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코알라>의 김주환 감독과 배우 송유하, 박영서(왼쪽부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코알라>의 김주환 감독과 배우 송유하, 박영서(왼쪽부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 이정민 기자| 영화사 홍보팀 출신의 한 청년은 감독이 되고 싶었다. 아버지의 만족을 위해 미국 유학파로 조지타운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던 그는 자신의 꿈을 쫓아 영화사에 들어갔고, 그곳 홍보팀으로 일하다가 영화를 찍고 싶어 사표를 냈다. 다행인지 회사는 그의 사표를 반려한 채 두 달의 휴가를 줬다. '찍을 테면 찍어봐라'면서 말이다.

두 명의 배우 역시 약 10년의 시간 동안 연예인 및 배우의 길을 걸었지만 대중들에겐 익숙하지 않다. 독립영화·저예산, 그리고 상업 영화를 경험하며 내공을 쌓았다. 곧잘 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여전히 작품 운은 없어 보였다.

사연 없는 이가 어디 있겠냐만 김주환 감독과 배우 송유하, 박영서가 영화 <코알라>로 뭉쳤다. 영화를 '배우를 지망하며 우울해하던 청년들의 유쾌한 창업 도전기'로 정리해본다면 여기엔 이들의 경험이 오롯이 녹아있었다. <코알라>가 개봉한 후 2주가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종종 만나 술도 마시며 작당(?)을 모의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잠시 끼어 영화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인터뷰가 두서없는 수다가 됐다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이들은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다.

술 먹고 '코알라' 되기 전에 일단 친구가 됐다

<코알라>를 보면 술과 햄버거가 참 많이 등장한다. 창업 종목이 햄버거였기에 그랬겠지만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면 술안주로 햄버거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영화는 우울하면서도 그 안에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우리네 청년들의 현재 모습을 빗겨가지 않고 충실하게 쌓아간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24일 개봉한 <코알라>는 현재 주요 상영관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대신 독립영화전용관 및 예술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많은 관객을 한꺼번에 만날 수 없게 됐지만 이들은 "아쉽지만 오히려 우리 영화답다"고 웃어 보였다.

- <코알라>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송유하씨는 익숙했던 거 같다. 이미 김주환 감독의 데뷔작인 <굿바이 마이 스마일>에도 주연을 맡지 않았나. 박영서씨는 이번 영화로 첫 주연이었고.
송유하(이하 송) : "초고부터 봤기에 시나리오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다 안다. 김주환 감독이랑 되게 친하다. 나를 생각해서 주연으로 쓴 게 고맙기도 했다. 재밌든 없든 무조건 하겠다고 말했는데 시나리오를 고쳐갈수록 좋아지더라. 게다가 영화 자체가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거 같다."
김주환(이하 김) : "현장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찾으려고 리허설을 진짜 많이 했다. 배우들이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냈고, 순발력 있게 촬영했다. 감독이란 직책이 어색해 보일정도로 함께 만들었다.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했는데 두 배우가 좀 힘들었을 거다."
박영서(이하 박) : "항상 토막 연기를 했다. 조연은 본래 그렇지 않나. 그런데 이번 영화는 감정적인 면에서 많이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감정연기를 보인다는 게 욕심나더라. 무엇보다 주인공 동빈이란 인물이 나의 실제와 가깝다. 그렇기에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영화<코알라>의 배우 송유하와 박영서(왼쪽부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좋은 모습을 찾으려고 리허설을 진짜 많이 했다. 배우들이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냈고, 순발력 있게 촬영했다. 감독이란 직책이 어색해 보일정도로 함께 만들었다.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했는데 두 배우가 좀 힘들었을 거다." ⓒ 이정민


현장에서의 연기는 모두 이들의 일상과 맞닿은 모습이었다. 본인들의 감정이 이입된 만큼 종종 현장이 숙연해지기도 했단다. 오디션 현장에서 연기도 보지 않고 떨어지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설정이라지만 이들도 역시 경험했을 현실 속 아픔이기도 했다. 서로를 잘 알고 위로해 왔기에 이들은 어느새 술 뿐만 아니라 수다로도 몇 시간은 기꺼이 보낼 수 있는 사이가 돼 있었다.

- 사실 두 배우와 감독이 영화를 통해 더 끈끈해진 느낌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품 아닐까.
송 : "김주환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인데 이젠 확실히 감독 느낌이 나더라. 수염도 길고 살도 빠졌는데 어휴 완전 감독 포스였다. (웃음) 그 짧은 사이에 성장을 한 거같다."
박 : "감독님이 나와는 나이가 같아 친구다. 영화하면서 친구가 됐고 알고지낸지 2년이 흘렀다. 그런데 항상 자기 연출에 의문을 갖고 있더라. 이번 영화가 끝나고 이 친구에게 좋은 연출자라고 말했다. 일상에서의 우리 모습을 극적으로 잘 담기 위해서는 절제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친구는 그걸 잘 해냈다. 뇌가 마치 두 개인 거 같다(웃음)."
김 : "박지성처럼 두 개의 심장이 아니라 뇌 두 개? 좀 징그럽다. 하여튼 이번 작품에서 박영서씨 도움이 컸다. 상대적으로 작품 경험이 많지 않나. 날 진정시키고 집중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 영서씨가 인정하면 마음이 그렇게 놓이더라."

- 너무 서로에 대해 좋게만 말하는 거 아닌가. 분명한 건 송유하나 박영서가 이번 작품에서 감독님의 페르소나(가면, 인격을 뜻하는 말. 영화 등의 매체에선 감독의 작품 세계를 그대로 표현해내는 배우를 뜻하기도 한다)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김 : "내가 영화를 언제 또 할지 모르겠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고, 회사가 반려하긴 했지만 사표를 쓸 정도로 영화를 하고 싶었다. 투자의 과정을 아니까 겁도 났다. 박진주씨는 자연스럽게 하도록 놔두었지만 영서씨와 유하 형이 고생 많았다. 그만큼 많이 치고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 : "이번 영화로 두 사람을 얻은 느낌이다. 내가 성격이 좀 모나서 친구가 별로 없다. 그런데 무슨 얘길 해도 화를 안 낼 것 같은 형과 불평 없이 들어줄 친구를 얻었다. 사실 좋을 때만 보는 게 친구인가. 우정은 남자들이 하는 사랑이다. 안 좋을 때도 보면서 싸우고 그러는 거지."
송 : "근데 난 잘 안 싸우는데? 듣기 싫은 소리는 그냥 흘리면서 이해하는데?"
박 : "그건 형이 인간 부처라 그렇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

  영화<코알라>의 배우 송유하와 김주환 감독, 배우 박영서(왼쪽부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코알라>의 배우 송유하와 김주환 감독, 배우 박영서(왼쪽부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팔씨름을 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 각자의 숨겨진 이야기도 나름 영화에 반영된 거 아닌가. 두 배우 모두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인지도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겠다.
김 : "그 부분은 내가 할 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지닌 두려움 때문에 힘들어 했다. 유하 형은 어느 순간 연기를 관두게 될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런데 <코알라>에서 주어진 역할이 바로 그 역할이잖나. 그걸 수락해줘서 고마웠다. 영서씨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 사실 스무 번은 도중에 엎어질 수도 있었다, 배우들이 믿고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작품이다. 배우들의 고통을 조금씩은 팔았다. 영화지만 배우들을 한 번씩 푹 찌른 거다. 그게 미안할 따름이다.

좋은 영화 뒤엔 결국 좋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우리 배우들이 내게 그랬다. 사실 배우들이 다른 이들 캐스팅에도 도움을 줬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럴 수는 없지만 정 때문에 일이 풀리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인생의 한 조각을 서로에게 심어준 작품이다."

- 너무 감독님만 말했다. 지면을 빌어 배우들이 이참에 감독님과 서로에게 허심탄회하게 한 마디씩 했으면 좋겠다.
송 : "연출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 농담이다(웃음). 감독님이 좀 어두운 성향이 있다. 그런데 <코알라>도 그렇고 데뷔작도 그렇고 나름 밝은 영화다. 감독님에게 <파수꾼> 같은 작품 하나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영서는 좀 밝은 척만 하지 말고 좋은 모습을 많이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긍정적인 면이 커졌으면 좋겠다."
김 : "영서씨나 난 생각이 깊어서 그렇다. 유하 형은 생각이 없는 거고."
송 : "아니다. 나도 생각이 깊다. 가뜩이나 다들 힘든데 난 그저 기운을 주고 싶은 거다. 가짜 웃음은 다들 간파하지 않나. 이왕 웃으려면 진심으로 웃어야지!"
박 : "맞다. 유하 형이 좀 그런 면이 있지. 난 워낙 잔소리꾼이라 현장에서 진짜 많이 얘기했다. 난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나 역시 나중에 웃기 위해 지금의 배우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행복과 뚝심을 합쳤으면 좋겠다.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굽히지 않고 길을 갔으면 한다."

송 : "니들이 아침에 깔깔이(군용 보온 조끼) 입고 담배 피는 기분을 알아? 나도 힘들다. 다만 그런 모습을 다른 사람이 날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할 따름이지."
박 : "유하 형과 난 성격이 다르기에 잘 맞는 거 같다. 감독님과는 비슷하기 때문에 맞는 거고. 개인적으로는 유하 형이 그런 걸 겉으로 표현하면 감정적으로 더 풍부한 배우가 될 거 같다. 나도 가수도 했고 나름 팬클럽도 있었지만 세상은 냉정하더라. 배우로 성장하는 기분을 함께 느끼고 싶다."
김 : "송유하 배우, 아니 형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약간의 가식도 삽입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솔직하고 담백한 연기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담백함이 형의 장점이지만 대외적인 면을 강화 시키면 더 탄탄해질 거라는 생각이다. 영서씨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본인 스스로는 많이 강해진 거 같다. 이제 결혼도 했고 작품도 잘 되면 더 좋을 텐데. <코알라>가 5만, 10만 관객만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배우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영화<코알라>의 배우 송유하와 김주환 감독, 배우 박영서(왼쪽부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를 언제 또 할지 모르겠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고, 회사가 반려하긴 했지만 사표를 쓸 정도로 영화를 하고 싶었다. 투자의 과정을 아니까 겁도 났다. 박진주씨는 자연스럽게 하도록 놔두었지만 영서씨와 유하 형이 고생 많았다. 그만큼 많이 치고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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