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에서 커플로 출연 중인 태민(샤이니)과 손나은(에이핑크). ⓒ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조용해 보이고 마냥 사람 좋을 것 같지만 선혜윤 PD는 사실 이번에 제대로 배수진을 쳤다.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할 때 네 번째 시즌의 후반부를 맡게 됐지만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도, 자신의 딸도 모두 동시간대 경쟁 프로인 SBS <붕어빵>을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에 승부욕도 들었던 터였다.

선혜윤 PD의 '깡'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 9월 이소연-윤한, 정유미-정준영 커플이 새로 투입되면서 프로그램은 점차 생기가 돌고 있다. 시청률 또한 상승했으며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좋아졌다. 내심 미소를 짓고 있을 선 PD 이하 제작진을 떠올리며 일산 MBC 드림센터를 찾았다. 마침 선혜윤 PD와 담당 작가진이 '격하게' 환영해주었다.

"<우결>? 현실과 동떨어진 프로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선혜윤 PD와 <우결>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시즌 초반이었던 지난 2008년 이미 한 차례 이 방송을 맡아서 이끌었던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 다시 맡게 됐다는 점에서 나름 프로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있을 줄 알았다. 선 PD가 던진 말은 처음부터 예상을 벗어났다.

"한 3개월가량 했을 거예요. 당시에는 나랑 안 맞는 프로라고 생각했죠. 그때 느끼기엔 <우결>이 현실과 동떨어진 프로라고 생각했거든요. 스스로 공감을 못했고, 철저하게 이 프로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서 접근했어요.

그리고 이번 개편으로 다시 맡게 됐을 때는 이걸 리얼로 더 접근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몇 년 전과 생각이 달라진 거죠. 사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했는데 반응이 없다면 포맷을 바꾸거나 가상 결혼을 버리겠다는 각오가 있어요. 일대일 매칭의 마지막 노선이라는 생각에 나름 배수진을 친 심정이었죠."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정유미, 정준영 커플의 모습.

이른바 '정정커플'롤 불리는 정유미, 정준영 커플의 모습. ⓒ MBC


다행히 시청률은 올랐다. 선 PD는 "시청자 분들도 좋아해주시고, 예능 국장님도 좋아해주시더라"며 최근의 호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선 PD는 시청률 상승의 요인으로 남성 시청자들의 대거 유입을 들었다. 언제부턴가 <우결>은 10대·20대에게 보이기 위한 프로가 돼 있었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결혼 적령기 시청자들이 시청을 포기하는 현상이 꾸준히 있어왔던 건 사실이지 않나. 선혜윤 PD는 이점을 일단 인정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우결>은 가상커플 프로그램으로 나름 원조라면 원조잖아요. 프로그램 초창기로 돌아갔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방송 초기였던 2008년에는 시청자 분들께서 '진짜 얘네가 결혼했냐'며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궁금증은 사라졌는데 요즘 들어 다시 이 커플들이 진짜 사귀는 건지 궁금해 하시는 거 같아서 좋아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모든 PD들의 고민인데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오히려 선 PD가 취재진에게 물었지만 운은 분명 아니었다. 그 이유는 출연진 구성에 있다. 선혜윤 PD가 지난 9월 제작발표회 때 말했듯 마치 '중매쟁이'가 된 심정으로 두 커플을 뽑았기 때문이다. 이소연과 정유미, 그리고 그들의 짝으로 윤한과 정준영을 택한 배경이 궁금했다.

"커플 당 20분 이상은 시청자들이 집중해야 하는데 이들의 진정성이 중요했어요. 안 알려진 커플인데 막상 뚜껑을 열면 매력 있는 분들을 찾고 있었어요. 기획 때부터 여자 출연진을 먼저 골랐죠. 시청층이 너무 10대 위주여서 이젠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으로 해보자는 의견이 강했어요."

잘 안 알려졌으면서도 솔직함이 돋보이는 배우. 선혜윤 PD와 작가진은 그 기준으로 이소연과 정유미를 골랐다. 사실 스타성 있는 이들도 많이 만났지만 솔직함과 매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이 적격이었다. 

"커플들의 사적인 만남은 자제 부탁...왜냐면?"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우리 결혼했어요4>의 이소연-윤한 커플. ⓒ MBC


그 다음은 남자 출연진 결정이었다. 피아니스트 윤한이야 딱 이소연과 맞겠다는 느낌이지만, '정정커플'은 좀 의외였다. 선혜윤 PD는 정준영을 두고 "사전 인터뷰를 1시간 동안 했는데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질만큼 독특한 정신의 소유자"라고 정의했다. 방송에서도 정준영은 마냥 철 없어보였다가도 나름 마초의 기질도 있다. 정유미는 그런 정준영을 또 한 없이 맞추고 받아주는 모습이다. <우결>의 또 다른 재미다.

여기서 제작진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각 커플에게는 2명의 작가가 붙는다. 각 인물들이 소소하게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체크하며 뻔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는 게 그들의 비법. 동시에 커플들의 취미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경험도 불사한단다. 정유미-정준영 담당 작가는 "요즘 각종 게임을 섭렵하느라 밤잠을 설칠 지경"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작가들에게 소소한 것까지 상담하는 분위기가 있죠. 상대적으로 어린 태민-나은 커플 쪽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작가를 매개로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부탁할 때도 있어요(웃음). 제작진이 서로의 번호는 알려줘요. 그들끼리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고 하는데 종종 제작진에게 상대와 만나서 밥을 같이 먹어도 되는지 묻기도 해요.

솔직히 제작진 입장에서는 되도록 사적으로 만나지 말라고 해요. 중간에 이들의 감정이 너무 진전될 수도 있고, 감정이 날아갈 수도 있잖아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하고 낯설어 할 수도 있어요. SBS <짝> 같은 프로였으면 소개만 해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되는데 우린 변화하는 감정 자체를 그리고 싶으니까 연락 자제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하나의 손짓도 큰 의미가 될 수 있거든요." (선혜윤 PD)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이소연-윤한 커플. ⓒ MBC


선혜윤 PD에게 살짝 물었다. 정말 출연진들 중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이들이 있는지. 선 PD 역시 취재진에게 물었다. 기자가 보기엔 어떤지. 만장일치로 이소연-윤한 커플, 그리고 태민-나은 커플로 좁혀졌다.

"유미씨와 준영은 아직 애정이기 보다는 진한 우정에 가까워 보여요. 그런데 태민-나은 커플은 6개월 이상 만났기에 둘 사이에서 어떤 게 진짜 감정인지 그 제스처가 보이거든요. '아, 지금 서로 좋은 감정이구나',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마음이겠구나'가 보이죠. 윤한-소연 커플은 일단 가상으로 시작으로 했지만, 현실과 헷갈려 하는 감정 같아요. 방송을 통해서도 느껴질 거 같아요. 어쨌든 둘 다 거짓으로 하는 분이 아니니까 좀 더 지켜보면 알 겁니다(웃음)."

분명 선혜윤 PD는 프로그램을 맡기 직전 말했다. "이 프로를 통해 진짜 커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가상이 현실이 되는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해도 좋을까.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우결>은 파란불이다.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결혼했어요 손나은 정준영 정유미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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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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