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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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부족한 것은 큰 한 방일까. 사실상 요즘 <개콘>에서 '봉숭아학당'이나 '사바나의 아침' 같은 큰 비중의 마지막 코너를 정확히 지정할 수 없는 건 분명하다. 현재 <개콘>을 감싸고 있는 기류, 곧 <개콘>의 분위기를 진단해 보자.

최근 <개콘>의 대표적인 유행어라 할 만한 것으로 "느낌 아니까~"를 꼽을 수 있다. 겉멋만 잔뜩 든 연예인들의 '허당 매력'에 집중하며 웃음을 만드는 코너 '뿜엔터테인먼트'의 한 부분이다. '느낌 아니까'는 '거시기'란 단어와 같이 일종의 의미의 공유가 전제됐다. 곧 너와 나 사이에 '알 만한 느낌'에 대한 것이 전제되어 있고, 이를 강조하며 이후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행위가 당연함을 보이는 것이다.

반면 이 말에는 화자의 자기중심적 경향이 더 두드러진 결과다. 느낌을 아는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이 마치 자연스러운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실은 소통이 있기 보다는 느낌을 알 만한 사람 자체에 대한 강조다. 즉, 연예인이다. 사실상 '생각 없는 연예인'을 표상하고 있는 이 코너는 그 '느낌 아니까'가 어떤 동의할 만한 전제가 전혀 없음을 말한다.

이 코너에서 신보라는 요란하게 자신의 직업과 결부된, 그러나 보이지 않게 일하는 이들과 등장한다. 재밌는 건 신보라의 의사표현을 코디네이터가 담당한다는 사실인데 그녀는 자신이 희화화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기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애초에 그런 의사를 가질 만한 생각 자체가 없는 듯 보인다.

이 미숙한 인격으로 표상된 이 또한 연예인이다. 연예인의 희화화로 보이는 이 코너는 오히려 연예인과 <개콘>의 출연진을 구분할 수 없게 된 상황 속에서 프로그램의 자극적인 성격이 심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듯 싶다. 동시에 자극에 무감각하거나 그 자극에 중독된 시청자도 동시에 반증하는 건 아닐까. 자기 의사를 전적으로 외부에 일임한 신보라가 과잉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긍정하는 모습은 마치 이오네스코 부조리극의 한 장면을 재현하는 듯하다.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생각 없는 사람들의 풍자? 오히려 그 안에 머물고 있는 <개콘>

<개콘>은 일요일을 장식하는 국민 프로그램이 됐으며, 방송과 동시에 실시간 검색어를 내곤하는 큰 역량을 지닌 지 오래다. 물론 이는 <개콘> 자체의 역량이기보다는 경쟁할만한 타 방송국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도 꽤 타율이 높았던 '네가지'는 각 개그맨이 가진 설움을 토해 내며 계층적 유대와 사회적인 파급력을 얻고자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기가 없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자신감으로 표현했던 김기열의 경우를 보자. 그의 '인기 없음'은 그리고 그로 인한 괴로움과 상처는 그가 매주 증명하는 실제 사례들로 어느 정도 타당해 보였다. 그는 계속 소위 뜬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김기열의 그런 호소는 의미가 있을까. 김기열 역시 한 명의 유명인사고 연예인인이다. 곧 그러한 인기 없음의 진정성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이미 <개콘>은 너무 떠 버렸기에 이미 실시간 검색과 함께 작동하고 있기에 그저 자극적인 것들의 홍수 속에 휩쓸려 가는 방안 외에는 별 수가 없는 듯 보인다. 더 이상 풍자도 시사도, 사회 비판도, 은유적 사회 진단도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생각 없음'의 인간 유형, 또는 연예인화 된 인간 유형은 '놈놈놈'이란 코너에도 등장한다. 심지어 웨이터도 너무 멋진 연예인이라는 식의 설정은 별로 현실적이지 않지만, 이미 전 국민이 연예인을 열망하거나 연예인을 삶에 깊이 연관시키는(클릭으로써라도) 태도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시청률의 제왕'은 언뜻보면 극단적으로 자극을 우선으로 하는 우리 사회를 비판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은 자극적인 것에 휩쓸리는 사회 그 자체의 축소판으로 기능하고 있는 데 더 가깝다. 막장 드라마를 뛰어넘는 막장이라는 설정이 그렇다. 이는 단지 자극에 시청자를 도취시키기 이전에, 자극에 스스로 도취되는 한 명의 어리석고 생각 없는 제작자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 막장 드라마는 드라마 바깥의 제작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생각 없음의 유형은 좀비를 다룬 코너 '좀비 프로젝트'에서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이성은 마비되었으며 무서운 속도로 타인에게 그것을 전가하며 동일한 인류 종족을 만드는 좀비는 일견 인터넷상 맹신적 클릭과 그것의 집단적 확산과 흡사하다.

'좀비 프로젝트'에서 좀비는 공포를 유발하는 대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인류적 재앙의 상징인 좀비를 희화화하며 단지 문화적으로 익숙한 좀비의 이미지를 단순화해 소비할 뿐이다.

자신의 신체를 잘 가누지 못하는 좀비는 영화에서는 대상을 향해 무한돌진하지만 <개콘>에선 시작부터 가로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며 자신의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가 된다.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개그 프로지만 현실 비판의 시선도 필요하다

모든 이미지가 그저 하나의 소비 대상이 된 현대 사회 시점에서 <개콘>은 직접적인 비판 대신 보여주기 차원에 머물고 있다. 연예인의 모습들이 이렇게 재현되고 소비된다는 점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소비되는 현실 그 안에서 유영할 뿐이다.

더 이상 비판과 이성이 아닌 소비와 자극만 남아버린 <개콘>에서 좀비는 그저 이미지로 소비되는 곤궁한 처지가 됐다. 마치 수많은 인류적 멸망의 이야기들이 진짜 공포로 다가오지 않고 단순한 자극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좀비 코스프레를 한 개그맨들의 '좀비 프로젝트'는 좀비화 된 인터넷(일상) 공간에 반응한다는 내용이다. <개콘>이 현재 내린 잠정적이고 최종적인 결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현실 비판적 시선을 그나마 관철하던 '오성과 한음'도 최근에는 그 반향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일종의 세대론적 반영이 있는 '오성과 한음'처럼 특정 계층과 이해를 함께 하는, 시선의 확장은 불가능할까. 가령 MBC <코미디에 빠지다>에서 일진 문제를 아이러니하게 다루는 코너, '일진쌤'이나 노년 인구의 확장과 그에 따른 미래 사회를 희극적으로 진단하는 코너, '초고령화 시대',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비논리로 사회 의제를 다루는 '사망토론' 등은 일부 참고가 될만하다. <개콘>이 현실에 대한 시선을 잃지 않길 바란다.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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