안은 각국의 국장급 이상 영화 담당 관료들로 구성돼있다. 특히 이들은 FLY 2013 행사 기간에 후아힌을 방문해 참가자들과 직접 면담을 하기도 했다.

오석근 위원장은 "필름 아세안이 지금 ASEAN 산하 공식기관으로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FLY 사업 외에도 아시아 공동 필름 페스티벌이나 아세안에 속하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까지 정부 채널을 통해 영화 교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평가회를 통해서 FLY 행사가 단기가 아닌 장기 계획으로, 그리고 한국 중심의 행사가 아닌 아시아 국가와 함께하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구재모 감독은 "마치 이곳은 유소년 축구단과 같다"며 "어려운 조건에서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데 어떤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것에 의의를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재모 감독은 행사 기간 중 교육 일정을 스스로 더 추가해서 나머지 시간도 팀원들과 나누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오석근 위원장 역시 "라오스는 1년에 영화 1편을 만들기도 어려운 곳이고 브루나이는 영화 산업 자체가 없다"면서 "참가자 수준의 편차는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FLY는 기회를 나누고 영화적 경험을 나눈다는 의미"라고 해석을 보탰다.

한편 FLY 2013은 오는 24일 2주간의 일정을 뒤로하고 마무리된다. 23일 오후엔 참가자들의 졸업 작품이 태국 후아힌 마켓 빌리지의 한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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